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izmodo의 「Could the World Ever Run Entirely on Renewable Energy?」를 번역한 글입니다.
전 세계의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의 이면에는 거시적인 갈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일부 정치인들과 대형 석유 기업은 ‘100% 재생에너지 대체’를 반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또 다른 중요한 점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냐는 문제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참혹한 결과가 펼쳐질 것입니다.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지구의 상당 부분이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로 바뀔 수 있습니다.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작은 은신처에서 썩은 다람쥐 고기를 먹으며 버텨야 할지도 모릅니다.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잠시 접어 두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 《Gizmodo》는 전문가 패널에게 전 세계의 에너지를 100% 재생 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을지,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1. 마크 Z. 제이콥슨(Mark Z. Jacobson)
스탠퍼드 대학교 토목환경공학부 교수 겸 대기/에너지 프로그램 책임자. 『100% 청정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100% Clean, Renewable Energy and Storage for Everything)』 저자
그것은 절대적으로 가능합니다.
우리 연구팀은 2008년부터 재생 에너지만으로 전 세계 모든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을지 연구해왔습니다. 10개가 넘는 연구를 진행했죠. 우리는 이것이 완벽하게 가능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청정 재생에너지란 풍력, 수력, 태양광 발전을 의미합니다. 육상과 해상 풍력, 옥상 태양광, 집광형 태양광, 지열 발전 등을 포함하죠. 바이오매스와 바이오 연료는 청정에너지가 아니라서 제외했습니다. 바이오 에너지는 연료를 태워야 하고, 많은 토지와 삼림을 없앱니다. 화석연료는 물론, 탄소 포집, 원자력 에너지도 제외됩니다. 이런 에너지원은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99.7%를 차지하는 143개국을 대상으로 계산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국가의 전력을 풍력, 수력, 태양력 발전만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는 에너지를 저장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야 합니다.
전력 저장, 열 저장, 저온 저장, 수소 저장 장치를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과 결합해야 하죠. 이를 통해 모든 전력을 100% 청정에너지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는 전력, 수송, 건물, 산업 등 주요한 4개 부문으로 나뉩니다. 수송은 전기 자동차, 수소 자동차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건물 부문에서는 전기 열펌프로 냉난방, 온수를 공급하고, 전기스토브가 인덕션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약 57%의 전력 수요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연료 연소보다 전기로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면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화석 연료와 우라늄의 채굴, 운송, 정제에 들어가는 상당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습니다. 이들만 해도 글로벌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2%를 차지하는 큰 규모에 해당합니다.
또한, 이러한 변화 덕분에 화석 연료, 바이오 연료의 연소가 빚어낸 대기 오염으로 희생되는 사망자를 연간 700만 명이나 줄일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도 얻을 수 있습니다. 에너지 수요가 57% 줄어들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비용이 57% 감소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추가로 더 큰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풍력, 태양광 에너지는 가스 비용의 절반밖에 안 되는 저렴한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단위당 비용을 60% 이상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 수치는 대기 환경 개선과 탄소 배출 저감으로 줄어든 건강 관리 비용, 기후변화 대응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이런 요소를 반영하면 대부분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현재 시스템의 비용을 90%나 줄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팀은 현재의 기술로 100% 에너지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정치적 실행력도 필요합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죠. 현재 61개국에서 100% 재생가능 에너지에 관한 법을 제정했습니다.
미국 13개 주와 180개 도시, 전 세계 300개 도시도 관련 법률이나 행정 명령을 제정했습니다. 변화는 확산 중입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고, 변화에 뒤처진 사람도 많습니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사업에 대중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2. 에밀리 그루버트(Emily Grubert)
조지아 공대 환경공학, 건설 및 인프라 시스템공학, 지속가능한 사회 부문 조교수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인류는 오래전부터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왔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그렇다” 입니다. 하지만 먼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100% 재생에너지 사회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현재의 시스템은 완전한 재생에너지 이용을 가정하지 않고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생산과 활용에 약점이 있죠.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인류는 오래전부터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왔습니다. 우리가 에너지 시스템에서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요? 우선,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에너지 시스템의 다양한 기준도 생각해야 하죠. 에너지 신뢰성, 비용, 환경적 특성 등이 대표적입니다.
어떤 에너지원은 환경적, 사회적 기준 또는 신뢰성 측면에서 가장 우월하지만, 비용이 너무 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기준들을 절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체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인류가 궁극적으로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매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일단, 공론장에서 우선순위를 공유해야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 안전한 에너지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요소를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정부 규제, 국가 표준, 국제 협약 등을 통해 공론장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하향식으로 의제가 정해지고 있습니다.
3. 사라 존스턴(Sarah Johnston)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 농업 응용경제학과 조교수. 주요 연구 분야는 산업조직, 에너지, 환경 경제학.
제 대답은 “그렇다” 입니다. 하지만 완전한 재생에너지 대체를 위해서는 기술 진보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미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대규모 전기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조량이나 바람이 적을 때 전력을 저장하는 기술은 아직 부족합니다.
물론 전력 저장 기술이 발전하면서 몇 시간 동안 사용할 전력은 저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며칠간 사용하는 전력을 저장하는 건 아직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력 저장 기술의 혁신이 꼭 필요합니다.
또 다른 방안은 전기를 저장이 쉬운 형태로 바꾸는 것입니다. 현재는 잉여 전기를 수소로 변환해 저장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경제성이 아직 낮습니다. 이러한 분야에서의 기술 발전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난 20년간의 진전을 고려하면, 저는 우리가 결국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과연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목표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경제학의 핵심 원칙인 한계비용 체증을 생각해야 하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환의 한계비용이 낮은 분야부터 재생에너지로 바뀔 것입니다. 우선 화석 연료 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그다음 가스 자동차가 전기 자동차로 바뀌겠죠. 이렇게 하나씩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다 보면 나중에는 전환의 한계 비용이 급증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천만 가구의 천연가스 난방을 전기 난방으로 바꾸는 것은 천연가스 보일러를 계속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소요됩니다.
재생에너지 이용률을 99%에서 100%로 높일 때 기후변화 감소 효과는 50%에서 51%로 높이는 것과 비슷하지만, 이때 소요되는 비용은 전자가 훨씬 더 높습니다. 따라서, 전환율 100%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4. 스티븐 데이비스(Steven Davis)
캘리포니아 대학 어바인 캠퍼스 지구 시스템공학과 교수.
제 대답은 “그렇다” 입니다.
재생에너지로 모든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풍력, 태양광 등 변동성이 큰 에너지원의 비중이 80% 이상으로 크게 높아지면 기술·경제학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매 순간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경제성이 높은 대용량 에너지 저장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와 같은 재생에너지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런 에너지원은 지속가능성과 관련해서 저마다의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든 연료가 핵심이 되리라 전망합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연료로 전환하고 다시 전기로 되돌리는 것이죠. 이 기술은 아직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만, 100% 태양광, 풍력 에너지 시스템의 총비용을 더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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