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많은 분들과 같이 저도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구독하고 있는 크리에이터의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현재 실시간으로 인기 있는 영상이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간 ‘순삭’을 경험하고 ‘현타’를 느끼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 패턴으로 매일 잠자리에 들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있는 콘텐츠를 보면서 신기했던 점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댓글’ 이었습니다. 댓글이 왜, 하실 수도 있지만 콘텐츠를 볼 때 다른 사람들은 이 콘텐츠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한 까닭에 댓글을 자세히 읽어봅니다. 그러곤 깜짝 놀라는 것이 바로 ‘댓글의 양’ 입니다. 몇만 팔로워를 가진 크리에이터의 영상에는 천 이상의 댓글이 달려 있기도 하고 인기 있는 영상의 경우 댓글만 해도 수 천 개에 달합니다.
유튜브 최초의 영상 ‘Me at the zoo’. 이 영상에는 댓글이 백 만개 이상 달렸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어느 개인 창작자가 만든 단일 콘텐츠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이렇게 댓글이 많이 달리는 사용자 메이드 콘텐츠가 있는지 말이죠. 제가 내린 스스로의 결론은 보기 드문 현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블로그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도 개인 창작자의 콘텐츠에 이처럼 댓글이 활발한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왜 유튜브 콘텐츠는 수많은 팔로워뿐만 아니라 수많은 댓글러를 만들어내고 있는 그 이유를 주관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연예인급 ‘유튜버’의 픽을 받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내 댓글을 읽고 그 댓글을 픽 해주면 어떤 느낌일까요? 당연히 환호성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기쁨일 것입니다. 유튜브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10대, 20대에게는 연예인이나 다름없는 유튜버가 내 댓글을 ‘픽’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상에 댓글을 남기면 유튜버가 이 댓글을 확인하고 ‘하트’를 날릴 수 있습니다. 내 댓글을 ‘최애’하는 유튜버가 직접 읽었다는 의미이고 맘에 든다고 표시까지 해주는 거죠. 이렇게 하트를 받게 되면 댓글러에게 알림이 갑니다. ‘OOO님께서 XXX의 댓글을 좋아합니다.’와 같이 말이죠. 이 알림 덕분에 한 번 더 유튜브에 들어오게 되고 크리에이터가 남긴 답글 등이 있는지도 확인해봅니다.
이 때문에 유튜버가 새로운 콘텐츠를 올리면 내 댓글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팽개친 채 유튜브에 접속합니다. 일빠로 댓글을 남기고, 최애하는 유튜버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성껏 댓글을 남깁니다. 그렇게 콘텐츠의 초기 댓글이 형성되면서 이 댓글을 기반으로 다른 관점의 댓글, 또는 기존의 초기 댓글에 대한 대댓글이 달리면서 댓글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게 됩니다. 댓글이 없는 콘텐츠는 계속 댓글이 없고 댓글이 많은 콘텐츠에는 댓글 남길 ‘거리’가 많아지면서 계속 댓글이 늘어나는 신기한 법칙이 작동됩니다.
유튜버가 댓글에 하트를 줄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장치 덕분에 유튜브의 댓글은 풍부해지게 되었습니다. 또 유튜버의 신분과 대우가 연예인급으로 올라서면서 댓글에 남기는 유튜버의 피드백이 연예인이 남기는 댓글만큼의 가치를 만들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OOO가 내 댓글 픽 해줬다” 하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부러움을 얻을 수 있게 된 거죠. 크리에이터가 표현할 수 있는 댓글 하트가 댓글 생태계를 달라지게 했습니다.
댓글도 하나의 콘텐츠로 보여지는 서비스 UX
유튜브의 핵심 콘텐츠는 영상입니다. 수 많은 채널에서 각자의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보는 사용자에게는 ‘영상’ 만이 콘텐츠가 아닙니다. 영상과 함께 있는 텍스트 콘텐츠, 즉 댓글도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유튜브는 영상 콘텐츠와 텍스트 콘텐츠(댓글)을 함께 교차해서 볼 수 있도록 사용성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PC에서는 아직 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댓글을 살펴 보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모바일과 태블릿에서는 재생 영상이 상단 고정되고 댓글을 스크롤 하면서 영상과 댓글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영상 콘텐츠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콘텐츠도 함께 보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영상 콘텐츠에서 머무는 체류 시간은 늘어납니다. 영상 이외의 볼거리(댓글)가 있다는 점, 영상 콘텐츠는 별로지만 댓글 보는 재미가 있는 점 등이 체류 시간을 늘려줍니다. 유튜브 입장에서도 앱 체류 시간이 늘어나니 댓글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태블릿 가로모드에서는 영상은 왼쪽, 댓글은 오른쪽으로 화면을 분할해서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콘텐츠이든 간에 ‘댓글’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콘텐츠를 봐야 하는 이유를 찾기도 하고 어떤 관점에서는 보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원초적인 궁금함이 모두에게 있기에 댓글은 중요한 인덱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보다 쉽게 나의 생각을 남기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점은 유튜브의 사용성이 제공하는 기능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더 영상과 댓글이 잘 보이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숙제이기도 하고요.
콘텐츠 서비스에서 ‘커뮤니티 공간’으로
어떻게 하면 인기 있는 유튜버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유튜버들의 답은 바로 ‘소통’입니다. 콘텐츠 댓글에 최대한 빠짐없이 대댓글을 남기면서 빠르게 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팬이 채널의 진정한 팬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댓글 창에서는 재미있는 소통 현장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잦은 방문과 댓글 남김에 유튜버도 알게 되는 댓글러가 생겨납니다. 이번 콘텐츠에도 댓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하고 지난번 남겨줬던 고민은 잘 해결되었는지 역으로 물어보기도 합니다. 연예인들이 팬클럽 임원들과는 연락도 하고 이름을 아는 것과 비슷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팬들은 유튜버에게 장난을 걸기도 합니다. 콘텐츠 중 궁금한 내용에 대해서는 가감 없이 문의를 하기도 하죠. 어떨 때는 지난번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어떻다는 솔직한 피드백을 남기기도 합니다. 여기에 유튜버는 답글을 남기면서 그들과 소통을 합니다.
영상의 특정 시점(TC, 타임코드)을 찍어서 그 부분에 대해 댓글을 남기는 댓글러도 있습니다. 콘텐츠 하나에 대해 통으로 댓글을 남겨야 하는 다른 영상 서비스와 달리 영상의 특정 지점에 대해 댓글을 남길 수 있어서 더 구체적인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댓글을 콘텐츠 삼아 보는 다른 사용자도 TC(타임코드)를 찍어서 그 부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용자를 소환해서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사용자명’을 하게 되면 사용자를 소환할 수 있고 답글을 남기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의 게시판으로 이 공간을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처럼 댓글 영역이 커뮤니티 콘텐츠가 되면서 댓글러와 크리에이터가 소통하는 공간, 댓글러와 다른 댓글러가 소통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댓글을 남길 수 있는 형태는 TC, 사용자 소환 등 더 다양해지면서 댓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는 재미를 추가했습니다. 콘텐츠 자체의 즐거움에서 커뮤니티 요소로 충족되는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상상을 조금 더 해보면 유튜브의 댓글 영역은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모티콘을 판매하여 댓글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고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든 이모티콘을 팬에게 선물해서 그 채널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과 같이 새로운 재미를 줄 수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는 댓글이나 게시글에 #축하해 라는 태그를 달면 이 태그를 클릭 시 화면 전체에 꽃가루가 뿌려지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날의 검이지만 버릴 수 없는 ‘익명’
10대와 20대는 온라인 공간을 ‘놀이터’로 삼습니다. 재미있는 온라인 놀이가 있으면 유행처럼 따라 하고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하면 빠르게 확산됩니다. 유튜브의 주 사용자층이 10대, 20대이기에 당연히 댓글에서도 그들의 지분이 높습니다. 이들은 ‘익명’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댓글을 남깁니다. 익명이기에 셀프 필터링 절차를 겪지 않은 댓글, 즉 그들의 ‘진짜 생각’을 얼마든지 편하게 남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뽐뿌, 디씨 같이 포럼 형태의 서비스가 대표적인 커뮤니티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익명’에 있습니다. 익명이다 보니 회원들끼리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게 되었고 ‘날 것’의 재미 덕분에 다른 사용자를 계속 끌어들이고 자유롭게 댓글을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실명이거나 포털 ID처럼 블로그 등이 공개되는 것과 달리 ‘진짜 익명’이 가능합니다.
유튜브는 ‘익명’댓글의 재미를 쏠쏠하게 보고 있습니다. 모든 사용자가 닉네임을 사용하기 있기에 특정인을 연상할 수 없습니다. 마음 놓고 댓글을 쓸 수 있는 ‘개방적인 곳’ 입니다. 물론 익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도 심각합니다. 익명을 악용하며 책임감 없는 댓글을 남기는 사용자도 있으며 악플을 남기는 사용자도 많습니다. 댓글별로 좋아요, 싫어요가 있지만 유튜브의 댓글 노출 알고리즘 상 답글이 많은 댓글 순으로 노출되다 보니 댓글을 통해 설전을 벌이고 있는 ‘문제의 댓글’이 가장 먼저 보일 확률이 높습니다. 익명이라는 제도를 통해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티 포럼이 되었지만 그로 인한 댓글 오염도가 심한 유튜브. 이 댓글 오염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댓글의 적극성만큼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며
유튜브의 댓글은 코멘트 시스템이라기보다는 포럼 성격에 가깝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런 포럼 게시판이 활성화되어 있고 자유롭게 의견을 남기는 공간으로 발전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댓글 시스템은 공감, 좋아요, 싫어요 같이 하나의 댓글에 대한 평가를 위주로 보여지지만 외국에서는 댓글이 얼마나 많은 의견을 주고받게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합니다. 유튜브의 댓글 시스템에서 ‘답글’이 제일 많은 댓글이 최상위에서 노출되는 까닭도 그 이유입니다.
유튜브의 댓글이 콘텐츠를 풍성하게 하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물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콘텐츠의 댓글은 창작자에게 큰 창작 동기가 됩니다. 무플보다는 차라리 악플이 낫다는 것이 창작자 보이스입니다. 관심을 받아야 하는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댓글 하나하나가 소중합니다. 1,4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며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튜버 중 한명으로 꼽히는 릴리 싱은 책 『유튜브 레볼루션』을 통해 ‘댓글’이 가진 힘을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이 올린 영상에 공감한다는 댓글을 남겼을 때 때 큰 힘이 되며 콘텐츠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이라고 말했죠.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제가 살아온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는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이런, 우리 부모님도 그러는데’, ‘저랑 상황이 완전 똑같아요’ 등등요.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우울증에 빠지면 세상에 혼자 있는 것처럼 외롭거든요. 하지만 저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제 이야기에 공감해주어서 덜 외로웠어요. 정말 큰 위안을 받았어요.
유튜브가 전 세계의 수많은 댓글러를 모으고 있는 점에서, 그리고 갈수록 댓글 생태계의 콘텐츠가 풍부해지는 점에서 배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와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공간, 유튜버의 ‘픽’ 기능을 통해 팬들의 댓글력을 집중시키고 초기 댓글을 형성하는 점, 콘텐츠와 댓글을 얼마나 교차해서 잘 볼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하는지 등이 유튜브의 댓글을 보면서 느꼈던 점입니다. 또한 TC와 사용자 소환 등의 장치를 통해 사용자를 댓글 생태계로 얼마나 끌어들이는지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창작자에게 중요한 창작 동기가 되고 있는 댓글, 유튜브 안에서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보려 합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