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나는 왜 네가 힘들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오늘은 ‘피해자 역할’을 통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인정 욕구를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과 심리를 좀 더 깊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피해자의 모습
이들은 순수해 보이고, 연약해 보입니다. 애처롭거나 우는 소리를 많이 하며, 인생에서 불행한 일을 많이 겪고, 평소 수동적인 태도를 많이 보입니다. 일견 착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기도 당하고, 친구한테 배신도 당하는 등 야무지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조언을 해 주어도 몇 번이나 안 좋은 일을 겪고는 합니다. 사람 자체는 나쁜 것 같지 않아서 주위 사람들이 보다 못해 도와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피해자 유형은 자신의 불행을 통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재주가 뛰어납니다. “너는 그래도 잘 살잖아” “너는 나보다 훨씬 낫지” 등의 말을 해서, 대화하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합니다. 마치 자기는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데, 나는 잘 지낸다는 이유로 죄의식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듣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성과나 즐거운 일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상대에게 계속 위로만 하고, “아니야 너도 괜찮아” 혹은 “나도 그렇게 좋지만은 않아…” 등의 이야기만 해야 하지요.
또 어떤 경우엔 “넌 진짜 운이 좋다, 나는 늘 실패만 하는데…”라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말들은 상대의 노력을 인정하기 싫은 태도가 합쳐진 멘트입니다. 그래서 대화가 끝나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죠.
이들은 삶이 괴로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며, 힘들게 다리를 끌면서 걷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대다수의 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무리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연출하며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연민의 시선을 갖기를 바랍니다.
요약하면 피해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연민을 자아내고 신경 쓰이게 만들며 감정을 자극합니다.
피해자 코스프레의 이점
피해자 역할에는 명백한 이득이 있습니다. 상대의 동정심을 자극해서 자기가 져야 할 책임을 상대와 세상에 떠넘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 역할은 불쌍하고 부족한 모습을 통해 주위 사람들의 동정심과 연민을 불러 모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독점해 인정 욕구를 채울 수도 있지요. 또한 무엇보다 처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가끔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자신이 피해자라는 식으로 사과문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이렇게 해야 비난과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은연중에 믿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내가 지금 이 꼴인 이유는 사악한 박해자(혹은 나쁜 구원자) 때문입니다. 나는 어쩔 수 없었어요.’라고 말하면서 처벌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자살소동을 벌이기도 하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기보다는, 자살을 할 거라는 말을 통해서 관심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만약 박해자 역할을 담당할 사람이 없다면, 자신을 멍청한 사람이나 부족한 사람으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합니다. 자신은 잘 몰랐고, 어렸고, 성숙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말이죠.
‘불행한 나’라는 정체성은 자신에게 아무 잘못이 없고, 상대나 세상이 문제라는 사고방식으로 발전하여 자신의 자아를 보호합니다. 이로 인해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져버리고, 계속 한정된 역량에 머무르면서 (좋지 않은 )관심을 받게 됩니다.
피해자들의 게임 방식
1. 엄마가 아이에게 설거지를 시키는 상황
설거지가 하기 싫은 아이는 3초에 한 번꼴로 엄마를 부릅니다.
엄마! 이거 어떻게 닦아요?”
“엄마! 이건 어디다 둬요?”
“엄마! 기름때는 어떻게 지워야 해요?!”
알아서 할 수도 있지만 하기 싫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코스프레를 시작합니다. 싱크대 주위에 물을 흥건하게 뿌려버리고, 그릇을 깨 먹기도 합니다. 계속 실수하고 멍청하게 설거지를 하면서 얼간이같이 굴기도 합니다.
설상가상 그릇의 음식물 찌꺼기는 그대로이고 세제도 제대로 닦지 않은 채 마무리하는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엄마가 이 때문에 화를 내도 ‘나는 그래도 노력했는데…’ 하면서 책임을 회피합니다.
이런 모습에 엄마가 화를 내게 되면 아이는 엄마를 탓하면서 상황을 마무리합니다.
엄마는 늘 나한테 불만이야!
아이는 설거지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짜증을 유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엄마는 화를 내는 가해자가 되었고, 아이는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설거지는 피할 수 있을 겁니다.
2. 부부싸움
부모님이 싸울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멘트를 한 번씩은 들었을 겁니다.
당신이 오전부터 짜증 나게 구는 바람에 내가 중요한 전화 하는 걸 까먹었잖아!”
당신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야?”
이외의 전형적인 멘트로 이런 것이 있습니다.
당신과 결혼만 안 했어도 훨씬 행복했을 텐데…
사실 자신이 선택한 배우자입니다. 그럼에도 본인이 피해자 입장이 되기를 자청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으며, 모든 것은 배우자 때문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죠.
3. 가해자로 만들기
실수나 실언을 하고 한 뒤 어리석거나 상처를 줄 있는 말 상대를 도발합니다. 그러면 속상하고 화가 난 상대가 결국 박해자로 돌변하게 됩니다.
아, 미안. 내가 또 이상한 소리 했네…”
“아, 또 그랬네…”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가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자초하는 과격한 수준까지 몰고 가기도 합니다. 이런 대화는 상대가 언제까지 참는지 시험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상대가 가해자가 되면, 자신은 피해자가 되고 계속 피해자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
- 내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면
자신이 상대의 심리를 조종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즉, 상대와 평범한 대화나 교류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계속 피해자에 머무를 수 있는 대화와 행위를 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에게 불편한 감정을 주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하죠. 결국 자신의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상대를 이용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앞으로 나아질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늘 넋두리만 하고 있다면, 이제는 불평불만 대신 구체적인 요구를 하겠다고 다짐해야 합니다. 상대에게 공감을 원한다면 공감받고 감정을 털어내는 데 집중하고, 문제 해결을 원하면 조언을 받고 행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하는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남이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한다면, 자신은 무력해지고 발전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신의 욕구를 분명히 알고, 그것을 스스로 쟁취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자신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책임을 지는 행위에서 진짜 경험이 쌓이고, 성숙해질 수 있으니까요.
- 상대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면
상대는 불평불만은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길게 이야기하고 있을 뿐, 사실은 문제 해결도 공감도 바라지 않음을 알아야 하죠. 그러면 더 이상 상대의 말을 듣는 대신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길 바라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구체적인 이야기를 피한다면, 대화를 멈추세요. 다음에 마음이 정리되면 이야기하자고 해야 합니다. 당신은 상대의 넋두리를 계속 듣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을 불쌍한 존재라고 바라보면, 그들은 계속 수동적인 입장을 갖게 됩니다. 그게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이죠.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그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너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
“너도 헤쳐나가야 하며, 헤쳐나갈 수 있다”
이런 태도로 나아가야 합니다.
끝으로 간혹 누군가는 자신의 고통을 너무 과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들은 실제 아픔보다도 지나치게 부풀려 표현한 것이므로, 그들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원문: 멘디쌤 조명국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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