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카페. 언제나 나를 반겨주시는 사장님이 앉아 계신다.
“잘 지내셨어요?” 사장님만의 억양이 반갑게 느껴진다. 자리에 앉아 10평 남짓한 카페를 둘러본다. 그사이 달라진 부분은 없는지 궁금해서다.
“최근에 CD를 주문했는데 LP판으로 왔어요. 반품하기도 그래서 이번 참에 LP 플레이어 장만했어요” 그러고는 LP 한정판이라며 최근 구매한 LP판을 꺼내 틀어주신다. LP판을 긁으며 울려 퍼지는 음악은 그만의 감성이 있는 것 같아 귀를 기울여본다.
“사장님 오늘도 커피 부탁드려요” 이곳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다. 모든 커피는 사장님이 직접 드립 커피 방식으로 내려주신다.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고, 사장님과 나는 우리가 잘살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공간은 내게 마음 피난처이기도 하다. 우울할 때는 내 마음속 동굴처럼 와서 그냥 말없이 앉아있다 가곤 했다.
“사장님 저는 요새 말수를 줄이려고 해요. 친해지려고 제 허물을 터놓고 이야기했던 말이 제게 독화살이 되어 돌아오는 일들을 겪고 나니 그냥 말을 줄여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스낵토크가 필요해요.”
“네? 스낵토크요?”
“상대방과 늘 의미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만 할 수 없잖아요. 대화란 상대에게 내가 적의가 없음을 알리는 정도, 너와 나는 교류하고 있고 나는 너에게 우호적인 사람이라는 정도의 느낌만 줘도 돼요. 그렇게 한다면 상대가 굳이 나를 씹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하… 어렵네요. 전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늘 진지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무의미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시간 낭비 같아서요… 무의미한 대화를 주고받는 시간이 아깝고 그런 대화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잘 생각해봐요. 말수를 줄이거나 상대와 말을 끊어버리면 그 사람도 느끼겠죠. 광화문덕 님이 자신을 경계하고 있고 뭔가 불편해서 피하고 있다는 걸요. 그러다 어떤 계기가 생겨서 혹은 오해가 있지만 불편하니 그냥 지나치는 일들이 반복되면 결국 적대감으로 확대될 수도 있을 거예요. 오해는 부정적인 기폭제와 같으니까요. 그럼 그때부터는 돌이킬 수 없을 거고요. 그래서 이런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스낵토크인 거죠.”
“이제 이해했어요. 그런데 머리는 이해했지만, 마음이 스낵토크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가 전 아직 안됐나 봐요…”
“스낵토크는 대화를 하고 있지만, 대화하지 않는 것과 같아요. 상대와 말은 하고 있지만 나에 대한 정보는 어떤 것도 전달하지 않으니까요. 그냥 무의미한 대화들을 주고받으며 서로 적대하지 않는 걸 보여주는 암시 같은 것이랄까요”
스낵토크라… 사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주변에 서로 무의미한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이들을 종종 보곤 한다. 나는 그들을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이 소중한 시간에 왜 그런 서로에게 어떤 의미도, 가치도 없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은 말들을 주고받는지에 대해…
하지만 그것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하나의 고급 스킬 장비였다. 라오킹으로 따지면 5티어급 황금 장비랄까.
원문: 광화문덕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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