여러분 지금 편하게 자리에 앉아 탄산음료를 마실 때가 아닙니다. 지난 휴일에 한국 음료계에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닥터 페퍼(Dr. Pepper), 이름만 들어도 맛잘알이 될 것 같은 탄산음료의 대명사가 ‘제로 버전’으로 사전예약을 받아 배송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시즘이 신청할 당시, 요원들의 댓글로 이 사실을 알았지만, 찾아갔을 때에는 이미 품절이 2차나 되어있었습니다. 보도자료 한 줄 나오기 전인데 대체 무슨 일인 거죠?
하지만 그것은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이미 온라인, 트위터, 각종 커뮤니티에는 ‘닥터페퍼 제로’를 출시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닥터페퍼 제로(혹은 닥터페퍼 다이어트)를 출시 기원하며 하루에 한 번씩 게시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시작과 동시에 없어지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수 매니아들의 호들갑이라고 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시작되어 만들어진 게 지금의 애플(Apple)입니다. 아니 제 생각에는 닥터페퍼의 제로칼로리 버전은 아이폰14 사전예약보다 훨씬 심장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폰은 내년에 15 나올 거 아냐?
잠깐 닥터페퍼를 마시며 진정해 보겠습니다. 다행히 저는 국내판 닥터페퍼 제로의 사전예약을 놓쳤어도 이미 오래전부터 다이어트 닥터페퍼, 닥터페퍼 제로 다크베리 등을 해외 구매해서 마셔왔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아직 몇 캔 남아 있습니다.
음료를 해외에서 사서 마신다고요? 그것은 유별난 일이 아닙니다. 주변의 닥터페퍼 매니아, 혹은 서장훈 님 같은 분들은 이미 닥터페퍼 제로만을 구매해서 냉장고에 채워 넣고 있었죠. 그런데 이제 그 배송기간을 건너뛰고 내가 원하는 닥터페퍼를 칼로리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동안 닥터페퍼를 보며 사람들은 감기약 맛이 난다, 립스틱을 빠뜨렸냐 등의 모진 모함을 받아왔지만 우리는 해내고 말았습니다.
닥터페퍼를 찾아 마트와 자판기를 전전했던 이전의 시대는 지나가고, 편의점에서 500ml 닥터페퍼 페트병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젠 제로칼로리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것을 바로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요(아니다).
하지만 저는 추가 주문에 실패했습니다. 1번도 아니고 4번의 추가 입고에 떨어졌죠. 판매 페이지 QNA 게시글에는 “왜 돈을 가져왔는데 쓰질 못하니”, “제발 내 지갑을 가져가 주세요”, “엉엉 해냈어요 엄마” 등의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여러 궁리를 하다가 깨닫게 되었습니다.아! 나 코카-콜라 오프너(Opener)였지!’ 그렇게 휴일이 지나고 코카-콜라 한국 본사에 미팅을 (빙자한 닥터페퍼 제로를 얻어볼까 들어)가게 되었죠. 물론 문에 들어가자마자 코카-콜라를 마시느라 잠깐 우리의 닥터페퍼 제로를 잊긴 했지만 말이죠.
하지만 우리의 시대가 옵니다. 마치 민초단이 한때는 역적 무리에서 전국민적인 지지를 받은 역적 무리(?)가 되었듯, 닥터 페퍼의 길을 응원하는 사람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닥터페퍼는 마시면 마실수록 발견되는 맛이 더욱 많죠. 또 이 음료는 맛을 떠나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지난 6개월 사이 수많은 제로칼로리 음료가 나왔지만, 닥터페퍼 제로만큼 소유욕을 건드는 음료가 있었던가요?
닥터페퍼의 세상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제로칼로리를 기반으로 수많은 제로 탄산음료 사이에서 선두에 오를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그것이 닥페니까요). 또 이를 기반으로 닥터페퍼 바닐라, 닥터페퍼 체리, 닥터페퍼 다크베리, 제가 좋아하는 다이어트 닥터페퍼까지 닥터페퍼의 어벤저스가 국내에 들어올 날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코카-콜라, 그때는 한 가지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닥터 페퍼를 한국에 들여온다는 것은 몇 박스로는 절대 그들의 장바구니를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닥터페퍼 증후군. 우리 조직은 생각보다 닥터페퍼의 새 제품에 진심이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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