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적 갈등 수준은 낮을수록 좋지만 업무 갈등 수준이 낮은 상태에만 있으면 성과에 도움 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업무 갈등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업무 갈등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잘 관리해야 한다.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그의 저서 『싱크 어게인(Think Again)』에서 갈등 수준을 관리하는 것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랜트 교수가 근거로 든 논문은 8,000개가 넘는 팀의 100건이 넘는 갈등 연구를 종합한 메타 연구로 관계 갈등은 팀 성과에 대체로 부정적이었지만 업무 갈등은 성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De Wit, F. R., Greer, L. L., & Jehn, K. A. (2012). The paradox of intragroup conflict: a meta-analysi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7(2), 360.).
논문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고성과 집단에서의 초기 업무 갈등은 독창적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내게 하고, 혁신적 시도를 늘렸으며, 더 나은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반면, 저성과 집단은 초반엔 업무에 관한 진지한 접근 없이 관계적 갈등만 드러내다 어느 순간 업무 갈등이 급부상하는 형태였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업무 시작점에서 관계 갈등 수준이다. 저성과 집단은 업무 시작 전부터 관계 갈등이 이미 높았지만 고성과 집단은 업무 시작 전에 관계 갈등이 낮은 상태로 관리되고 있었다.
따라서 갈등이 건설적(constructive)이려면 우선 업무 갈등과 관계 갈등을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업무 시작 전에 관계적 갈등 수준이 어떠한지 점검해야 한다. 업무 분장 시 관계 갈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후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이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업무가 시작됐다면 자칫 관계 갈등이 업무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갈등을 위해서는 ‘표현 방식’만 바꾸면 된다
그렇다면, 관계갈등이 확산되지 않고 건설적 업무 갈등으로 유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싱가포르 경영대학교 심리학과 밍홍 차이 교수와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 코린 벤더스키 교수의 연구를 보자. 이들이 찾은 방법은 무척 단순하지만 강력한 효과가 있었다. 업무 갈등이 건설적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표현 방식만 바꾸면 된다. 아래 모델로 이 연구를 이해해 보자.
건설적 업무 갈등의 가장 큰 특성은 무엇일까? 관련 정보가 적시에 제대로 공유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 때 관련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려 할까? 상대가 내가 가진 정보에 관해 이해도와 수용성이 높다고 지각할 때다. 결론이 나왔다. 이제 관건은 우리가 누군가와 업무적으로 대화할 때, 상대가 가진 정보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 된다.
그러한 태도를 어떻게 보일 수 있을까? 연구진들이 찾은 해답은 바로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있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가 최악임은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중요한 점은 의견이 다름을 강조하는 것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협상을 진행하는 실험에서 한 집단은 의견 불일치(disagreement; 의견이 다름)를 강조했고, 다른 집단은 토론(debate; 의견교류)임을 강조했다. 실험 결과, 의견 불일치 혹은 아무런 언급 없이 협상을 진행할 때보다 상대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강조할 때 더 많은 정보가 교류될 수 있었다.
건설적 갈등관리를 위해서 상대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주는 말투 하나만 바꿔보자. 내 의견이 옳음을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상대의 생각을 알아야 설득이 쉬울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서로 다른 의견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자고 얘기하는 것보다, 더 좋은 대안을 찾기 위해 서로의 의견을 교류해 보자고 얘기하는 편이 낫다.
“제 생각은 다른데요”보다는 “제 생각은 이런데, 당신 생각이 궁금합니다”라고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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