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자동차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낮은 유지비를 무기로 빠르게 성장합니다. 정부의 보조금과 제조사의 마케팅이 맞물리면서 최근 3년간 우리나라에서 시장 점유율이 무려 3배나 뛰었는데요. 하지만 보조금을 감안하더라도 일반 차량보다 높은 찻값 때문에 많은 신차 구매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연 누구나 친환경 자동차로 유지비를 아껴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을까요? 밸류챔피언에서는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 3종(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과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신차 가격 및 연료 비용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실익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핵심 조사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중·대형 및 고사양 차량의 경우 손익분기점이 3–6년 내외로, 유지비 절감을 통해 찻값 인상분을 상쇄하는 경제적 실익이 비교적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저사양 차량 구매가 목적인 경우 손익분기점이 10–15년으로 오히려 내연기관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 차종에 따라 손익분기점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보조금에 극도로 민감한 가격구조 때문이며, 보조금이 100만 원씩 적어질 때마다 일반 하이브리드는 최대 2.8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1년, 전기차는 0.8년씩 손익분기점이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 하이브리드는 2019년 보조금 사업 중단)
- 통행료와 주차비 할인 등 각종 할인 혜택을 많이 이용할수록 친환경 차량의 경제적 실익은 커지며, 이에 따라 손익분기점은 더 짧아질 수 있습니다.
친환경 차량 유지비, 확실히 저렴한 것은 맞지만…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같은 거리를 주행하는 데 드는 휘발유 가격 대비 친환경 자동차의 연료비가 덜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쏘나타(모던 트림)를 구입하려던 사람이 동급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업그레이드할 경우, 찻값 차이가 크지 않아 손익분기점 도달까지 약 3만 5,000km만 주행하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간 주행 거리 약 1만 5,000km 가정 시 약 2.3년 만에 구매 비용의 차이를 유지비 절약으로 회수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기준 모델에 민감한 경제성 방정식
하지만 흥미롭게도 모든 모델의 경제성이 일관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다룬 쏘나타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과 친환경 차량의 트림과 사양이 비슷해 일관된 데이터로 비교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친환경 차량은 이와 같은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오닉의 경우 차량 베이스와 사이즈 측면에서 비슷한 아반떼가 있기는 하지만, 안전장치·램프·휠 등의 세부 사양 측면에서 아이오닉 N은 아반떼 스마트 트림과 프리미엄 트림의 제원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오닉을 아반떼의 어떤 트림에 비교하느냐에 따라 차량 실구매가 차이가 크게 발생하며, 이는 곧 손익분기점의 격차로 이어집니다.
기준 사양이 낮아 손익분기점이 긴 경우
예를 들어 아반떼 중간 트림(실구매가 1,929만 원)을 구매하려던 사람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실구매가 2,468만 원)로 업그레이드할 경우, 530만 원이 넘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이때 손익분기점은 약 15년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평균 차령이 약 7.5년임을 감안했을 때, 손익분기점이 8년 이상으로 길어지면 친환경 차량의 경제적 실익은 미미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 경우 차라리 저렴한 저사양 내연기관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기준 사양이 높아 손익분기점이 짧은 경우
반면 아반떼 상위 트림(실구매가 2,369만 원)을 구매하려던 사람이 아이오닉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경우, 차량 가격 차가 대폭 줄어듦과 동시에 손익분기점은 약 5년 내외로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특히 일반 하이브리드 아이오닉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경우에는 3만 4,000km(약 2.3년)만 주행하면 손익분기점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제성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교 차량에 따라 손익분기점이 2년부터 15년까지 크게 달라져, 친환경 차량 연료값이 적게 든다고 해서 무조건 경제성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손익분기점을 자신의 최초 구입예산에 따라 직접 산출해 보아야 친환경 차량이 실질적으로 혜택이 되는지 판단이 가능합니다. 아래는 손익분기점을 도출하기 위해 본 리서치에서 사용한 공식입니다.
- 손익분기점(km) = 신차 가격의 차이(내연기관-친환경) ÷ km당 연료 비용의 차이(내연기관-친환경)
- 손익분기점(연) = 손익분기점(km) ÷ 연간 평균 운행 거리(15,000km/연)
보조금에 극도로 민감한 친환경 차량 경제성
앞서 확인했듯이 친환경 차량의 경제성은 비교 대상 차량의 가격이 100–200만 원만 달라져도 매우 민감하게 변화합니다. 이와 같은 선상에서, 친환경 차량의 구매가를 낮춰주는 보조금은 차량 경제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조금이 100만 원 줄어들면 실구매가 차이가 100만 원 만큼 증가하기 때문에 앞서 계산한 손익분기점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나타내게 됩니다. 밸류챔피언 자체 계산 결과, 보조금이 100만 원씩 줄어들 때마다 손익분기점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타깝게도 2019년 현재 정부의 친환경 차량 보조금은 축소 기조에 있습니다. 2018년 50만 원이던 하이브리드 보조금은 현재 완전 중단된 상태이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보조금은 50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은 아직 1,000만 원 수준에서 유지되지만, 이마저도 축소될 경우 친환경 자동차의 경제성은 장담하기 힘들어집니다. 따라서 친환경 자동차 구매가 확실한 분들은 차량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보조금이 축소되기 전에 구매를 서두르는 편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유지비 절감이 기대되는 기타 요소
물론 친환경 자동차의 경제적 혜택은 연료값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고속도로 등 공공시설부터 민간 편의시설까지, 친환경 차량을 이용하면 여러모로 다양한 절약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각종 혼잡통행료 면제, 공영주차장 반값 할인과 더불어 부산 광안대교 요금 할인처럼 지자체별 통행료 할인이 적용됩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하이패스 통행료가 50% 할인되기 때문에 고속도로 주행이 잦은 분들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나아가 전기차는 매년 납부하는 자동차세가 연 10만 원으로 중형 쏘나타 대비 20만 원가량 낮아, 장기적으로는 예상보다 빠르게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차량 자동차 보험의 경우 보험 가입여부와 차량 가격에 따라 연간 최대 20%가량 비싸질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기차량손해 담보 보험료가 차량가격과 직결되기 때문으로, 친환경 차량 가격이 저렴할수록 보험료 인상분 적어지게 됩니다. 다만 대인배상이나 대물배상 등 기타 담보의 보험료는 거의 일정하며, 경력 운전자에 있어 보험료 추가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리서치 방법론
친환경 차량의 경제성을 확인하기 위해 차종별로 대표되는 모델 1–2가지를 선별한 뒤 공인 연비를 바탕으로 km당 유지비용을 산출했습니다. 손익분기점 계산에 있어서는 모델별 신차 가격 차이를 유지비용의 차이로 나누는 방법으로 친환경 차량의 경제성을 정당화하기 위한 최소 주행 거리를 도출했습니다. 본 리서치에 사용된 가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자동차 구매가격의 경우 2019년 현재 정부 세제 혜택으로 인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3종 차량 모두 취득세의 대부분을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오닉과 쏘나타의 경우 취득세율 적용 시 정부 세제감면 범위 안에 들어가, 취득세는 없는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본 리서치에 사용된 내연기관 및 친환경 차량의 차종 및 제원은 아래와 같습니다.
원문: 밸류챔피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