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동안 기후변화 관련된 글을 수두룩하게 올렸습니다. 바로 이번 글을 위한 큰 그림! 패션과 기후변화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기후변화에 대해 정리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기후변화에 대해 알아가면서, 생각나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킨다.
『6도의 멸종』이나 『2050 거주 불능 지구』를 읽다 보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현상들에 대해 정말 자세히 나오거든요. 몇 가지는 제가 글로 설명드리곤 했지만, 설명 못 드린 게 정말 많아요. 그 현상들을 알아가다보면, 인간이 이리저리 국가를 구분해놨어도 결국 하나의 유기적인 세계라는 걸 깨닫게 되더라구요.
예를 들어, 대서양 바다의 흐름이 바뀐 것 하나로 아주 많은 지역에 엄청난 기후변화가 닥쳐올 수도 있고, 어느 한 지역이 가물면 다른 지역에서는 홍수가 쏟아진다고 해요.
모든 지역이 서로 영향을 받고 있는 걸 실감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전혀 아니란 거죠. 나비효과가 정말 공감되더라구요.
패션 산업은 어떨까요? 전 세계적으로 정말 규모가 큰 산업이죠. 그만큼 낭비도 심각한 산업이구요. 패션 산업은 기후변화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패션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 2018년 기준, 패션 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를 차지합니다. 이건 프랑스, 독일, 영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양입니다.
-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세계 섬유 산업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12억 톤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수치로 보면, 패션 산업을 하나의 나라라고 쳤을 때 2019년 기준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위를 차지합니다. (원래는 일본이 11억으로 5위를 차지해요.
-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1분마다 2톤씩 옷이 팔리고, 이 수치는 1분마다 50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탄소 50톤은 비행기로 24만km를 여행했을 때 배출되는 양이예요.[4] 그리고, 지구의 둘레는 약 4만km입니다.
- 폴리에스터 셔츠 한 벌의 탄소발자국은 5.5kg입니다.[5] 그리고 자동차 1km 주행 시 배출하는 탄소는 0.3kg입니다. 티셔츠 한 벌이 배출하는 탄소는 자동차로 종로 3가에서 강남역까지 한번 왕복했을 때랑 맞먹는 거죠.
- 전 세계에서는 매년 9천만 톤의 옷이 버려진다고 합니다. 평균적으로 1시간에 1톤씩 버려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패션레볼루션에 따르면 폴리에스터 원피스 하나가 완전히 썩는 데에는 200년도 넘게 걸려요. 그리고 플라스틱은 썩으면서 메탄을 내뿜습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의 온실효과를 가진 물질입니다.
이 모든 게 말하는 건 하나예요. 패션 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매우 많다!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도대체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걸까요?
미국의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Mckinsey&Comapny)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 산업의 밸류체인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단계는 Upstream, 즉 생산 단계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1%를 차지합니다. 원재료 생산, 방적 및 방직, 정련, 표백, 염색, 후가공 등의 단계에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운송과 유통은 6%를 차지하고,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는 23%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위에서 전세계적으로 1시간에 1톤씩 버려지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생산단계에서 그렇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가며 만들지만, 결국 얼마 안 입고 버려질 옷를 위해서 그 낭비를 하고 있다는 거죠.
McKinsey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2030년에 27억 톤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 거라고 보고, 11억 톤을 목표로 지금보다 훨씬 탄력적으로 감축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런 노력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브랜드’와 유통기업을 꼽았다는 겁니다. 이들이 나서서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고, 협력사를 이끌며,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탄소 감축 노력을 공급망, 브랜드, 소비자의 주체로 나눠서 소개하더라구요. 참고삼아 적기엔 글이 길어지지만… 너무 정리하고 싶어서, 정리합니다.
1. 생산단계의 노력(Upstream Operations)
McKinsey가 제시하는 감축 계획에서 60%의 절감효과를 예상하는 부분입니다. 가장 강조되는 건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이에요.
1) 원재료 생산단계
- 폴리에스터 생산과정: 기계 개선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
- 면 생산과정: 비료와 살충제 사용 감축. 비료는 아산화질소라는 온실가스 배출(이산화탄소의 300배 온실효과), 살충제는 제작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 비료와 살충제는 면 재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70% 담당
2) 재료 공정(가장 중요)
- 방적, 직조, 편직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브랜드 지원 필요)
- 습식 공정에서 건식 공정으로 개선
- 에너지 효율 기술 적용
3) 생산량 감축 및 낭비 최소화
- 생산량 감축
- 원단 제작 기술 개선을 통해 낭비되는 재료 절감
4) 봉재 단계
- 에너지 효율화: 냉난방, 환기, 봉재기계 등
- 재생에너지 사용(브랜드 지원 필요)
2. 브랜드의 노력(Brand’s Oprerations)
20%의 절감효과를 예상하는 부분입니다.
1) 소재 개선
- 재활용 폴리에스터 사용
- 유기농, 생분해성 등 대체 가능한 소재 사용
2) 운송 개선
- 지속가능한 운송수단 사용: 비행기보다 배, 해외 공급망보다 지역 공급망 사용, 새로운 기술 등
3) 포장재 개선
- 재활용된 종이 및 폴리에틸렌 활용
- 포장재 무게 감소
4) 매장 운영
- 에너지 사용 절감: 냉난방, 환기 등
- LED등으로 교체
- 전 매장 재생에너지 사용
5) 환불 제품 최소화
- 사이즈 측정 기술 개선 등
6) 생산량 감축(가장 중요)
- 수요 예측, 재고 관리 등
3. 소비자의 노력(Consumer Behaviours)
20%의 절감효과를 예상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죠. 눈 쫑긋하고 보세요!
1) 순환경제 실천
- 패션 렌탈, 중고, 수선, 리폼 활용: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는 옷 5벌 중 1벌은 꼭 이런 순환구조를 거쳐야 한대요.
2) 세탁 및 건조 최소화
- 세탁 횟수 6분의 1로 감축
- 30도 이하의 온도에서 적은 양의 빨래 세탁
- 자연 건조
- (옷의 내구성과 소재 선택에 대한 브랜드의 노력도 필요한 부분)
3) 폐의류 수거 및 재활용 활성화
- 폐의류 소각 및 매립량 감축
- Closed-Loop-Recycling(순환형 재활용) 확대: 폐기물 수거 구조 및 선별 기술 개선, 재활용률 증대, 이에 대한 소비자의 지지 필요
역시나 패션 산업의 영향력은 어느 방면으로나 큽니다. 옷은 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수두룩하네요. 제가 매번 부정적인 얘기만 주구장창 하고 있죠? 그래도 자료조사 중에 희망적인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조사를 하다가 “패션 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비행기랑 해운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얘기하는 자료를 발견했었어요. 위에서 제시한 McKinsey 자료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고, 옛날 자료인 것 같아서 언급을 안 했는데, ‘비행기랑 해운산업보다 패션 산업의 영향이 더 크다’는 표현이 인상 깊어서 글 말미에 꺼내 봅니다.
비행기랑 해운산업은 움직임이 큰 산업이잖아요. 개인의 소비보다는 기업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산업이죠. 한편, 패션은 한 명 한 명의 소비로 이루어지는 산업입니다. 기업보다는 개인의 소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런데 비행기와 해운산업보다 패션 산업의 영향력이 더 크다니, 그 말에서 개인 소비자의 힘이 확연히 느껴지더라구요. 비행기가 한번 날아가는데 온실가스가 얼마나 많이 배출되는데,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옷을 사입었으면 그걸 이겨요. 한 명 한 명이 모여서 이룬 결과잖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패션을 좋아하고 있으면 그럴까요?
우리가 패션을 바라보는 것의 반만큼이라도 기후변화에 주목하면 정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요? 부정적인 자료지만,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저는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개인이 모여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요! 무서운 미래지만, 우리의 힘을 믿고 희망을 가져봅니다.
원문: 오렌지망고의 브런치
참고
- 「Fashion on Climate」Mckinsey, 2020.8.26
- 김혜영, “[기후 정의를 말한다] 조아라, 기후위기 앞당기는 ‘패스트 패션’, 옷 오래 입고 덜 사야”, 가톨릭평화방송, 2019.10.3
- 김민제, “‘한국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전년보다 한계단 내려와” 한겨레, 2020.12.13
- 송현서, “빠른 패션 유행, 기후변화 부추긴다…’셔츠 한 장도 환경오염'” 나우뉴스 2019.8.31
- “Fashion’s environmental price tag” Parliament of the United Kingdom
- Abigail Beall, “Why clothes are so hard to recycle” BBC, 2020.7.13
- Marisa Crous, “Fashion waste: this is how long it takes your clothes to decompose” News24, 2018.1.18
- María Fleischmann, “How Much Do Our Wardrobes Cost to the Environment?” the World Bank, 2019.9.23
- 얼마 전에 수선 영상 너무 유용한 거 봐서 공유드려요. 너무 꿀팁이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hQ6ezUUi2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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