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초IC부터 수상했습니다. 4차로를 보니 ‘저러다 침수되겠다’ 싶은 기운이 올라왔죠. 양재IC에서는 출구 형상 때문에 잠깐 괜찮아지나 싶더니, 한남IC가 가까워질수록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물이 불어나는 건 순식간이더군요. 3~4차선의 차들이 순식간에 정신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걱정됐습니다. 2차선도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제 차는 번호판 중간지점이 엔진 흡기 덕트입니다. 여기에 물이 한 움큼 들어가면 곧바로 전손입니다. 차고도 낮고 흡기 덕트마저 낮은 차라, 조금만 잘못하면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는 구조라서요. 물이 들어가면 피스톤 깨지고 메탈 베어링 날아가고, 어지간한 차는 전손이죠.
그래서 평소 사고 실험해 뒀던 대로 최대한 천천히 주행했습니다. 다행히도 무사히 빠져나왔는데요, 조금만 더 늦게 진입했어도 침수되었을 것 같습니다.
가속을 최소한으로만 하십시오
침수 위험이 있는 지역은 주행하지 않는 게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물이 많은 곳을 주행해야 한다면, 가속을 최소한으로만 하세요. 언뜻 생각하면 빠르게 슉 지나가면 될 것 같은데, 그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엔진 연소실에 물을 넣는 방법입니다. 당연히 엔진이 심각하게 망가집니다.
물이 많은 곳을 운행할 때는 가속을 최소로 해서 물이 흡기로 들어가지 않도록 주행해야 합니다. 가속도 조심해야 합니다. 악셀을 밟으면 음압이 걸리는데요, 세게 밟을수록 강한 음압이 걸립니다. 쉽게 생각해서 진공청소기예요. 빨대로 물 빨아들이듯 물을 빨아들입니다.
또한 물속에서 차의 가속도가 빠를수록 물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수위가 일시적으로 높아집니다. 이때 덕트에 물이 들어갈 확률이 극히 높아지죠.
전손 처리가 좋지 않은 이유
작년 초에 짐 가득 실은 매우 큰 트럭에 후방추돌당해서 전손 처리한 적 있습니다. 제 차는 빨간불에서 정지해 있는 상황에서 트럭이 후방 추돌했죠. 그런데 제 과실은 0인데도, 자동차 보험 갱신 가입이 거절되었습니다.
오늘 같은 날 침수로 엔진이 날아가도 전손 처리는 됩니다. 그래서 금전적으로 손해는 크지 않을 겁니다. 다만 전손 자체가 보험 갱신가입 거절 사유가 됩니다. 전화하면 가입시켜 주기는 하지만 가격도 비싸지고요. 아무리 본인 과실이 없더라도 전손은 귀찮은 일을 만듭니다.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집에 와서 블랙박스 돌려보니 흡기 덕트 밑까지 물이 올라왔었습니다. 2년 연속 전손할 뻔했네요. 모두 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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