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당하고 시신까지 소각당한 해수부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는지에 대해서 여야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한가? 월북 시도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당사자가 이미 사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떠한 적법한 절차도 없이 피살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살당하는 그 순간까지, 피살자는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어떤 법적인 절차도 없이 피살당하고 시신마저 소각당했는데 대한민국 정부가 가해국의 입장을 바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의 항의도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 그게 이 문제의 핵심이다.
비유해 보자. 북한 공무원이 휴전선을 넘어 월남을 시도했다. 만약 그 북한 공무원이 사살당했다면 누구 손에 당했을까? 남한군인가, 북한군인가? 당연히 북한군이다.
냉전 시절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독으로 탈주하려던 동독 주민 중 사살당한 사람들은 누구 총에 맞았을까? 서독군인가, 동독군인가? 당연히 동독군이다.
그러니 설사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다 하더라도 “꼼짝 마, 더 가면 쏜다”라고 말해야 하는 군은 북한군일까, 남한군일까? 당연히 남한군이다. 북한군은 월북을 시도하는 남한 주민을 쏘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수용하고 조사하거나 남환으로 송환하는 것이 유일하게 합법적인 조치다.
우리가 북한에서 건너오는 탈북주민을 사살한 적 있는가? 오히려 환영하지 않았던가? 김만철 일가는 대담하게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다. 전투기를 몰고 넘어온 리웅평 대위도 암람 미사일을 맞는 대신 착륙 유도 에스코트를 받고 정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니 문제의 본질은 ‘월북이다 아니다’에 있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을 어떠한 적법적 확인도, 절차도 없이 일단 쏘고 시신까지 불태운 북한의 조처, 그리고 거기에 대해 어떠한 항의도 유감도 없이 일방적인 해명을 수용한 우리 정부의 조처에 있다.
지금 국민의힘 쪽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신냉전주의’, ‘신공안정국, 반공독재’라며 반발하는 것은 민주당에게 해로운 태도다. 국힘은 민주당에게 ‘성화 밟기’를 강요하고 있다. “북한이 나빴다” 이 한 마디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냉정을 잃는 일부 부류를 일부러 자극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살 길은 건전한 리버럴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적어도 탄핵의 벽을 넘었다. 그러니 민주당은 북한의 벽을 넘어야 한다.
원문: 부정변증법의 교육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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