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에서는 인간의 고통이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불교도는 아니지만, 대체로 동의합니다.
40년 가까운 개인사를 돌아보았을 때 고통스럽고 불행했던 순간은 늘 욕심이 좌절될 때였습니다. 무언가를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할 때, 되고 싶은데 되지 못할 때,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할 때와 같이 말이죠. 그 크기 역시 바라는 바와 현실의 괴리가 클수록 더 크게 느껴졌고요.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는 직장 생활이 이다지도 고통스럽고 불행한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일과 회사에, 그리고 동료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러니, 직장에서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불행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수도 없이 많은 ‘바라지’ 않아야 하는 것 중에 제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5가지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해를 바라지 마라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도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동일한 유전자와 생활 방식을 공유하는 부모-자식, 형제지간에도 이해의 벽을 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고요.
그뿐인가요? 심지어는 나 자신의 감정과 행동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그저 회사라는 취약한 사회적 테두리 안에 얽힌 동료를 이해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당신은 동료들의 이상한 행동과 말투, 그리고 일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나요? 당신이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들도 당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애초에 회사가, 동료가 당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라지 말아야 합니다.
2. 용서를 바라지 마라
앞서도 말했듯 회사는 가정이 아니고, 동료는 가족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 누구도 당신을 위해 희생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무리 선하고 좋은 사람이라도, 그간 수도 없이 함께 술잔을 기울여온 절친한 동료라도 당신의 잘못을 못 본 척 넘어가거나 대신 책임져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잘못했을 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좀처럼 없습니다.
그러니 애초에 당신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바라지 마세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책임을 지고, 미안한 마음은 진심으로 표현하는 것뿐입니다.
3. 배려를 바라지 마라
회사라는 조직의 시간은 타인을 배려하기에는 밀도가 너무 높습니다.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숨 막히게 바쁘고 정신없는 치열한 생존 환경에서 타인을 배려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 경험을 돌아보았을 때 제가 다른 동료를 배려했던 이유는 그 배려가 저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때뿐입니다.
제 경험만 가지고 성급히 일반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직장에서는 목적 없는 배려가 없다”라는 제 의견에 동의한다면, 동료들이 당신을 배려해서 당신을 위한 선한 행동을 해 줄 것을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4. 보답을 바라지 마라
배려를 바라지 말아야 하듯, 보답도 바라지 않아야 불행한 직장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아무런 목적 없이 동료에게 선을 베풀었다 할지라도, 당신의 선한 행동이 그 사람에게는 그다지 선한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선행을 받은 동료 역시 이미 “직장에서는 목적 없는 배려가 없다”는 걸 부지불식간에 느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당신이 베푼 선한 행동과 친절한 배려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보답을 바라지 마십시오. 보답을 바라면 바랄수록 스스로가 쪼잔해 보이고, 상대방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 불행의 씨앗이 싹트니까요.
5. 인정을 바라지 마라
직장 생활이 불행하지 않으려면,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기본적인 사회적 욕구마저도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당신의 능력이 아무리 탁월할지라도, 그 능력이란 것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될 수 없기에 동료들은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운이 좋았거나, 처세를 잘해서 잘 나간다고 자기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을 뿐이죠.
또한, 당신이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낼지라도 회사는 당신에 대한 기대치를 이미 월급에 포함하기 때문에 응당 당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한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성과급이니 보너스니 하는 것들로 당신의 공로를 치하해 주지만, 당신의 기대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실적으로 떨쳐내기 어려운 욕심을 과감하게 비워내야 한다는 취지에서 글을 쓰다 보니, 논조가 다소 극단적이고 염세적이었음을 인정합니다. 대부분의 문화적 사상과 헤게모니가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안정되어 가듯 ‘조직에 대한 충성’과 ‘동료에 대한 신뢰’를 강요했던 기존의 사고방식(정)에 대한 극단적 ‘반’의 표현이라 생각해 주세요. 만족스럽고 행복한 직장 생활의 ‘합’을 만들어 내기 위한 극단적 표현이라 생각하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문: 워킹대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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