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가 가득한 헬스장을 홀로 걷는다. 운동을 하지도, 프로틴을 먹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집에 돌아가서 마실 새로운 음료뿐이다. 마침 해외에서 직구한 음료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 트레이너님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할 때 문을 박차고 뛰어나간다.
그러자 트레이너님은 외친다. 그는 운동은 안 하지만 출석은 하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음료 신상털이 마시즘이다.
닥터페퍼의 맛을 알아버린 자가 가야 할 길
고백하겠다. 마시즘은 초기에,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 때 주워 담지 못할 말실수를 한 적이 있다. 그것은 “닥터페퍼에서 화장품 맛(정확히 립스틱을 빠트릭 맛)이 난다”라고 한 점이다. 놀릴 때는 정말 쉽게 놀렸는데, 그런 닥터페퍼를 내가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최고의 음료를 내가 못 알아보다니.
여전히 사람들은 ‘닥터페퍼’의 호불호에 대해 이야기하고, ‘닥터페퍼 증후군(닥터페퍼를 좋아하는 사람이 닥터페퍼를 못 마시는 사람을 보며 우월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그때와 달리 닥터페퍼는 많이 대중적으로 바뀌어 이제는 PET병으로도 닥터페퍼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딱 하나가 없다. 제로 칼로리. 다이어트 닥터페퍼가 한국에는 없잖아.
닥페매니아의 끝 DDP, 다이어트 닥터페퍼
심층 리뷰는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닥터페퍼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 끝은 ‘제로 칼로리’로 나온 닥터페퍼다. 방송에서 서장훈 씨가 집에 두고 마신다는 그 음료다. 닥터페퍼의 제로칼로리 버전은 하얀색으로 나온 ‘다이어트 닥터페퍼’와 검은색으로 나온 ‘닥터페퍼 제로슈가’가 존재한다. 하지만 근본은 1962년에 출시한 ‘다이어트 닥터 페퍼’라고 볼 수 있다.
그 다이어트 닥터페퍼가 마시즘의 손에 들어왔다. 하얀색의 고급스러운 패키지에 그려있는 빨간 로고. 캔을 따서 마시면 닥터페퍼 특유의 향이 입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복잡한 향만큼 목 넘김이 특이한 닥터페퍼에 비해 다이어트 닥터페퍼는 마신 후가 가볍고 깔끔하다는 점이다.
과거 코카-콜라 제로를 깔끔함 때문에 마셨던 마시즘으로서는 ‘다이어트 닥터페퍼’의 향과 깔끔함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제로 칼로리지만 달콤함의 정도가 더욱 강하다. 최근 펩시 제로 라임이 이런 향으로 끝맛을 잡은 것처럼, 다이어트 닥터페퍼도 향과 달콤함으로 끝맛을 살렸다고 할까?
다이어트 닥터페퍼의 요정, 릴 스위트
하지만 일반적으로 ‘제로 칼로리’ 음료에서 ‘달콤함’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닥터페퍼는 이를 마케팅적으로 알리기 위해 ‘릴 스위트’이라는 캐릭터로 광고를 한 바가 있다. 이름 그대로 작은 체구의 락스타인 릴 스위트는 우리의 일상 속 어디에나 나타나 ‘다이어트 닥터페퍼’를 건네준다. 키는 작지만 고음을 높게 뽑아내듯, 칼로리가 없지만 달콤하다는 것을 이 캐릭터로 보여준 것.
릴 스위트는 큰 인기를 받아 단 건의 광고로 그치지 않고, 앨범을 내기도 하고, 각종 밈으로 패러디가 되었다. 최근에는 다이어트 닥터페퍼를 넘어 닥터페퍼 전체의 모델이 될 정도로 미국의 닥터페퍼 팬들에게는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알고 보니 릴 스위트의 정체는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1의 준우승자였던 ‘저스틴 과리니’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본캐보다 ‘릴 스위트’로 이 사람을 더 많이 안다는 것이 함정. 그리고 본인도 이 릴 스위트란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것이 또 함정이다. 빠져들면 펩시맨만큼이나 재미있는 게 ‘릴 스위트’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너무 빨리 사라져
닥터페퍼는 말을 많이 하게 하는 음료다. 닥터페퍼의 팬들이 닥터페퍼가 얼마나 특별한지에 대해 취향을 토로하듯, 마시즘 역시 다이어트 닥터페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다이어트 닥터페퍼 한 캔을 마실 정도다(…라고 썼는데 현재는 벌써 1박스가 사라져 버렸다)
가볍고 깔끔한 느낌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 마셔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맛.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추억만을 남기는 이 맛, 다이어트 닥터페퍼… 언젠가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원문: 마시즘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