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단팥빵의 시작이 궁금해졌다
우연히 초대받게 된 ‘홀릭스‘라는 앱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단팥빵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동안 단팥빵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었기에, 각 잡고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글이 단팥빵의 시초는 일본이라고 적어놨다. 단팥빵은 일본에서 개발한 빵이며, 과자 빵 반죽에 팥앙금을 충전하여 만드는 과자 빵의 일종이라는 게 그 설명이었다.
단팥빵 출현의 배경에는 메이지유신이 있다. 이후 서구 문화가 일본에 밀려들어가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유럽 각국의 빵이 일본에 소개되었고, 이 과정에서 단팥빵이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단팥빵’ 항목
- 고등학교 제과제빵(교육자원부·중앙교육진흥연구소, 2002), 빵·과자 백과사전(장상원, 민문사, 1992), 제과·제빵재료학(신길만, 교문사, 2004), 화과자대계(박근성, 비앤씨월드, 1994).
일본인들이 빵을 본 것은 16세기 이후다. 1543년, 포르투갈의 배 트럼엘타 호가 폭풍우로 일본의 다네가 섬에 도착했다. 당시 성주였던 다네가시마 도키타카는 배에 있던 포르투갈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을 후하게 대접하고, 그 보답으로 철포 두 개와 화약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포르투갈인이 빵을 먹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1549년 프란시스코 사비에르라는 선교사가 가고시마에 상륙해 기독교의 포교를 허락받았다. 그는 포교에 필요하다며 빵과 와인을 가지고 들어왔다. 이후 서양인의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서양 문화와 함께 과자가 들어왔다.
1720년 나가사키 야화에 따르면 설탕과 아몬드로 만든 과자인 하르테, 치즈케이크, 카스텔라, 별사탕, 캐러멜, 비스킷, 빵 등의 과자가 나가사키 지방의 토속 산물로 열거되어 있다. 이를 종합해 봤을 때, 일본에서는 400년 전에 이미 빵이 과자의 하나로서 일본에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단팥빵은 1875년에 기무라 야스베가 처음으로 개발했다. 유럽식 전통 빵과 다르게 밀가루에 효모를 넣지 않고 주정을 넣어 발효시켰다. 아시아인에게 친숙한 팥도 이용했다. 단팥빵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제빵계에서 가장 친숙한 품목인 크림빵, 소보로빵 모두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 그러면 이제 ‘단팥만두’에 대해서도 알아볼까
단팥빵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단팥만두로 화제가 넘어가 놀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 문장을 읽어보면 단팥빵과 단팥만두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팥빵은 서양 빵과 동양 만두의 결합체다. 밀가루 반죽에 채소나 고기를 넣고 찐 게 만두다. 단팥을 넣은 밀가루 반죽을 동양식으로 찌는 대신에 서양식으로 구우면 단팥빵이 된다.
정리하면, 단팥을 넣은 밀가루 반죽이라는 측면에서 단팥만두와 단팥빵의 시작은 동일하다. 차이는 조리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제 단팥만두의 시초에 대해 알아보자. 대부분의 글이 단팥빵을 만든 이가 일본인이라고 적어 둔다. 그런데 류잔 선사가 시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그래서 찾고 또 찾았다. 그러다 어렵게 찾아낸 글이 있다.
1341년, 원나라에 유학을 갔던 일본 승려인 류잔 선사가 귀국할 때 임정인이라는 이름의 중국인이 동행했다. 일본으로 온 임정인은 이후 절에서 만두를 빚으며 생활했다. 그는 만두 속에 고기 대신에 단팥을 넣었다고 한다.
신도 사이에서 이 단팥만두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사실이 일왕의 귀에까지 들어갈 정도였고, 이후 임정인의 단팥만두는 일본에서 만주로 발전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찐빵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화과자의 시조로 임정인을 받들고 있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단팥빵이 서양 빵과 동양 만두의 결합체라 정의하고 있다.
-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세계 음식을 찾아서 (7)일본 3」(영남일보, 2015.04.24)
단팥빵의 시조를 ‘단팥만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이는 내가 아닌 관련 전문가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단팥빵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한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마무리하며
단팥빵 위의 참깨가 늘 궁금했는데, 이제 알았다. 이 참깨는 단팥빵 속의 내용물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단팥빵의 종류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팥 알갱이가 씹힐 수 있도록 체로 거르지 않은 통단팥을 넣은 것이었고, 또 하나는 팥을 체로 걸러서 가라앉힌 고운 앙금을 넣은 빵이었다고 한다. 겉으로도 두 빵을 구별할 수 있도록 통단팥 빵에는 겨자씨를 뿌리고, 팥앙금 빵에는 참깨를 뿌렸다는 이야기.
원문: 광화문덕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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