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오아시스 재무제표와 IPO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1.
오아시스의 매출액은 3,569억 원으로 전기 대비 50% 성장합니다. 영업이익률은 4.1%에서 1.6%로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이익을 지켜냈다는 데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 오아시스 매출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액이 섞여 있어서 구분해봐야 합니다.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작년에는 온·오프라인 비중이 절반씩이었는데요, 올해는 온라인 60% 오프라인 40%의 비중으로 추정됩니다. 그렇게 보면 온라인 성장률은 80%, 오프라인 성장률은 19% 정도입니다.
그렇게 추정할 수 있는 이유는 비용 항목 중 온라인에 특화된 비용인 소모품비(포장)와 운송 보관료가 전기 대비 약 78%와 84%가 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 대충 ‘온라인은 80% 성장했구나’라고 봐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아쉬운 성장률이 아니죠.
2.
하지만 오아시스는 마음만 먹으면 성장률을 더 높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2021년에 투자받은 금액이 약 750억 원인데, 안 썼습니다. 21년 중 유무형 자산 투자 및 퀵커머스 업체 인수 대금 등으로 90억 정도 쓰긴 했는데,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 약 147억 원으로 퉁치고도 남습니다. 즉, 7월에 투자받은 돈을 12월까지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상장에 성공하면 현금은 약 2천억 원 이상 쌓이게 될 것입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보면, 오아시스가 답답해 보일 수 있습니다. ‘투자까지 받아 놓고 대체 돈을 왜 안 쓰는 거야?’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받은 자금을 2021년에 많이 썼다면 아마 적자로 전환했을 것입니다. 규모를 빠르게 키우면 초기에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거든요
내부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오아시스는 under control을 중요시 하는 것 같습니다. 돈이 있어도 우리의 통제범위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면 일단 keep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control의 결과가 지금 보이는 영업이익이구요.
제가 남양주 사람인데, 이 동네가 새벽 배송 커버리지에 포함되는데에도 꽤 오래 걸렸습니다. 동네 인구수만 10만 명이 넘는 수도권 요지인데 말이죠.
3.
오아시스의 상장 시나리오는 3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컬리가 좋은 밸류로 상장하며 이후 몇 달간 상승세를 지속한다.
- 컬리가 상장 직후 주가가 빠르게 떨어진다.
- 컬리가 상장에 실패하고 무기한 연기한다.
1번은 좋습니다. 그만큼 이커머스 신선식품의 시장이 크고 있다는 뜻이니, 오아시스도 그 시장 포텐셜을 인정받아 좋은 밸류로 같이 갈 수 있죠.
2번은 초반에 안 좋을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 밸류는 조정이 필요하며 이젠 안 속는다’라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오아시스의 공모가를 다소 낮출지언정 상장을 못 하지는 않을 겁니다. 여긴 영업이익이 있으니 말입니다. 매 분기마다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실적의 힘으로 장기 우상향하는 주가 그래프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개미에게 좋은 그림이죠.
3번은 호재일 수 있습니다. 컬리가 수익성을 이유로 상장에 실패하거나 연기될 경우, 오아시스가 선녀로 보일 겁니다. 만약 컬리가 자금이 부족해서 흔들리게 될 경우, 그 마켓 쉐어는 오아시스에게 점차 이전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1번은 시초가가 높을 것이니 공모주주에게 좋을 것이고, 2번과 3번은 장기 우상향 곡선으로 투자자 모두에게 좋을 것입니다.
4.
물론 거기에는 가정이 있습니다. 오아시스가 현재의 속도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며 그 와중에 수익성을 잃지 않는다는 가정 말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오아시스의 오퍼레이션 역량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수 있으며, 그 역량을 2021년 재무제표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으니 제 말 너무 믿지 마세요!
원문: 이재용의 페이스북
이 필자의 다른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