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어?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 전혀 부럽지가 않어네가 가진 게 많겠니 / 내가 가진 게 많겠니
난 잘 모르겠지만 / 한번 우리가 이렇게 한번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보자고너한테 십만원이 있고 / 나한테 백만원이 있어
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 짜증나겠지
-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중에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늘 비교라는 프레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부러움이라는 감정은 비교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하는 감정이고, 상대가 지닌 무언가를 원하지만 자신은 갖지 못했을 때 생기는 불쾌한 감정이다. 사회적 삶에서 더 나은 지위와 자원을 확보하려는 욕망을 지닌 인간은 지위와 자원을 지닌 대상에 대해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품는다.
부러움에는 긍, 부정의 효과가 혼재되어 있다. 부러운 대상과 같아지려는 노력을 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사회적 상향 비교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가 저하된다는 측면에선 부정적이다. 한마디로 부러움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동기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치명적이게도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인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감정이다.
그리고 현대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더 많은 부러움을 하루하루 더 크게 양산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 심지어 자신이 이룰 생각조차 없었던 무언가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에 여과 없이 노출되며 굳이 느끼지 않아도 될 부러움까지 끌어안고 살고 있다.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에 따른 행복감과 자존감 감소는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연구주제도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사용이 오히려 사람들을 더 외롭게 만든다는 결과도 있다. 페이스북 친구가 많을수록 외로움을 덜 느꼈지만, 문제는 사용시간이었다. 페이스북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수록 사람들은 더 외로워했다(Phu, B., & Gow, A. J. (2019). Facebook use and its association with subjective happiness and loneliness. Computers in Human Behavior, 92, 151-159.).
페이스북 상의 많은 친구들에게 잠깐씩 접속하는 것은 충분히 외로움을 달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오래 탐닉하는 것은 더 불행해지고 외로워지는 나쁜 습관이다. 과거엔 주변 친구나 이웃 정도만이 비교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과 비교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비교의 빈도가 늘수록 자존감이 떨어지는 속도는 더 빨라지기 마련이다.
결국 현대를 사는 우리는 외로움이 싫어 온라인과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을 만나지만, 자기 조절을 못한다면 부러움과 외로움에 불행까지 더한 상처만 커질 뿐이다. 자기 조절의 핵심은 비교를 멈추고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비교를 멈추고 자신이라는 존재에 집중하는 것은 마음 훈련이 충분치 못한 사람에겐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자기 조절이 힘들다면, 페이스북을 끊는 것을 추천한다. 한 연구에서 페이스북을 쓰지 않은 집단의 삶의 만족도는 높아졌으며, 일상에서 긍정 정서 경험도 더 늘었음을 밝혀낸 바 있다(Tromholt, M. (2016). The Facebook experiment: Quitting Facebook leads to higher levels of well-being. Cyberpsychology, behavior, and social networking, 19(11), 661-666.).
이처럼 페이스북을 끊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소셜 미디어가 주는 장점을 살리고 조절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인 것은 분명하다. ‘부럽지가 않어’의 장기하처럼 말이다.
“부럽지가 않어”
장기하는 ‘세상에는 말이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라고 노래하며 자신의 존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장기하는 ‘나는 부러움을 모르는 놈’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다.
심리학에선 행동에 대한 강화보다 성품, 혹은 정체성에 대한 강화의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토론토대학교 심리학과 조안 그루섹 교수 등의 연구를 살펴보자.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유리구슬을 갖고 놀게 한 후, 한 집단의 아이들에겐 “친구에게 구슬을 나눠주다니 참 착하구나”라고 행동에 대해 칭찬을 했고, 다른 아이들에겐 “너는 남을 돕는 친절한 아이구나”라고 성품에 대해 칭찬을 했다. 2주 후, 성품에 대해 칭찬을 받았던 아이들이 행동에 대해 칭찬을 받았던 아이들에 비해 다른 아이들을 더 많이 돕고 더 너그러운 행동을 보였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맥콤경영대학원의 크리스토퍼 브라이언 교수는 “부정행위를 하지 마세요”라고 행위를 언급하는 대신에 “부정행위자가 되지 마세요“라고 정체성에 대해 언급할 때 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부정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은 수험생에게 단발성의 행동을 제재하기 때문에 결과의 논리로 판단하는 사람도 생긴다. 즉, 걸리지만 않으면 부정행위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행위자는 자신의 정체성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부정행위를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Bryan, C. J., Adams, G. S., & Monin, B. (2013). When cheating would make you a cheater: implicating the self prevents unethical behavior.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2(4), 1001.).
장기하는 스스로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증하는 현명한 모습을 노래에 담았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그런데, 우리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비교적 바람직한 부러움은 무엇일까?
대상이 지닌 품성, 재능, 사회적 지위, 소유물을 포함한 재물 등 세상은 넓고 부러워할 것은 많다. 품성을 부러워한다면 대상에 대한 존경감으로 나타나 그 대상과 자신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자신의 품성도 개발할 수 있어 바람직한 부러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부러움은 사회적 상향 비교로 자존감이 깎이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자기 파괴적인 요소가 있다.
부러움을 넘어 상대가 가진 것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인 질투심으로 나아가면 자신과 상대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감정으로 악화된다. 자신의 불행을 타인에 대한 적개심과 공격성으로 해소하려 드는 것이다. 이런 파괴적인 정서는 건강한 사회적 삶을 앗아간다.
사람들은 질투심을 느끼면 애먼 공격성으로 자존심을 지키려 든다. 장기하는 이런 악순환에 대해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아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워지고
사실, 페이스북 상에서 글을 올리지 않고 주로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는 수동적 사용 그룹이 자신도 글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자랑질을 하는 능동적 페이스북 사용자 그룹에 비해 더 큰 자존감 저하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아 부러우니까 자랑질을 하는 것은 그냥 부러워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렇다고, 능동적 사용그룹이 페이스북 사용으로 삶의 만족도가 크게 높다는 증거도 없다. 그저 수동적 사용 그룹보다 낫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상호 질투심을 유발하는 관계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최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질투심의 가장 큰 문제는 공격의 대상이 질투심을 느낀 대상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러움이나 시기심을 느낀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지 않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성공을 적극 방해한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심리학과 안나 마리아 벨러 교수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는 부러움이나 시기심을 느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다른 집단에겐 일상적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부러움을 느꼈던 집단은 자신의 눈앞에서 필통을 쏟은 사람을 돕지 않았다.
이 논문의 다른 실험에서는 칠교놀이(탱그램, tangram)와 같은 문제를 내는 출제자 역할을 담당하게 했는데, 부러움을 연상한 집단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이 쉽게 성공할 수 없도록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를 출제하는 경향이 강했다. 부러움을 느끼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방해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Behler, A. M. C., Wall, C. S., Bos, A., & Green, J. D. (2020). To help or to harm? Assessing the impact of envy on prosocial and antisocial behavior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6(7), 1156-1168.).
그렇다면, 부러움이 질투심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묘약은 무엇일까?
사실, 벨러 교수의 연구엔 한 집단이 더 있었다. 바로 감사 집단이었다. 자신에게 나타난 일을 감사하게 생각한 집단은 질투심의 파괴적 유혹에서 벗어나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성공을 지지했다.
나는 장기하가 ‘부럽지가 않어’에서 노래한 ‘나는 부러워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한발 더 나가 자신이 가진 재능과 경험,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 감사한다면 더 완벽한 ‘부럽지가 않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들어보세요 2022년을 강타한 그 노래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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