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레타 툰베리를 찾아서]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올해 2월 두산중공업에 건물 앞 로고 조형물에 녹색 페인트 뿌려
4월 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기호 0번 김공룡 후보 출마 이벤트도
“당장 나 혼자 잘사는 방법보다 모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나도 지킬 수 있을 것”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상황이 계속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몫이 된다. 청년들도 기후위기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 김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대표는 “기후변화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안전한 집에서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부터,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까지 든다”고 했다. 이는 통계로도 알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전 세계 18세~25세 사이의 청년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가 직면한 23가지 사안 중 기후변화(41%)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상황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위해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UN 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했다. 《이로운넷》은 한국에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한국의 그레타 툰베리’를 소개한다.
두산중공업이 베트남 하띤성에 2021년 3월부터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그린뉴딜 최대 수혜기업으로 선정되고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이야기하는 두산중공업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을 저희는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는 상황으로 규명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더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는 더 이상 지어져서는 안 됩니다.
지난 2월, 청년들이 성남에 소재한 두산중공업 본사 앞에 있는 ‘DOOSAN’ 로고 조형물에 녹색 페인트를 뿌리고 석탄발전소 건립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 한국이 인도네시아(자와 9·10호기)와 베트남(붕앙2)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는데, 두산중공업이 시공기업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청년기후긴급행동에 재물손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500만 원의 벌금형이 청구됐다. 하지만 이들은 “법정에서 할 이야기가 많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는 “두산중공업으로부터 고소장이 한 장 더 날아왔다”며 “기업 이미지 실추, 임직원의 충격, 세척 비용에 대해 184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낸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
Q. 두산중공업에 페인트를 뿌리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우리나라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석탄 발전 수출 사업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다른 나라는 탈탄소·탈석탄 기조를 적용해 투자 사업을 철수하는데, 우리나라는 타국에서 철수한 빈자리에 들어가려고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었다.
당장 우리 집 앞에 석탄발전소를 짓는 건 아니더라도, 지구를 하나의 터전이라고 생각하면 기업이 에너지전환을 얼마나 책임 있게 해 나가는지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20년 정부가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행정부 장관회의에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석탄발전 수출 사업은 그대로 진행하고, 이후부터 하지 말자고 합의했다.
석탄발전소는 한번 짓는 데 몇 년이 걸리지만 짓고 나면 수십 년 가동된다. 그런데 이걸 ‘이번까지만’이라는 조건을 달고 통과 시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심지어 탄소중립 선언을 한 시기였다. 거기서 기만적인 모습, 위기를 위기로 생각하지 않는 모습을 봤다. 아무리 큰 문제도 정부가 불도저처럼 밀고 나갔을 때 아무런 반발 없이 넘어가면 ‘괜찮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게 괘씸했다. 그래서 시공 설계업체로 들어간 기업 중 한 곳인 두산중공업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와 같이 한 활동가에게 500만 원 벌금형이 청구됐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전하려던 메시지는 ‘기후운동가들이 석탄발전기업 시공기업에 페인트를 뿌려 벌금형을 받았다’라는 게 아니어서 정식으로 재판을 청구했다. 현재까지 4차 공판까지 진행됐고, 1월에 5차 공판이 있을 예정이다.
그러다가 소장을 하나 더 받았다. 두산중공업에서 나와 다른 활동가에게 184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이 건은 아직 공판이 열리지는 않았다.
두산중공업에서 우리에게 왜 소송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기후활동가들이 날조를 한 것도 아니고, 두산중공업이 하는 것을 세상이 알린 것이다. 그런데 본인들이 역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이유를 모르겠다.
Q.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에는 기호 0번 김공룡 후보를 출마시켰는데.
불평등, 양극화 등 여러 사회문제가 있지만, 이 모든 것은 토대가 되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기후위기 앞에서 자본과 정치의 권력, 책임, 권한이 있는 사람을 내버려 두고 우리끼리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고, 당연한 걸 바꿔야 하는 대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문제는 후보의 공약을 보고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후보들의 이야기는 기후위기 문제나 그에 대한 우선순위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했다.
마침 우리가 ‘김공룡과 친구들’이라는 별명이 있어 김공룡을 기호 0번으로 출마시켜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이벤트를 하자고 의견이 나왔다. 우리가 정책 연구개발기관이 아니다 보니 구체적인 정책 제안까지는 아니지만, 기후위기 문제에 답답해하는 청년들의 이런 행동을 통해 사람들이 다른 후보들의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공약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것이었다.
Q. 내년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다. 다음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에 이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됐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21년부터 적용한 새로운 기후협약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올해부터 신기후 체제가 도래했다.
신기후 체제에 들어서고 처음으로 운영되는 정부다. 때문에 이번 정부는 달라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을 업데이트해 놓고 국정 과제를 세팅해야 한다.
IMF와 코로나19 발생 초기 말고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앞두고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하게 깎아내려야 하는 과제가 이번 정부에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나라 살림을 해야 하는 과제가 다음 대통령에게 있다.
Q.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장 졸업하고 미래도 안 보이는데, 당연히 ‘2030년 탈석탄 비전’ 문제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다.
불평등과 기후위기는 뗄 수 없다. 기후위기는 단순하게 ‘기후가 뜨거워진다.’라는 게 아니다.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시스템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따로 있고, 피해를 보는 사람이 따로 있는 문제’로 봐야 한다.
나 하나 잘사는 것에만 집중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다 연결되어 있다. 나만 잘사는 것 보다 우리 모두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게 결국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지금 주변을 살피고, 각자의 경험과 기준을 바탕으로 어떤 세상을 꿈꾸는지를 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그치지 말고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더 크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원문: 이로운넷 / 글: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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