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11월 1일 오전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그는 책임에는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과 지자체에게) 너희들이 왜 책임이 없냐”고 말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 주최 측에서 질서 유지 요청이 없었는데 경찰이 통행 제한을 하지 않은 것은 책임지울 수 없음
- 이번 사태는 안전 관리 주체가 없는 사안
- (주최자가 없기에 경찰이) 사전에 경비 대책을 세울 수 없었음
- 통상적인 안전 관리 대책으로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좁은 지역에 사람들이 몰려서 발생한 사고
라고 말했다. 결론은 이런 내용이었다.
지금 백가쟁명식으로 누가 원인이다라고 하면서 희생양을 찾아가는 식으로 가면, 이건 정쟁으로밖에 갈 수가 없다. 제일 중요한 건 차분하게 사태를 보는 것이다.
물론 다 반박된 개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현 정권과 일부 언론이 이태원 참사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마무리하려고 하는지 잘 드러내고 있어서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이렇다. 안전 관리의 기본적인 책임은 행사 주최자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최자가 없었다. 주최자가 있었다면 경찰이 사전에 안전 대책을 요구했을 것인데 아예 그럴 대상이 없었다, 따라서 경찰에게 도의적 책임은 있을 수 있으나 법적 책임을 물기는 어렵다는 것. 과연 그럴까?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을 떠올려 보자. 초기에는 50만 명이 거리 응원을 했는데, 당시 국대가 4강까지 올라가면서 마지막에는 700만 명이 거리 응원에 참가했다. 당시 거리 응원의 주최자는 누구였을까? 붉은 악마? 국대 응원단인 붉은 악마는 거리 응원을 주도한 민간단체였을 뿐 주최자는 아니었다. 거리 응원 공식 주최자는 없었다.
유상범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700만 명이 모인 거리 응원에서 질서 유지는 주최자를 특정할 수 없으니 경찰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경찰 수천 면이 동원되어 질서를 유지했다. 경찰의 의무가 아니라면 왜 그렇게 했을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주최자가 있든 없든, 다수의 군중이 모이면 질서 유지를 하는 게 경찰의 일이기 때문이다. 경찰법 제4조에서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가 경찰의 사무임을 명시하고 있다.
과연 경찰과 지자체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유가족들이 단체를 만들어 행안부, 용산서, 용산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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