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의 기본이라고 하면 메일 쓰기, 보고서 작성, 보고하기 등 업무 관련 스킬들이 생각나지만, 업무 기초 못지않게 중요한 게 일정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일정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 자신의 퍼포먼스가 좌우되기도 하고 조직 전체 퍼포먼스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개인은 중요한 일을 우선으로 하는 게 일정 관리의 기본이지만 조직은 서로의 우선순위가 혼재되어 있기에 미리 나의 시간 사용을 알려주는 게 이해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겠죠.
그런데 그중에서 더욱더 기본이라고 한다면 일정을 공유하는 것일 겁니다. 내가 내일 휴가를 사용하는지, 아니면 외부 일정으로 내일 종일 자리를 비우거나 연락이 어려운 사정을 미리 공유하는 것이죠. 작게 본다면 오늘 급하게 출근을 못 하는 것까지 일정 공유에 포함되는 내용입니다.
일정 공유는 누구에게 연락을 어떻게 해서 일을 만들어가는지 알게 하는 기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로 신뢰를 잃지 않는 방법입니다.
업무 관리 도구들이 새롭게 계속 나오고 있지만 기본적인 철학은 서로 투명하게 모든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죠. 일정 공유를 어느 도구로 하든 이 철학을 생각하면 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 투명하게 내가 하는 일이 상대방에게 공유되고 있는지 말이죠. 여기 몇 가지 기본적인 원칙을 생각해 봅시다.
1. 미리 공유한다
미리 공유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이 일어나기 충분한 시간 전에 이해 관계자들이 사건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매일 9시에 출근하는 직장이라면 9시 전에는 이 사람이 출근할 것인지 동료들이 알고 있는 게 일하기에 좋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9시 1분에 출근을 못한다고 공유를 하거나 퇴근 시간이 지나서 내일 휴가를 쓰는지 동료들에게 메일로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그날 함께 하기로 한 중요한 업무를 같이 논의하기 어려워집니다. 갑자기 주변 사람들의 일정까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죠.
단순히 ‘너의 일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해’가 아닌 ‘너와 함께 하기로 한 일은 나도 알고 있어야 해’의 입장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미리 나의 일정을 충분한 대응 시간을 갖고 공유하는 게 협업하기에 좋은 동료일 것입니다.
이런 원칙은 결과물 공유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했고 관련된 사람들에게 공유하기로 했다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확보하여 공유하는 게 좋습니다. 오후 4시에 이 보고서를 토대로 논의할 회의가 있다면 적어도 회의에 들어올 사람들이 보고서를 충분히 읽을 시간은 생각하고 보고서를 공유해야 하는 것이죠.
3시 55분에 보고서를 메일로 보내고 4시에는 다들 백지로 회의에 들어와서 생각할 여력을 주지 않는 것은 공유가 아닌 통보겠죠. 일정 관리는 주변 사람들을 고려해서 미리 하는 것입니다.
2. 구체적 결과를 공유한다
일정을 공유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공유하는 자리도 있습니다. 미리 공유하는 것만큼이나 무엇을 공유하는지도 중요한데요. 구체적인 결과를 공유하는 게 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가입 기간별 고객 퍼포먼스 분석’도 좋은 일정 공유 내용이지만 ’21년 월별 가입기간별 고객 구매액 분석 보고서’처럼 보다 결과 중심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는 게 서로 일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 좋습니다.
더 구체적인 공유를 할수록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을 가지고 비판하지는 않을지, 구체적인 결과를 제시했던 때까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걱정이 들어 덜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 일을 공유하려는 마음이 들 수도 있죠.
하지만 정보를 공유받는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얼마나 더 구체적일수록 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사실 ‘가입 기간별 고객 퍼포먼스 분석’은 읽으나 마나한 내용입니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내용이죠. 이 사람이 뭔가를 하고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도움을 우리에게 줄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런 내용은 공유 하나마나하죠. 단순히 내가 놀지 않고 뭔가 하고 있다는 것뿐이죠.
그렇지만 이해관계가 있는 관계에서는 이 사람이 하는 일이 도움이 되는 게 확인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을 공유하는 것은 읽을 때 상대방이 이 사람이 무슨 그림을 가지고 여기까지 이걸 하는지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1년 월별 가입기간별 고객 구매액 보고서’도 이것으로 22년 멤버십 가입 정책 변경안을 만들어 어떤 KPI에 변화를 줄지 목표가 있어야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겠죠. 결과 지향적이면서 인과관계가 명확한 공유가 좋습니다.
3. 모두에게 공유한다
모두에게 공유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두에게 공유하는 것이 때로는 용기를 필요로 할 때도 있습니다. 너무 높은 사람이 있어서, 너무 부딪히는 팀이 있어서, 너무 공유할 사람이 많아서, 내가 하는 일을 알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 있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일정과 업무를 공유해야 할 것 같은 사람과 조직에 공유하지 않으려는 유혹이 듭니다.
상황에 따라 누구나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이렇게 공유하는 대상을 의도적으로 줄이게 되면 공유하는 사람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들고 나중에는 ‘일정과 업무가 공유가 잘 되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등 너무 방어적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자리를 비울 때 누가 무슨 영향을 받을까 미리 생각해 봅시다. 지금 보고 라인에 있는 사람과 조직뿐 아니라 협업하고 있는 팀이나 회사 외부 혹은 문의가 들어올 것 같은 루트를 모두 생각해봅시다.
이 사람들에게 모두 내가 무슨 일로 연락이 되지 않는지 알려주는 것은 나 스스로의 영업망을 관리하는 것이고 신뢰를 주는 방법입니다. 아니라면 언제든 대응할 수 있는 의지와 행동이 필요하겠죠. 때로는 공유하고 싶은 범위를 축소하고 싶을 때 공유 안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며 조정해 봅시다.
4. 부재에 대한 대안을 공유한다
일정 공유를 통보가 아니라 공유로 생각한다면 부재에 대한 대안이 필요합니다. 며칠 자리를 비우거나 일정 기간 휴직을 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자리를 비울 때 하던 업무 종류를 어떻게 나누어하는지 대안을 미리 공유합니다. 대안은 연락처까지 알려주는 것이죠. 어디 연락하면 지속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은 소속된 조직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입니다.
내용을 쓰다 보니 일정 공유와 업무 공유가 혼재되어 버렸네요. 아마도 일정과 업무가 긴밀히 연관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단순히 내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무슨 일을 언제까지 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라 그런 거겠죠.
쓰고 보니 너무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주변을 보면 의외로 이런 기본적인 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번 무너지면 모두가 서서히 무너지고 어느 순간 팀워크에 방해가 되거나 조직 문화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라 서로 연결하는 방법은 늘 어느 수준 이상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겠죠.
원문: Pete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