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1순위는 긍정성의 강조가 아니라 부정성의 제거여야 한다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서튼(Robert Sutton) 교수는 그의 저서 『또라이 제로 조직(The No Asshole Rule)』에서 효과적인 팀, 조직을 만드는 데는 긍정성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성을 제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직 내 긍정적인 사람들의 영향보다 부정적인 사람들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부정적인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리더십의 효과성도 달라집니다.
워싱턴 대학교 경영학과 테런스 미첼(Terence Mitchell) 등의 연구진은 조직 내 ‘썩은 사과(bad apple)’의 영향에 관한 연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관련 연구를 구체화해 어떻게 썩은 사과 하나가 사과 통 전체를 망치는지에 관한 논문 「How, When, and Why Bad Apples Spoil the Barrel: Negative Group Members and Dysfunctional Groups」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4명이 한 팀을 이뤄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실험에서 부정적이고 참여도가 낮은 팀원이 섞인 팀은 4명 모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팀에 비해 아이디어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는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흥미로운 점은 4명 모두 부정적인 팀의 성과와 2명은 긍정적, 2명은 부정적인 혼합 팀의 성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부정적인 팀에 긍정적인 팀원을 더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지만 긍정적인 팀에 부정적인 팀원을 추가하는 것은 아주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연구자들은 나쁜 팀원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좋은 팀원 한 명을 추가하는 것에 대략 4배 정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제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벗어나 여러 제조 회사의 현장 연구를 통해 팀원들이 서로 잘 소통하며 갈등을 해결하고 있는지, 서로에 대해 우호적인지, 일을 공정하게 분배하는지 등에 관한 수행을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 한 명의 게으르고 비우호적이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팀원이 전체 팀의 기능을 저해할 수는 있었지만 팀에 아주 좋은 구성원 한 명이 있는 것은 팀 성과에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사과 상자 전체에 퍼지는 썩은 사과의 파급 효과는 건강한 사과로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팀 내 부정적이고 무기력하며 비협조적인 구성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가만히 방치하는 것은 사과 상자에 썩은 사과를 그대로 두는 것과 같습니다. 이번 시간엔 조직 내 썩은 사과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한 심리학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썩은 사과를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서튼 교수는 썩은 사과를 대응하는 첫 단계로 썩은 사과를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누가 썩은 사과인지 규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거슬리는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섣불리 조직 내 썩은 사과라고 규정해서는 안 됩니다. 조직에서 나이 든 세대의 눈으로 본 젊은 세대의 이기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썩은 사과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서튼 교수는 2가지의 질문으로 썩은 사과를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첫 번째는 ‘그 사람과 대화하고 나면 나 스스로에 대한 느낌이 나빠지는가?’(수치심, 무시, 에너지를 뺏기는 느낌)입니다. 다음은 ‘그 사람이 상대적으로 힘없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가?’입니다. 두 질문 모두에 ‘그렇다’고 한다면 썩은 사과로 의심해도 좋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불성실하거나 우호적이지 못한 태도는 다른 상황에서 개선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이기적으로 보이는 행동은 사실 조직 내 동기 요인이 기성세대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젊을수록 조직 내 기존 제도나 관행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리 뇌는 생소한 대상에 대해 비판하며 학습하려 하지만 이미 주어진 조건이라고 인정하고 나면 순응하고 만족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직 만족도와 나이는 대개 비례합니다.
그런데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폄하하며 함부로 대하는 무례한 행동은 성격적 특성으로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지 않을뿐더러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큽니다. 이런 사람들이 조직 내 누군가를 대하는 방식을 구체화하면 ‘타인의 생각을 경시하기’ ‘누군가의 말에 대꾸하지 않기’ ‘모욕하기’ ‘감정을 상하게 하기’ ‘무능하게 느끼게 만들기’ ‘뒤에서 험담하기’ 등으로 나타납니다.
현장 연구에서 실제 이런 일을 동료로부터 당한 구성원은 적극적으로 보복하는 행동을 보였고, 상사로부터 당하면 일을 질질 끌거나 시간을 허비하고 회사 내 비품을 낭비하는 등 수동적인 형태의 복수 행동을 보였습니다. 한편 버지니아 대학교의 롭 크로스(Rob Cross) 교수와 IBM의 앤드루 파커(Andrew Parker) 연구원 등은 조직 내에서 누가 에너지를 뺏고 누가 에너지를 주는지에 관한 조직 에너지 네트워크 지도를 연구한 바 있습니다.
석유화학 회사의 조직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구성원 각자에게 다른 구성원을 상호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관계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정도와 뺏기는 정도를 각각 5점 척도로 응답하게 하고 그 결과를 네트워크 형태로 살펴보니, 안타깝게도 에너지를 뺏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조직의 리더들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리더라면 자기 조직의 썩은 사과가 누구인지 쉽게 머릿속에 떠올렸겠지만, 사실 썩은 사과의 역할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리더 스스로일 수 있습니다.
썩은 사과 해결하기
물론 처음부터 썩은 사과를 사과 상자에 들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산업심리학에서 반복된 연구 결론처럼 채용과 배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썩은 사과를 완벽히 제거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리더는 스스로 썩은 사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경계와 더불어 구성원의 썩은 사과 행동을 제거하는 대안을 실행해야 합니다.
1. 썩은 사과의 강한 전염성을 기억하라
썩은 사과 행동의 전염성은 좋은 사과 행동보다 영향력이 훨씬 강합니다. 해당 구성원을 대하며 좋은 면도 있으니 넘어가자고 썩은 사과를 덮으려는 시도보다는 썩은 사과를 빠르게 제거하는 행동이 더욱 바람직합니다. 썩은 사과 행동이 보인다면 문제를 지적하고 그 영향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빠르게 개입하는 편이 좋습니다.
아울러 리더 스스로도 어떤 행동이 썩은 사과가 될 수 있을지 스스로를 성찰하고 구성원의 견해를 들어봐야 합니다. 긍정성을 더하는 것보다 부정성을 경계하는 것의 효과성은 부모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 아이가 무엇을 좋아할지 생각하면서 선물을 사주거나 놀이공원에 함께 가는 것도 좋은 부모의 행동이지만 아이가 흡연을 싫어한다면 담배를 끊는 것이 아이와 더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행동을 더하는 것과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 중에 더 영향력이 큰 것은 싫어하는 행동을 줄이거나 멈추는 것입니다. 하지만 썩은 사과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는 일도 흔합니다. 이럴 때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잠시 자리를 떠나 맑은 공기에 달콤한 주스를 마시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도 좋습니다.
2. 썩은 사과를 판단할 때는 영향력을 고려하라
개인 실적은 우수하나 협업하는 장면에서 썩은 사과의 행동을 보이는 구성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그 영향력을 고려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개인 실적이 우수하다면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위주로 하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작업팀을 구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엔 갈등이 심할 수 있으나 성향이 유사해 각자 기대하는 바를 이해하기 쉽고, 따라서 그들만의 합의된 규칙으로 협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일관되게 돕는 행동이 건강한 사과 상자를 만든다
처음 보는 세 명과 당신, 이렇게 4명이 한 팀이 되어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모두 6라운드에 걸쳐 라운드별로 참가자들은 1번씩 3달러를 받아 자신이 가질지 아니면 타인과 나눌지 결정해야 합니다. 자신이 갖는다면 혼자 3달러를 얻지만, 타인과 나눈다면 4명 모두 2달러씩 받게 됩니다. 1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여러분은 팀 내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6라운드 전체로 보면 라운드별로 참가자 모두 다 나눈다는 결정을 할 때 각자 48달러를 받게 되지만, 참가자 모두 자신이 갖는 결정을 하면 18달러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결정을 내릴 때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없으므로 나눈다는 결정이 항상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의 15%가량은 시종일관 나누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팀은 일관되게 나누는 사람이 없었던 85%에 비해 평균 수입이 26%가량 높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일관된 도움 행동의 전염효과 덕분이었습니다. 한결같이 나누는 사람이 조직 내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도 모르게 더 많이 나누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과거 저질렀던 썩은 사과의 행동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낙인은 아닙니다. 투명한 컵에 맑은 물을 붓고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물은 금세 탁해집니다. 이 물을 다시 맑게 하려면 그 위에 계속 맑은 물을 부어야 합니다.
일관된 도움 행동은 자신이 과거 저질렀던 썩은 사과 행동을 치유할 뿐 아니라 사과 상자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역량과 성품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히 리더의 일관된 도움 행동은 조직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 좋은 사과 행동을 조직 내 규범으로 정착시키는 지름길입니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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