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밀가루, 버터, 크림을 넣어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내는 디저트 빵이 익숙하다면, 유럽에서는 식사용 빵으로 담백하고 슴슴한 맛의 빵을 즐겨 먹는다. 이러한 식사용 빵으로는 깜빠뉴와 통밀빵 등이 있는데, 모두 산성 반죽인 사워 도우를 사용하여 오랜 시간 발효 후 구워 완성한다. 사워 도우는 이스트 대신 천연발효종 르방(Levain)를 넣어 빵을 부풀린다. 효모균인 르방을 사용하면 빵의 풍미가 극대화되고 소화가 잘돼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식사 대용으로 건강한 빵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우리 밀에 천연발효종, 물, 소금을 넣은 반죽으로 빵을 굽는 베이커리가 주목받고 있는 것. 사워도우, 깜빠뉴, 통밀빵 같은 종류의 빵들은 딱딱하고 질긴 겉면과 달리 속은 촉촉한 식감이 느껴진다. 처음 발효빵을 접하는 사람들은 시큼한 맛에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씹을수록 느껴지는 통밀의 구수한 풍미에 곧 매료된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먹기 좋게 썰어 신선한 야채를 곁들인 샌드위치로, 버터를 발라 한층 고소한 맛으로, 따뜻한 수프와 함께 부드럽게 즐겨도 좋다. 수수한 자연을 담은 대지의 선물, 천연발효종 빵 맛집 BEST 5를 소개한다.
1. 담백한 빵에 무화과의 달큰한 맛이 더해진, 성수 ‘에르제’
‘에르제’는 유기농 밀가루만을 사용하여 사워도우, 페스츄리, 구움 과자 등을 만드는 To-go 베이커리다. 와인, 치즈, 파스타면, 올리브 오일 등 다양한 식재료도 만나볼 수 있다. 깜빠뉴, 바게트, 호밀빵 등 하드 계열의 빵들은 우유나 버터를 첨가하지 않은 비건 스타일로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유기농 밀가루, 르방, 소금, 물로 만든 반죽에 건무화과를 아낌없이 넣은 뒤 구운 ‘무화과 깜빠뉴’. 담백한 빵 사이사이에 콕콕 박힌 무화과를 씹을 때마다 달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시간대별로 나오는 빵 종류가 다르니 원하는 종류가 있다면 시간을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식신TIP
- 위치: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135
- 영업시간: 평일 08:00 – 19:00, 주말 10:00 – 19:00
- 가격: 무화과 깜빠뉴 7,800원, 잠봉뵈르 7,500원
- 후기(식신 카이저쏘제): 아침 일찍부터 오픈해서 출근 전 들리기 좋아요. 가격은 좀 나가지만 유기농 밀가루로 만들었다고 하니 건강 빵 같은 느낌도 들어요. 오늘은 무화과 깜빠뉴 사 왔는데 꼭 매장에서 잘라 달라고 하세요! 딱딱해서 집에서 자르기 힘듭니다. 달달한 무화과와 담백하고 쫀득한 빵이 너무 잘 어울렸어요. 질리지 않게 계속 손이 가는 맛입니다.
2. 맷돌형 제분으로 영양분을 살린, 공덕 ‘수더분’
경남 사천의 통밀, 충북 음성의 호밀, 경남 함양의 앉은뱅이밀 등 100% 우리 밀로 빵을 만드는 ‘수더분’. 저온 저속의 맷돌형으로 제분한 밀을 사용하여 영양분의 파괴를 최소화한다.
대표 메뉴 ‘사워도우’는 우리 밀에 천연발효종, 물, 소금을 넣은 반죽으로 준비된다. 정성스럽게 치댄 반죽은 24시간 발효 과정을 거친 뒤 구워 낸다. 우리 밀로 만들어 사워도우 특유의 시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호밀 70%, 통밀 70% 사워도우와 크랜베리&호두, 무화과&호두, 그린 올리브 등 다양한 종류의 사워도우가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 즐길 수 있다.
식신TIP
- 위치: 서울 마포구 백범로 152
- 영업시간: 화 – 금요일 10:30 – 19:30, 일, 월요일 휴무
- 가격: 사워도우 8,000원, 크랜베리&호두 사워도우 8,500원
- 후기(식신 미도리): 평소에 자극적인 빵보다는 슴슴하고 든든한 빵을 선호하는데 수더분의 빵들은 건강한 맛과 먹고 나서도 속이 편해서 좋아요. 기본 사워도우와 씨드 사워도우 사서 먹었는데 정말 겉바속쫀! 먹기 좋게 잘라서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으면 정말 맛있더라고요! 빵과 곁들이기 좋은 버터, 바질 페스토, 꿀도 구매할 수 있어요.
3. 우리나라 밀로 만든 독일식 식사 빵, 강화 ‘벨팡’
‘벨팡’은 ‘아름다움’과 ‘삶’이라는 뜻으로 환경적인 삶과 먹거리에 가치를 둔다는 신념을 담았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밀로 독일식 식사 빵을 만든다.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부드럽지 않고 투박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 메뉴는 둥근 모양의 큼지막한 빵 위의 쩍쩍 갈라진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 ‘프랑켄라입’. 70% 함량의 호밀에 고수 씨, 쿰멜 등 4가지 허브 향신료를 넣어 만들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밀 자체의 구수한 맛과 함께 입안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산미를 경험할 수 있다. 꽉 찬 밀도의 빵 속은 적당한 수분감을 가지고 있어 촉촉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식신TIP
- 위치: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길 32
- 영업시간: 매일 11:00 – 20:00, 월요일 휴무
- 가격: 프랑켄라입 10,000원, 드라이콘 밋 후르츠브로트 12,000원
- 후기(식신 바나나맛우유): 작은 매장이지만 생각보다 빵 종류가 많더라고요! 식빵, 바게트, 치아바타, 호밀빵 등등 보기만 해도 건강한 느낌과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의 빵들이 많답니다. 저는 커다란 프랑켄라입 하나 구입해서 식사 대용으로 먹고 있는데 정말 만족도 100%입니다~ 발사믹 오일에 찍어 먹어도 맛나고 치즈를 올려 먹어도 맛있어요~!
4. 곡물의 고소한 풍미가 느껴지는, 영등포 ‘아쥬드블레’
우리 땅에서 자연의 방식으로 건강하게 기른 토종 밀과 토종 잡곡으로 곡물 본연의 맛과 풍미가 살아있는 빵을 굽는 ‘아쥬드블레’. 깜빠뉴, 르방빵, 사워도우와 같은 유럽식 식사 빵을 지향한다. 인공 화학첨가제 없이 20시간 이상 저온 장기 숙성을 거친 슬로우 브레드를 맛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숙성으로 밀가루 전분이 충분히 분해되어 소화 흡수가 쉽고 속이 편안한 점이 매력적이다.
대표 메뉴 ‘아쥬드블레 사워도우’는 공주의 앉은뱅이 밀과 강화의 금강 밀에 직접 배양한 천연발효종과 신안 천일염을 넣은 반죽을 숙성시킨 뒤 구워 완성했다. 한입 베어 물면 시큼한 산미가 느껴지는 것도 잠시 뒤이어 퍼지는 곡물의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식신TIP
- 위치: 서울 영등포구 양산로 16
- 영업시간: 매일 09:00 – 20:00, 일, 월요일 휴무
- 가격: 아쥬드블레 사워도우 5,000원, 비트 사워도우 12,000원
- 후기(식신 ss더블에스ss): 제가 자주 가는 단골 빵집이에요. 버터가 들어간 달달한 빵보다는 고소하고 슴슴한 맛의 식사 빵을 선호하는데요~ 밀가루 빵들은 먹으면 속이 더부룩해질 때가 많은데 여기 빵은 속도 편하고 맛있어서 좋아요. 사워도우 한 덩이 사서 버터를 발라 먹어도 맛있고 따뜻하게 구워 먹어도 정말 맛나요.
5. 당뇨병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성수 ‘뺑드에코’
‘뺑드에코’는 김동일 파티쉐 부부가 유기농 밀가루와 르방으로 만든 반죽을 저온 숙성을 거쳐 건강한 빵을 만든다. 치아바타, 바게트, 깜빠뉴, 크루아상, 스콘 등 수많은 빵이 진열되어 있어 식욕을 한껏 자극한다.
대표 메뉴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한국화 화가 김선형 교수를 위해 만든 빵 ‘뺑선형쓰’. 당뇨병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이스트 대신 직접 재배한 천연 발효종을 사용했다. 칼집 사이로 노릇하게 구워진 빵은 통밀과 호밀에 아몬드, 피칸, 호두 등 견과류를 듬뿍 넣어 누룽지같이 구수한 맛과 함께 씹는 맛을 동시에 선사한다. 오후에 방문하면 품절되는 종류가 많으니 예약 후 방문해도 좋다.
식신TIP
- 위치: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44
- 영업시간: 매일 11:00 – 19:00, 월, 화요일 휴무
- 가격: 뺑선형쓰 8,000원, 올리브 치즈 바게트 8,000원
- 후기(식신 자두야놀자): 빵지순례하러 다녀왔습니다. 2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잘 몰랐는데 빵 종류가 엄청 많더라고요. 평소에 깜빠뉴, 사워도우, 바게트 같은 퍽퍽한 빵들을 좋아하는데 대부분 그런 빵들로 여러 종류가 있어서 정신없이 쓸어 담아왔네요. 깜빠뉴만 썰어 달라고 해서 집 오는 길에 맛보았는데 산미도 딱 좋고 구수해서 계속 먹게 되더라고요~
원문: 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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