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항쟁일에 김세진, 이재호 열사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김세진, 이재호 열사는 서울대 학생으로 1986년 분신을 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노래 <벗이여 해방이 온다>는 김세진, 이재호 열사의 죽음을 기리는 노래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훈장은 매우 매우 잘하는 일이다. 민주화는 이제 진보-보수를 뛰어넘는 ‘우리 모두의 것’이 되고 있다. <님을 위한 행진곡> 탄생의 주인공인 광주항쟁 당시에 시민군의 대변인을 했던 윤상원 열사도 훈장을 받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인혁당 가족들의 억울한 이자 부담을 덜어주라는 법원의 화해 결정을 법무부 차원에서 수용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는 이런 것을 하지 않았을까? 아마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는 검찰과 싸우느라 이런 걸 챙길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꼭 이 일이 아니더라도, 민주당의 진짜 근본 문제는 ‘만들고 싶은 나라’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한국의 진보적 시민사회는 ‘저항 세력’으로서 오랜 세월을 살았다. 그들은 반대하는 것을 통해 자신을 정립해 왔다. 그래서 예전 운동권 언어로 ‘안티테제’는 있는데 ‘진테제’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때를 ‘건국 100주년’으로 기념했다. 내가 만약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다면, 박정희 정부 시절 한국의 중화학공업을 주도했던 김정렴(비서실장), 오원철(경제비서관)에게 민주당 정부 대통령의 이름으로 ‘건국 100주년 훈장’을 주었을 것이다. 후배 세대의 한 명으로서 진심을 담아,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고 중화학공업을 일으켜줘서 진심으로 고마웠다고 말이다. 당신들의 진심어린 애국심 덕분에 우리의 아들, 딸들이 선진국 시민이 되는 초석이 될 수 있었다고. 다른 정당이 아닌 ‘민주당 정부’의 대통령 이름으로 훈장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9년 3월만 해도 두 분은 모두 살아계셨다. 그러다 2019년 연말, 2020년 연초에 각각 돌아가셨다.
정치는 ‘반대의 결집’이 중요하다. 정치는 속성상 전선과 정치적 차별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86들이 잘한다. 구체적으로 반대의 동원, 증오의 결집, 네거티브, 프레임, 뒤집어씌우기를 잘한다. 이들은 20대 때부터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총학생회 선거를 통해 이런 것을 엄청나게 많이 해서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 차원 더 높은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 정치는 속성상 “싸우는 것”이다. 다만, 싸움의 방향과 대상을 바꿔서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낡은 우리’와 싸워서 ‘혁신 우리’가 되는 것이다. 이는 ‘낡은 진보’를 내일의 ‘혁신 진보’로 이끌 수 있다. 증오심을 동원하는 진보가 아니라, 한 차원 높은 통합을 선도하는 것이다. 보수를 욕하는 게 아니라, 보수의 역사적 성취를 확 끌어안는 것이다. 그게 바로 ‘주류적 세계관’이다.
민주당과 86들은 비주류 마인드를 버리고 ‘주류적 세계관’을 가지려고 해야 할 때이다. 그때야말로 진짜 주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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