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공부를 잘해서 견제 받는 동아시아
동아시아 교육 모델이라고 흔히 불리는 유형이 있다. 아래와 같은 특징을 공유하는 한국, 일본, 타이완, 홍콩, 싱가포르, 그리고 최근의 중국 일부 지역(상하이, 썬전 등 고소득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 교육을 향한 높은 가치
-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
- 자녀의 교육에 헌신하는 부모
- 엄격한 학교 규율과 강도 높은 학습
이들 나라는 각종 국제 학업성취도에서 상위권을 독점했으며, 심지어 PISA 문제의 진화 방향은 이들 나라들이 상위권을 독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분투의 결과라는 말까지 있다. 실제로 PISA문항은 단순히 학습 시간을 늘리고 많은 내용을 암기하고 연습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늘리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나라들의 상위권 독점은 전혀 기가 꺾이지 않았다.
성적과 행복이 함께하는 싱가포르, 타이완, 홍콩, 일본, 상하이
유럽과 미국 등의 기존 선진국들은 ‘학생 행복지수‘를 들고 나왔다. 동아시아 나라들이 공부는 잘할지 몰라도 행복하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막상 조사를 해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아래 그래프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학생들은 행복하고 왼쪽으로 갈수록 불행하다. 위로 갈수록 공부를 잘하며 아래로 갈수록 못한다(베스트 스쿨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학업성취도 결과다). 그렇다면 오른쪽 위칸에 위치한 나라들이 좋은 교육을 하고 있는 나라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프에 따르면 싱가포르, 타이완 학생은 공부도 최상위권이면서 행복도도 상위권으로 나타난다. 홍콩, 일본, 상하이도 행복도가 평균 이상이었다. 점의 색깔이 하늘색인 나라는 공부도 잘하고 아이들도 행복한 셈이다. 남색이나, 보라색인 나라는 뭔가 좀 부족한 나라이며, 빨간색인 나라는 최악의 학교를 가진 나라들이다.
싱가포르, 타이완, 스위스, 아이슬란드, 홍콩, 일본, 리히텐슈타인, 마카오, 네덜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루웨이 정도가 최상의 교육강국으로 나온다. 카타르, 아르헨티나, 그리스, 루마니아, 불가리아, 사이프러스, 미국, 리투아니아, 러시아,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라트비아, 체코, 요르단 정도가 교육 개판인 나라로 나온다. 그럼, 우리나라는?
성적은 높지만 불행한 대한민국의 아이들
한국은 우리가 모범이라고 여기고 있던 핀란드와 함께 나란히 중하위권에 위치한다. 학업 성취도는 높으나 학생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북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전혀 다르게 핀란드에서만 학생들의 행복도가 바닥인 결과가 이채롭다.
게다가 한국의 행복도는 최하위다! 대만 아이들하고 성적은 비슷한데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불행한 것이다. 결국 한국 교육은 동아시아 교육 모델도 아닌 셈이다. 공부도 잘하고 아이도 행복한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공부만 잘하고 행복과는 담 쌓은 한국식 교육 모델로 따로 독립했으니 말이다.
교육 선진국 찾아 멀리 북유럽을 갈 것이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 홍콩, 일본을 좀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동아시아 모델에서조차 이탈한 것, 그 계기가 고통의 근원일 수 있으니 말이다.
원문 : 권재원-부정변증법의 교육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