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키보트 배틀(이하 키배)의 장으로 활용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그런 분들에게 드리는 글입니다.
모든 관심사가 정치적 이슈, 사회적 문제인 분들을 문제 삼는 게 아닙니다. 제가 오랜 시간을 두고 교류해 왔던, 정치 사회 이슈 지향적이지만 멋진 나의 페친님들은 (진보/보수 구분 없이) 페이스북을 자신의 기준과 잣대에 맞게 잘 ‘활용’하고 계시고, 충분한 양식과 매너로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간혹 이러한 ‘매너’의 룰을 모르거나, 그것이 무엇인지 경험한 적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1.
SNS는 사용자 개인의 텃밭입니다. 누군가가 꾸며 놓은 정원이 자기 취향이 아니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저벅저벅 들어와서 밟지 마십시오.
욱하는 마음을 참을 수가 없고 불편한 마음을 토로하고 싶다면, 자신의 계정으로 자신의 담벼락에 글을 쓰세요. 꼭 할 말이 있으면 댓글을 달되, 최선을 다하여 예의를 갖춥니다. 그게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기본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2.
‘전체공개’와 ‘친구공개’ 포스팅을 구별합니다. 상대방의 포스팅 시간도 확인하여 친구의 눈높이에 맞추어 주십시오. 친구공개 글은 공유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전체공개 글은 공유해도 무방합니다)
친구가 왜 구별하여 포스팅했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주셔야 합니다. 친구들끼리만 나누고 싶은 개인적인 사진이거나 사연일 수 있습니다. 친구공개 포스팅은 기본적으로 공유 금지가 원칙입니다.
오래전에 올린 글에 새로 댓글이 달리면, 3년 전 글도 타임라인에 마치 새것처럼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포스팅 날짜와 시간을 확인하는 습관을 두면 좋습니다. 2년 전에 올린 글을 지금 올린 것으로 오해해서 사달이 나는 경우도 왕왕 있답니다. 그러니 포스팅 시간도 확인하며 혜량해 주십시오.
3.
사적으로 아는 사람을 제외하고, 낯선 페친에게는 지위고하 나이 불문 반말하지 마세요.
온라인이라 얼굴이 안 보이니까 감이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쓰는 단어와 문장, 글은 당신의 얼굴입니다. 페친들의 포스팅은 기본적으로 연극의 ‘방백’과 같습니다. 혼잣말처럼 보이지만 당신에게 전달하기 위한 독백 형태입니다. 그런데 댓글은 기본적으로 ‘쌍방 대화’입니다. 댓글을 ‘독백’으로 하시면 곤란합니다. 페친과 소통 목적이 아닌 자기과시성 댓글도 다른 여러 사람들이 불편합니다. 눈살 찌푸릴수밖에요.
4.
그럼에도 꼭 “싸워야겠다” 싶으신 분들은 부디 그렇게 하라고 되어 있는 네트워크 공간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오늘의유머, MLB파크, DC인사이드, MissyUSA, 네이버 정치 뉴스 기사 댓글창, 다음 아고라 등등이 있습니다. 얼굴과 이름을 가린 채 서로를 향해 욕설과 비난과 토론과 논의와 감동과 호소를 보내는 곳입니다. 거기에서 길든 습관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와서도 동일한 패턴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것은 마치 클래식 공연장에 비키니 수영복 입고 가겠다는 생각과 같습니다.
뛸 때는 뛸 줄 알고 걸어야 할 때는 걷는 게 매너입니다. 참아야 할 때는 참을 줄 알고 지를 때는 지를 줄 알아야 멋쟁이입니다. 페이스북은 개인의 신상과 얼굴이 공개된 곳입니다. 기본적으로 안 지르는 게 매너죠.
마치며
인터넷 언어의 교정은 어차피 불가능합니다. 때로는 인터넷 댓글이라도 울분을 터뜨려야 합니다. 그럼요. 분노도 표출하고, 몰려가서 다구리도 치고, 와글와글 공감 버튼도 누르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죠, 물론요.
하지만, 페이스북에서는 하지 마세요. 왜냐구요? 그건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당신이 맞게 되어 있거든요. 당신이 남기는 모든 욕설과 비난 댓글은 즉시 흔적으로 남습니다. 네, 페이스북에 비밀은 없어요. 누군가는 반드시 캡처하고 저장합니다. 그러니까, 온라인으로 나쁜 업을 만들지 마세요. 진짜예요.
원문: 송주영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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