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화창하고 들판에 사슴이 뛰노는 평범한 여느 날이면 어김없이, 트위터의 암울한 세계에서는 이름 잘 알려진 분들끼리 막싸움이 붙는다. 2013년 O월 O일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나름의 팬층과 적잖은 안티를 지닌 두 분들이 인용 왜곡으로 시비가 붙고, 그냥 깨끗한 정정과 재발방지 약속 마무리로 끝나지 않고 삽시간에 논쟁 태도 문제로 번지다가, 결국 막지르는 정의질과 가시돋힌 조롱 같은 서로의 자세에 대한 막트윗으로 진화하고 그 과정은 싸움구경 재밌다며 여기저기 리트윗된 촌극이 있었다. 세부적 잘잘못은 약간만 자세히 봐도 어렵지 않게 가려지지만, 오 마이 아이즈.
이쯤에서 댓글논쟁에 관해 올렸던 2009년 글을 살포시 다시 들춰본다(이상하게도, 쓸만한 이야기는 다 예전글에만 있더라). 댓글보다 더 짧게 던지고 탈맥락 파편화되기 쉬운 트위터라면 아마 더 참조할만 할지도.
건설적인 댓글논쟁을 위한 10가지 가이드
앗! 하면 바로 개싸움이 되어버리기 쉬운 댓글논쟁에 관한 한두가지 간단한 이야기.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지만, 만에 하나 댓글로 격한 논쟁을 주고받는 통에 무언가 아이디어든 뭐든 얻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보고 싶다면 생각해볼만한 몇가지 원칙들이다. 나라고 다 지키고 사는 것 아니고, 인격적으로 대해라거나 논리적으로 답변하라는 근본적인 가르침이야 이미 많이 있는 만큼, 다소 기술적인 차원으로 10가지를 적어본다.
– “당신은 어떤 사람이다”라는 도발에 넘어가지 말아라.
: 독설과 모욕의 가장 근본적 차이는 상황/행위를 까느냐 사람을 까느냐다. 그런데 백중구십구 그 구분은 애매할 뿐더러, 논쟁이 오고가다 보면 누군가는 상대를 이기고 싶은 마음에 그냥 상대를 공격하는 찌질함을 동원한다. “님은 **하다고 알았는데 실망이다” 따위로 정중함의 탈을 써봤자 거기서 거기다. 거기에 말려들어서 “그러는 당신은 **하지 않냐” 라고 사람을 규정하면 거기서 건설적 논쟁 루트는 끝, 개싸움 시작. 즉 그런 도발에 절대 넘어가지도, 그런 도발을 하지도 마라. 상대가 노골적인 모욕 레벨까지 끌어 올려도, 끝까지 원래 꺼냈던 주제 하나에 집중하라.
– 가급적이면 이미 한번 한 이야기를 반복하지 말아라.
: 만약 배경지식과 의견이 다른 상대라면, 아무리 논리적인 근거라도 한번 설명해서 제대로 알아듣게 할 방도 따위는 없다. 그렇기에 논지를 못알아듣고 다시 공격해오는 상대방에게 같은 대답을 반복하게 되고, 반복하다 보면 지겹고 짜증나서 공격적이 되거나 중간에 관둔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설명해야할 때는 “앞서 이야기한 바 대로입니다”, 영 지겨워지면 “리플 **번 참조” 정도로 생략하고 그 위에 다른 자료, 다른 논거를 계속 붙여라. 다만 완전히 무시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 종종 상대방은 자신의 똑같은 질문에 다시 답변해주지 않으면 자기가 이긴 줄 아니까(애초에 이쪽은 ‘승부’로 끌고갈 생각이 없다는 것은 상관하지 않고).
– 문제를 제기한 리플에 대한 응답 리플은 상대보다 짧게 써라.
: 이것은 기계적으로 글자수를 조절하라는 말이 아니라, 상대가 실제로 제기한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반격하다 보면 개싸움 루트가 가까워지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다. 특히 상대의 리플이 장황하고 원래 본문의 문제 제기에서 벗어나는 부분까지 뻗어갈 경우, 마구 답변하다보면 순식간에 삼천포다.
– 다른 리플러들에게 지지를 찾지 말아라.
: ‘편’이 갈리기 시작하면, 그건 싸움이 된다. 건설적 논쟁 그런 거 없다. 철저히 지금의 내용 자체에 집중하라.
– 상대를 밟으려고 하지 말아라.
: 아무리 내가 전문인 분야고 상대가 어설픈 지식으로 덤벼드는 것이 뻔히 보이든 말든, 상대를 거꾸러트리려는 노력을 하지 말아라. 그저 상대의 논리에 대한 이쪽의 반박논리를 선보여서, 관객들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라. 그냥 상대에게 해당 사안에 대한 의견과 대안을 물어보고,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 그러려니 넘어가라… 그걸 꼬투리 삼아 밟지 말고. 물론 논쟁이 격해지면 그러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겠지만, 일시적인 스트레스 해소의 유혹에 빠지는 순간 개싸움 루트다.
– 개방은 적극 권장, 차단은 선택, 삭제는 금물.
: 가끔 정말 말귀가 안통하는 상대도 있기 마련이다. 만약 그런 사람들도 다 받아들여서 논리로 응대할 수 있다면 맷집 충만한 복근이다. 하지만 그런 선행이 도저히 피곤하다고 한다면, 일정 부분 차단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IP차단이든 비로그인 차단이든 뭐든). 가장 권장하는 것은 물론 전면 개방. 차단은 상대를 구체적으로 엿먹이는 좀 도를 넘어선 대응만 아니라면(예: IP포워딩) 각 개인별 선택사항. 다만 그 경우에도 누구를 왜 차단했는지 명시해주는 것이 예의. 그런데 어떤 경우라도 도저히 금물인 것은, 바로 삭제다. 아예 관계없는 광고글이 아니라 자신의 논지에 반대한 것이라면, 좋든 싫든 논쟁의 일부다. 그것을 삭제하는 것은 그저 논쟁의 왜곡일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 대한 모독이다.
– 하루에 한두번 이상 응대하지 말아라.
: 실시간 댓글논쟁을 하면서 무려 건설적 논의를 바라는 것은 사치다. 대단한 사치다. 실시간 맞짱을 하고 싶다면 그냥 메신저 토론을 하고, 갈무리해서 포스팅을 해라.
– 당초의 이야기의 층위를 기억하라: 도발용인가 토론용인가 전문적 고민용인가?
: 이건 그냥 까는게 아니라 좀 진지하게 내용 토론을 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기능에 따라서 담론의 층위를 나누어 구사하는 것은 중요하다. 목적 자체가 어떤 이슈에 대해서 관심을 모으고 도발하기 위한 캠페인이 있고, 관점과 세부 이슈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한 토론식 발제가 있고, 실제 제도를 움직이기 위한 전문적인 층위가 있다.
예를 들어 구호로 되어 있는 호소문은 대체로 도발용 구호의 층위로 파악할 때만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같은 것을 토론 층위로 보면 솔직히 얼척 없는 경우가 많다 – 현 상황에 대한 배경 정보도 없고, 여러 집단에 호소할만한 매력적인 건더기를 제기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부연설명으로 제한을 걸지도 않았고, 게다가 쓸데없이 지사적으로 비장하게 되니까. 그런데 도발용 층위의 본문에 왜 토론 차원의 엄밀함이 없냐고 문제제기하는 것은 에러다. 또한 토론 층위로 내놓은 발제에 대해서 전문 층위가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 역시 에러.
다만, 본문이 그런 층위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다음의 층위까지 들어가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다. 공짜로 내일까지 정책보고서를 만들어달라고 떼를 쓰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혹은 그 도발은 앞서 이야기하셨던 토론내용과 방향성이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어떤 의도에서 그렇게 하고 계신가 물어보는 것도 오케이다.
– 다른 주제라면 다른 기회 다른 지면으로 미뤄라.
: 논쟁이란, 자고로 가지를 뻗는다. 하지만 다른 주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지가 멀리 뻗어나간 상태라면, 적당히 끊고 “다른 기회 다른 지면에서 다루겠음. 여기서는 원래의 주제만” 을 고수하라.
– 적절한 타이밍에 그냥 후속포스팅을 하라.
: 그렇게 미뤘으면, 다뤄줘야지. 아니면 다른 이가 다룬 것에 합류해보거나. 아니면 같은 주제에 대해서 미칠듯이 논쟁이 길어진 경우라고 해도 적당히 한번 후속포스팅으로 스위치하는 것이 낫다. 이왕이면 간단한 “지금까지의 줄거리” 요약과 함께. 그게 자신과 상대방들과 관객들을 가장 덜 괴롭게 만드는 방법이다.
주의 : 다만 이 10가지 가이드는, 건설적 논쟁으로 새 아이디어를 만들고 관람객들에게 차분히 논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상대를 거꾸러트리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다 필요없다. 그냥 말싸움질의 대가들을 보고 배우시길. 결국 의미는 없지만 한 줌의 팬층 모으기에는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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