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꼽는 <강철부대>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첫 만남이다. 특수부대를 대표하는 출연자들이 스튜디오에 모여 신경전을 펼친다. 부대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었는데 서로에게 우호적일 리 없다. 목표와 성취를 중요시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유약해 보여선 안 된다.
실제로 시즌 1 첫 만남에서 707부대의 ‘세배부터 하고 시작하자’는 장난에 넘어간 부대는 중도 탈락했지만, 까칠한 태도를 보였던 UDT는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시즌 2도 비슷한 전개를 보여준다.
「강철부대2, 첫 만남부터 살벌…“내 기준 특수부대 아니다”」
- (동아일보, 22.02.20)
이렇게 공격적인 발언을 한 사람은 707부대의 이주용이었다. 경쟁적인 환경에서 도발적으로 꺼낸 이 발언은 과연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살면서 우호적인 환경을 만나기도 하고 비우호적인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 환경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일관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우호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의 대표적인 곳은 가정일 것이고, 우호적이면서 비우호적이기도 한 불안정한 환경을 대표하는 곳은 직장일 것이다.
대개 우호적인 환경에서는 안정감을 가지고 편안히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나의 아이디어에 지지적이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용이하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환경, 즉, 경쟁적이고 비우호적인 환경에서 자신이 가진 생각을 영향력 있게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심리학과 사무엘 헌터(Samuel Hunter) 교수 등의 연구진은 우호적이냐 비우호적이냐는 환경에 따라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활용되는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온라인 캠퍼스 마케팅 기획안을 만드는 실험에서 우호적인 환경과 비우호적인 환경의 서로 다른 상황에서 원만하고 협조적인 사람들과 비협조적이면서 까칠한 사람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어떻게 주고받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원만하고 협조적인 사람들의 경우, 우호적인 환경에서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잘 수용되고 활용되었으나 경쟁적이고 비협조적인 사람들에 있어서는 비우호적인 환경에서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더 잘 수용되고 활용되었다. 특이한 점은 환경이 우호적이든 비우호적이든 평균적으로 까칠한 태도로 말하는 사람의 아이디어를 사람들이 더 가치 있게 여겼다는 점이다.
비우호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아이디어가 파급효과가 있으려면 다소 거칠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상대의 수용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아이디어 발상에 있어서는 우호적인 환경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창출할 땐 최대한 우호적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나는 강철부대를 보면서 같은 부대원들끼리만 있을 때와 다른 부대원들도 함께 있을 때,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출연자들을 보며 현명하다고 느꼈다.
팀 내 – 팀 간의 협업 장면에서도 이 연구를 응용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팀 내에서 아이디어를 모을 때는 최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최종 채택된 아이디어를 다른 팀과 조율할 때는 너무 원만하고 협조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강하고 단호한 태도가 필요한 순간이다. 환경의 우호성 정도에 따른 적합한 발언 수위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회의를 진행해야 우리의 생각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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