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었다. 반대 58.1%, 찬성 33.1%, 잘 모름 8.7%가 나왔다.
역대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직후 50~70%의 지지율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지하지 않았어도 “그래 이왕 대통령이 된 거, 한번 잘해봐라”라는 정서를 갖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의 최대 권력은 의제 설정 권력이다. 대통령 당선 직후는 일종에 허니문 기간이다. 당선자는 이 기간에 한국사회 개혁에 필요한 의제를 주도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당선 직후의 의제 설정 권력은 한정된 자원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생기지 않는다.
3월 9일 당선 이후, 윤석열은 약 2주간을 온통 용산 국방부 건물 이전 문제로 허비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가 용산 국방부 건물 이전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은 윤석열을 찍었던 사람에게도 불행한 일이고, 대한민국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전 국민 5,300만 명을 직접 만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윤석열을 찍은 1,600만 명의 유권자를 직접 만나겠다는 것인가? 불가능한 이야기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은 언론을 매개로 이뤄진다. 역대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면, 국민들의 궁금증과 의혹에 대해 충분히 해명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역대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 있어서가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건물로 옮기더라도, 사무실에 박혀서 참모들하고만 일을 처리한다면, 현재 청와대에 그냥 있는 것만 못하다.
윤석열 당선자가 국민과 소통을 원한다면, 매달 기자회견을 정례화하면 된다. 청와대에서 일하는지, 용산 국방부 건물에서 일하는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당선자 신분의 의제 설정 권력은 대통령 당선 직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한정된 시간에만 발생하는 권한이다. 이 중요한 시간을, 집무실 이사 문제로 보내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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