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스타트업이 어디인가요? 아시다시피 쿠팡입니다. 우리의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겠죠. 그 주목에는 그들의 신기한 손익도 포함될 텐데요. 2018년에 영업손실이 1조 원을 넘어섰고, 2019년에는 그 이상의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쿠팡의 가치를 10조 원 이상으로 평가합니다. 왜 그럴까요?
역시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제가 지난글 「쿠팡의 미래」에서 언급한 것처럼 쿠팡은 향후에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투자자들은 그 계획을 이해하고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10조 원이란 가치가 생겼을 것입니다.
1. 창업자의 생각
사업을 시작할 때 창업자는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사고의 절차를 거쳐 사업을 준비합니다.
- 사람들의 잠재적인 수요(Needs)를 예측해 새로운 상품 출시 계획을 세운다.
- 전체적인 시장의 규모, 경쟁의 상황 등을 고려해 매출액을 예상한다.
- 제품의 생산 및 기업에 운영에 필요한 자금의 규모를 파악하여,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운다.
- 사업의 상황에 따라 시나리오를 세우고(상·중·하) 각 시나리오의 연도별 손익을 추정하여, IPO상장이나 M&A를 통한 매각 등 미래의 모습을 그려본다.
만일 창업자가 기생충의 신우식처럼 똑똑한 아들이라면 4번까지의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믿을만한 그림이 그려졌을 때 사업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분이 1번에만 집중해 사업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강아지 사료를 좀 더 스마트하게 빅데이터와 AI를 이용하고 분석해 플랫폼을 만들어볼까?
좀 더 센스 있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데이팅 앱을 만들어볼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지요. 조금 더 깊게 고민하면 2번으로 나아갑니다.
국내 애견/애묘 사료시장이 1조 원이라니깐 50%만 점유해도 5천억이네? 진짜 개이득이다.
그리고 3번 문제에서는 이 정도 예상합니다.
재료 값은 알아보니 판매가의 50% 정도네? 직원은 영업, 관리, 마케팅 등 5명이면 되겠어. 연봉 5,000씩 2억5,000이니.. 대충 5억 원 정도 매출 찍으면 손익분기점은 넘겠네!
‘에이, 저렇게 단순하게 사업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물론 상황을 단순하게 요약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 정도로 단순한 손익추정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중요한 것은 사업 아이템의 매력이고, 매출만 잘 나오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매출이 맞습니다. 뭐가 팔려야 성장을 하든 돈을 벌든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것’입니다. 자고로 진짜 부자는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을 쓰는 것을 잘 관리했다고 하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기업이 비용을 잘 예측하고 통제해 BEP를 넘어서는 것 또한 사업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2. BEP가 뭔가요? 어떻게 분석해야 하나요?
회사의 당기순이익(또는 영업이익)이 0을 넘어섰다면 그 회사는 손익분기점(Break Even Point, 이하 BEP)를 넘었다고 합니다. BEP를 이해하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수익과 비용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쉽게 간과하고 계신 내용을 아래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1) 수익: 수량 x 단가
수익은 판매수량에 단가를 곱한 것입니다. 당연한 말 아니냐고 하겠지만, 이 두 가지의 요소를 구분하지 않고 전체의 매출액만 고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단 첫째로는 단가를 측정해야 하는데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상당히 낮은 단가로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생존에 필요한 최소 단가가 얼마인지 확인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수량은 시장 상황 및 경쟁상황 등을 고려해 보수적인 분석을 해야 합니다. 위의 예시에서 펫사료나 데이팅앱을 말씀드린 이유는, 실제도 그런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지만 생각보다 시장이 작고, 경쟁은 심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2) 비용: 고정비 + 변동비
비용의 종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지만, BEP분석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고정비와 변동비로 구분합니다. 저도 기업분석할 때 항상 살펴보는 개념인데요.
- 고정비: 일정기간 동안 매출이 상승해도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 고정적인 비용(ex. 임차료, 감가상각비 등)
- 변동비: 매출액의 증감에 따라 유사한 비율로 증감하는 비용(ex. 재료비, 운송비 등)
변동비와 고정비에 차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계신 개념이긴 한데 아래 두 가지 사항을 생각해야 합니다.
- 비용 중에서 어떤 것이 고정비인지 변동비인지 구분하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 어느 순간에 고정비가 상승하는지 인지해야 합니다.
인건비는 고정비일까요 변동비일까요? 일반적으로 매출이 늘어난다고 직원들의 월급이 곧바로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고정비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쿠팡처럼 매출과 고용(쿠팡맨)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특성이 있는 경우 1년 단위의 원가분석을 할 때는 변동비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또한 고정비라고 해서 매출과는 관련 없는 상수가 아닙니다.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 직원도 늘기 때문에 본사 임차료도 더 많이 들고, 컴퓨터나 각종 기자재들도 구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매출의 수준에 따라 광고비 집행도 커지죠. 만일 오프라인 사업을 한다면 매장도 늘려야 해요. 이처럼 각각 어느 정도의 매출 수준에 따라 고정비가 늘어날지 여부도 섬세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3) 예상손익 분석을 해봐야 합니다.
사업을 할 때는 발생 가능한 모든 비용을 펼쳐놓고 각 비용이 변동비인지 또는 고정비인지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판매단가의 변동이나 판매수량의 변동에 따라 손익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각 케이스별로 어떻게 손익이 나오게 될지 시나리오 분석을 해보면 더욱 좋습니다. 엑셀을 통해 간단한 양식을 작성해 봤는데요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나올 것입니다.
3. BEP를 모르면 어떻게 되는데요?
사실 BEP를 몰라도 사업이 무진장 잘되면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 만들면서 BEP분석을 했을까요?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것처럼 자신의 손익을 예상하는 것은 사업의 실패를 줄여주는 좋은 활동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창업자가 자신의 BEP를 잘 모르는 경우 겪게 될 어려움은 아래와 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투자를 받기가 어려워진다.
- 제대로 된 가치로 평가받기 힘들다.
- 평생 BEP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전통적으로 스타트업에서는 손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스타트업 투자자들은 기업이 새로운 가치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면, 그 영향력으로 손익은 나중에 따라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많은 VC들이 열심히 투자해서 기업가치를 올렸는데 실제 주식시장에 가거나 가기 전에 기업가치가 폭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이제는 투자자들도 기업이 언제 어떻게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관점가 되고 있습니다. 즉 BEP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면 투자받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수익과 비용구조를 분석해서, 어떤 부분을 절약하거나 변동비를 고정비화 시키거나 여러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예상보다 BEP를 달성하는 기간이 길어집니다. 회사에 자금이 부족해지죠. 자금조달이 급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투자자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게 되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고 급하게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그럼 금방 또 자금이 마릅니다. 그렇게 악순환이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수익과 비용이 안 만나는 경우도 생깁니다. BEP분석을 위해 수익과 비용을 그려보는 것을 CVP분석이라고 하는데 가끔 아래와 같은 그림의 회사도 있습니다. 아래의 수익과 비용이 뒤로 가면 만나야 이익이 생기건만, 안 만나요. 예상보다 비용(특히 변동비)이 크기 때문인데요. 이걸 나중에 깨달으면 문제를 해결하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창업전 또는 사업 초기에 기업이 어떤 수익과 비용구조를 가지게 될지 치열하게 분석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4. 결론
지난 글에서 고백했듯이 저는 야구 매니아이며, 축구, 농구할 것 없이 스포츠는 다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수십년간 많은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경기를 보기에는 공격을 잘하는 팀이 재미있는데, 막상 우승은 수비를 잘하는 팀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격은 기복이 심한데 수비를 잘하는 팀은 매 경기 안정적인 성과를 올리기 때문입니다.
기업 경영도 비슷한데요, 수익(매출)은 공격, 비용은 수비라고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공격을 잘하는(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투자자들이나 고객들에게 인기도 많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만..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생존하는 기업은 수비를 잘하는(비용을 잘 컨트롤하고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회사)기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수익과 비용을 꼼꼼하게 분류하고 BEP와 예상손익을 추정하고 검증해 수시로 계획을 조정하는 활동이 기업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문: 이재용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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