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니>,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등 각종 작품에서 대중에 얼굴을 알린 배우 남보라. 열 명이 넘는 동생을 둔 ‘K-장녀’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기업 ‘보라도리’의 대표가 돼 손 소독제 브랜드 ‘무하스’를 만들었다. 연예인이 인지도를 활용해 사업을 시작하는 일이야 흔하지만, 무하스는 조금 다르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소셜미션을 장착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카페에서 만난 남보라 대표는 “아직 대표라는 호칭이 어색하다”며 웃었다. 그에게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미혼모 자립 지원’이라는 소셜미션을 세운 이유,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한 그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홍보대사도 맡았다. 그간 SNS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기업과 제품을 소개하며 ‘바이소셜’ 개념을 알렸다.
쪽방촌 봉사에서 만난 미혼모가 소셜미션 결정 계기…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계획도
어릴 때부터 사업하는 게 꿈이었지만, 용기를 못 내고 있었다는 남 대표.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창업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그는 “육성사업에 참여하기 전부터 준비해 손 소독제 제품 개발에만 1년이 걸렸다”며 “육성사업으로 추진력이 생겨 빨리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 대표는 어머니도 사회적경제기업을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어머니 이영미 대표는 현재 사회적협동조합 ‘다다쿱’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영등포구 돌봄 SOS 서비스를 통해 취약계층 주민들에게 식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지역사회 차원의 돌봄 활동을 하고 있다.
남 대표는 어머니를 통해 사회적경제 관련 네트워크를 거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알게 됐고, 2020년 말 내내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그 사업계획서로 지난해 2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했고, 4월 선정된 것.
미혼모 자립 지원이라는 소셜 미션은 어떻게 정한 걸까. 그는 7년 넘게 매달 진행해온 쪽방촌 봉사 경험을 떠올렸다.
쪽방촌에서 봉사하면서 갓난아기를 만났어요.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가 걱정돼 어머니를 만났더니 미혼모 더라고요. 그때부터 관심 두게 됐죠. 육성사업을 하면서 공부도 더 많이 했어요. 이분들은 원치 않는데도 ‘취약계층 프레임’이 씌워진 걸 수도 있잖아요. 단면만 보고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일반화시킨 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자료조사를 하면서 미혼모의 3분의 1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됐고, 7명의 미혼모분들을 모시고 심층 인터뷰도 했어요.
이전에도 미혼모를 돕는 크라우드펀딩이나 모금 등 활동에 많이 참여했다는 남 대표. 이제는 사업으로 함께 한다. 현재 팀 구성원은 3명. 올해 창의혁신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받을 준비도 하고 있다.
“‘냉정한 시장’ 실감, 더 일찍 시작할 걸 그랬다”
무하스 손 소독제를 처음 선보인 건 지난해 10월 해피빈 펀딩에서다. 목표금액의 3배가 넘는 655만 7,000원을 달성했고, 수익금은 미혼모 협회에 기부했다.
남 대표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첫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시장은 냉정하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과 직접적으로 처음 만나는 시간이었는데, 첫날 사람들이 아무 관심 없이 지나가서 망망대해에 떨어진 기분이었다”며 “망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잠도 못 자고, 입술도 뜯어지며 어떻게 상황을 타개할지 고민하다 찾은 방법은 타임스퀘어를 찾는 사람들에게 입구에서 모두 소독제를 직접 발라주고 설명하는 것. 그러자 조금씩 반응이 돌아왔다. 남 대표는 사용자들로부터 ‘향이 좋다’ ‘이물감이 없다’ ‘보습력이 좋다’ 등의 평을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일주일간 예상했던 판매량의 30% 수준밖에 팔지 못했지만 값진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기회가 생긴다면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과 더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후에도 영등포 더현대서울, 성수동 갤러리 칸 등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방송 스케줄로도 바쁠 텐데, ‘냉정한 시장’을 겪고 일 벌인 걸 후회하지는 않았는지 물었다.
아니요. 오히려 더 일찍 할 걸 싶었어요. 창업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길 게 많아지고 나니까 안 보이는 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방송 일을 하면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그 소중함을 한 번 더 깨달았죠. 예를 들어 ‘이 대본 한 부가 나오는데 얼마나 많은 미팅이 오갔을까’ ‘이 방송의 출연자 섭외 등 준비는 정말 한 달 전부터 이뤄진 거겠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금요일에 고정 촬영 스케줄이 있는데, 제가 회사 막내 매니저한테 ‘정말 고맙다. 나는 거의 쉬러 오는 격이다’라고 말했어요. (웃음)
그는 “중간지원조직인 함께일하는재단에서도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며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 설치 등 외부기관과의 협업도 연계해줬다”고 설명했다. 연말에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1~12기가 모여 네트워킹하는 재단 온라인 홈커밍데이에서 그가 MC를 맡기도 했다.
그의 2022년 목표 매출은 10억 원이다. 달성을 위해 올해 크라우드펀딩, 자사몰 판매 확대, 온라인 선물하기 서비스 입점 등을 계획 중이다. 상반기에 시트러스, 베르가모트 등 새로운 향 계열을 내놓을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핸드크림, 디퓨저, 바디 클렌저 등 신규 제품군도 구상 중이다.
멋대로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건 아니다.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진심으로 임한다고.
그는 “원래 MBTI가 ‘ENTP’였는데, 사업을 시작하면서 좀 더 계획을 중시하는 ‘ENTJ’로 바뀌는 것 같다”며 웃었다. 소셜 미션을 달성하려면 회사가 잘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미혼모 자립 지원이 소셜미션인 만큼 미혼모 고용이 최종 목표긴 합니다. 다만 고용으로만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콘텐츠로 제도나 정책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고, 임팩트를 낼 다른 방식도 여전히 고민 중이에요. 사회적기업이라는 게 예전에는 일자리 창출이 주목적이었지만, 사회적으로 올바른 메시지를 전하거나 인식 개선에 이바지하는데도 목적을 둘 수 있으니까요.
원문: 이로운넷 / 글: 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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