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고인물’이 되고 있지는 않나요?
지인의 회사에서 경영자가 관리자들을 1:1로 면담하는 자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한 명씩 만나보면서 향후 경영자로 맡길 자질이 있는지 검토하는 자리였는데요, 지금까지 입사해서 한 일을 써내면 그걸 토대로 질문하고 답하는 그런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한 관리자가 그 자리에 들어와서 경영자에게 지금까지 회사에 들어와서 10년간 한 일을 쭉 설명했는데요. 직설적인 것으로 유명한 경영자는 다 듣고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10년을 1년처럼 일하셨군요.
처음에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일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것을 말한 것인지 헷갈렸다고 하군요. 경영자는 직설적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고 합니다.
같은 일을 같은 방법으로 거의 10년 동안 하신 거네요. 이제 다른 일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그동안 진행했던 회사 일이 머릿속에서 쭈욱 스쳐 지나갔습니다. 한 분야를 깊게 알고 저만의 철옹성을 쌓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지만, 정작 새롭게 무언가를 한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 관리자는 다음 단계의 직책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10년을 1년처럼 일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같은 일을 비슷한 방식으로 오랫동안 일한 것이죠. 도메인 지식은 많이 알고 발언력도 크지만 정작 그 시간만큼 발전하지는 못한, 그런 ‘고인물’이 되는 것 말이죠.
고인물이 되는 것은 두려워하고 싫어하면서도, 나이에 상관없이 고인물이 되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더 나은 방법, 새로운 시도를 해보지 않는 것이죠. 여러 이슈를 쳐낸 것을 발전 혹은 성장이라고 정의하기에는, 그저 같은 기계에 다른 재료를 넣은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기계를 계속 발전시켜 전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인데도 말이죠.
자신의 발전을 위해, 커리어를 정기적으로 되돌아보자
‘고인물’을 비단 한 직장에서 오래 다닌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한 직장에서 스스로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은 분명 있으니까요.
제가 추천드릴 수 있는 ‘고인물’이 되지 않는 방법은, 뻔하게도 이력서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기 위해 업데이트하는 목적 말고, 자신을 회고하는 목적으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것이죠. 중요한 포인트라면, 프로젝트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투여된 스킬 셋을 함께 정리하는 것입니다.
저는 다이어리에 별도의 페이지를 할애해서 월별로 진행한 일과 거기 투입된 스킬 셋을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프로젝트를 정리했다고 쳐 보죠.
22년 10월 OOO 쿠폰 상품 론칭 : 성과……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반드시 거기에 스킬셋을 함께 기재합니다. 예시는 이렇습니다.
AAA사 사례 케이스 스터디 이후 쿠폰 발행에 데이터 분석 기법 △△△를 적용하여 기존 레퍼런스 대비 ……에서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음.
이렇게 프로젝트와 스킬 셋을 함께 정리하면, 같은 스킬셋으로 다른 프로젝트를 하면서 넓게 경험한 것을 성장으로 오인하는 착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반기나 한 해를 돌아보며 자신의 스킬셋을 평가하는 회고를 할 수도 있고, 더 나은 나를 위한 배움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배울 게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10년을 10년처럼 일하는 게 당연한데, 사람은 늘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고 싶어 합니다. 야근이 많으면 어쩔 수 없기도 하고, 삶이 바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삶은 길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통해 커리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 더 나은 나를 만들어 봅시다.
원문: Peter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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