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회사 일을 빨리합니다. 속도가 더 빠른 회사로 옮겼을 때 속도가 느릴까 봐 걱정도 했었지만, 역시 빠르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빠른 만큼 손해 보는 것도 있습니다. 빠르게 일한다는 건 디테일을 떨어뜨리고 시야를 좁게 만드니까요. 명확한 줄기를 따라서만 일을 하게 되죠.
직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근래에는 빠르게 일하는 게 완벽하게 일하는 것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해 보고 다시 수정하는’ 문화가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빠르게 일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의 과정을 몇 가지로 나누어서 각 단계를 명쾌하게 설계하는 것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으로 나누어져 있을까요?
문제 정의 – 자료 확보 – 분석 – 대안 도출 – 공유 – 피드백
영업 활동도, 데이터 분석도, 지식을 팔아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서 각 단계를 어떻게 꾸릴지 머릿속으로 생각을 돌리는 것도 일의 속도를 올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면 각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 문제 정의
일의 전부입니다. 가장 어렵고, 중요하고, 파급력이 큽니다. 문제는 고객이 갖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 내부에서 일을 던진 사람이 고객이기도 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고객이기도 합니다. 이 고객에게서 정확한 문제를 찾아내는 게 이 단계의 핵심입니다.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문제를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합니다.
-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 어디에 쓸 건지
-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
- 과거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 문제에 대한 고객의 생각은 현재 어떤지
많은 배경 정보를 가져올수록 뒤에 할 일이 명확해집니다. 앞으로 말씀드릴 단계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려지겠죠.
2. 자료 확보
중요합니다. 패가 많을수록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양에서 질이 나온다는 것은 어디에나 적용되는 좋은 격언입니다.
인터뷰를 하든, 케이스를 가져오든, 데이터베이스에서 조건부로 꺼내오든 자료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이 수긍할 만한 것들을 많이 모으는 것입니다. 이후의 귀납적 추론을 위해 나의 인풋을 자료 확보에 쏟아야 하죠.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이 각광받으면서 이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느냐가 논리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평소에 내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가 무엇이 있는지 많이 파악해 두는 게 경쟁력입니다. 보던 자료만 참고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대체 가능한 결과를 내놓게 됩니다.
3. 분석
분석이라고 해서 꼭 어려운 것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언가와 비교해서 문제가 어떤 상태인지 고객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규명하면 됩니다. 지난 경험과 비교할 수도, 다른 카테고리와 비교할 수도, 비슷했던 케이스와 비교할 수도, 패턴을 찾아서 비교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분석이 분석으로 그치는 것입니다. 분석하면서 5분마다 문제를 다시 생각하십시오. 그래도 분석이 안 된다면, 분석하기에는 자료가 충분치 않거나 제대로 된 분석 방법을 모르는 것입니다.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하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어떤 분석을 하든, 분석은 한두 줄의 명확한 결론이 나와야 합니다. 가장 효과가 크고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보통 결론입니다.
4. 대안 도출
지식이 없으면 대안은 나올 수 없습니다. 대안은 결국 일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입니다. 평소에 공유된 문서를 읽어보면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누구는 어떤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는지, 누구는 지금 전략적으로 무엇에 집중하고 포기하는지 생각하면서 분석의 결론을 실행으로 연결시키는 지점을 찾아 베팅해야 합니다. 물론 하나의 대안으로만 외길을 걸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럴 때는 이것, 저럴 때는 저것이 좋다는 방향도 모두가 수긍할 여지를 만듭니다. 새로운 영업을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 돈을 어디에다 쓸 것인지, 사람은 어디에서부터 집중할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좋은 생각은 잠시 쉬고 있을 때 불쑥 떠오르기도 합니다. 기록하면 됩니다.
5. 공유
공유는 문화입니다. 그래서 회사마다 선호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기존에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해왔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일정한 패턴을 파악했다면 그 방식대로 일하면 됩니다.
일의 종류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자료를 보면서 설득해야할 수도, 더 간단히 언급하면서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문제를 의뢰한 고객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빨리 진행 가능한 영역입니다.
6. 피드백
피드백은 평소에 하는 것입니다. 다 끝나고 회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지만, 실행하면서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 미리 생각해두는 게 좋습니다. 기록을 하면 피드백이 쉬워집니다. 더 짜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정리하며
이 과정을 몇 번 거치고 나면, 문제 정의 단계에서의 뉘앙스를 더 빠르게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는 어떤 대안을 선택했는지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분석에 걸맞는 적정 기술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공유는 친할수록 더 잘됩니다. 피드백은 습관이고요.
물론 일이 너무너무 많으면 힘들어집니다. 일을 단계로 나누기 어려워지고, 멘탈도 무너지기 때문이죠. 이 단계에서는 어떻게 일을 해결해야 하는지 알아도 의지가 없는 조직과 동료를 만나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서버가 느릴 수도 있고, 문제를 이상하게 던지면서 필요한 배경도 설명해주지 않는 동료가 있고, 무한 루프를 돌 수도 있습니다. 현실은 대부분 그렇죠.
하지만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일을 끝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짚어오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데이터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데이터를 확보해야겠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자료를 확보하는 대신 리서치로 바꾸어서 외부 자료를 보는 수밖에 없다는 걸 빠르게 인식하고 태세를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거들뿐입니다. 많은 이론들에서 단계를 만드는 건, 일을 숙달하는 데 편하기 때문입니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 같다면, 조금이나마 도움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원문: Peter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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