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플라스틱이 참 많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플라스틱을 버리죠. 이렇게 수많은 플라스틱 폐기물, 얌전히 소각장이나 매립지에서 처리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강과 바다로 많은 플라스틱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연간 800만 톤에 달한다고 하네요. 심지어 2030년엔 5300만 톤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쓰레기들은 온 바다를 떠돌면서 물고기를 병들게 하거나 바다새의 창자를 찢고, 거북이의 목구멍을 막습니다. 쓰레기들은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태평양 한가운데 해류가 정체되는 구간에 잔뜩 모인다고 해요. 이렇게 형성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는 대한민국 면적의 15배보다 넓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크기죠.
이렇게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심각합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1인당 연간 버리는 플라스틱이 88kg에 이르며 전 세계 3위를 차지합니다. 플라스틱은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세계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에 주목합니다. 다시 쓰고, 고쳐 쓰고, 오래 쓰고, 아껴 써서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죠.
그렇게 ‘리사이클 폴리에스터’가 등장하게 됩니다.
1.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란?
먼저,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플라스틱이라는 점부터 볼까요. 합성섬유는 플라스틱으로 뽑아낸 섬유예요. 페트병 등의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새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즉 재활용 섬유를 꽤 찾아볼 수 있어요.
재활용 섬유: 자원을 재활용해서 만든 섬유입니다. 재활용한 섬유를 ‘재생섬유’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재생섬유는 인조섬유의 일종입니다. 천연 고분자 화합물, 즉 목재 펄프나 고무를 화학적 과정을 통해 뽑아낸 섬유예요.
그래서 산림 벌채와도 관련이 있고, 제조 과정에서 화학약품도 첨가되는 까닭에 지속가능한 섬유로 분류하고 싶지 않아요. 인조섬유로서의 재생섬유와 구분하기 위해 재활용한 섬유는 ‘재활용 섬유’라고 칭하려고 합니다.
아래 영상에서 어떻게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섬유를 뽑아내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위 영상에서 확인된 플라스틱 재생 공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소재와 색상별로 분류하고 라벨과 이물질을 모두 분리한 후, 분쇄 및 세척의 과정을 거쳐 섬유의 원료가 되는 작은 조각을 만듭니다. 플레이크라고 부르죠.
이 플레이크를 펠릿이라고 불리는 순수한 플라스틱과 함께 녹여줍니다. 여기서 펠릿은 포장재나 일회용 컵의 생산과정에서 나온 깨끗한 부산물로 만든 원료입니다.
녹은 플라스틱을 실로 뽑아내고, 냉각과 연실 및 커팅 과정을 거쳐서 재활용 섬유가 만들어집니다.
2.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제품
점점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하면서, 몇몇 브랜드들은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활용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 노스페이스
노스페이스에서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제품, ‘에코플리스 컬렉션’을 출시합니다. 작년에는 370만 개의 페트병을, 올해는 1082만 개의 페트병을 재활용했다고 해요. 재킷 한 벌당 66개의 페트병이 사용됐고, 물량도 작년보다 2배 확대해서 재활용률을 높였습니다.
- 내셔널 지오그래픽
내서널지오그래픽도 올해,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활용해 만든 맨투맨 3종을 출시했습니다.
-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역시 빠지지 않죠. ‘스냅티’는 파타고니아의 상징과도 같은 제품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올해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100% 활용한 ‘스냅티’를 선보였습니다. 나아가 공정무역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인권과 환경의 가치를 모두 담고 있는 제품이네요. 파타고니아는 재활용 다운, 재활용 울, 재활용 나일론 등 다양한 재활용 제품을 활용하고, 친환경 소재도 개발하는 등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해 성큼성큼 앞서나가고 있어요.
- 블랙야크
그런데, 폐페트병을 해외에서 수입해오기도 한대요.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 각자 집에 페트병 넘쳐나지 않냐구요. 그래서 블랙야크는 국내 화학섬유회사와 협약을 맺어서, 국내에서 모은 페트병으로 티셔츠를 만들었대요. 위 사진은 ‘국산’ 페트병으로만 재활용해 만든 티셔츠예요. 그리고 ‘폐기-재활용-생산-소비’까지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와도 협약을 맺어서 수거 방식을 체계화하고 선별 제조 시설도 늘리겠다고 합니다. 또, 블랙야크는 ‘나우’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리사이클 제품이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요.
- H&M
계속 아웃도어브랜드만 나와서 서운하셨죠? 지나가는 길에 H&M 쇼윈도에서 이 원피스를 봤는데,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문구 보자마자 후다닥 기록해뒀어요. (진짜 존예탱) 이 글은 이 옷 때문에 쓰게 됐죠. 재생 폴리에스터를 100% 활용하여 제작됐다고 하네요.
H&M은 2011년부터 ‘Conscious 컬렉션’을 진행하며, 매년 지속가능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나일론, 울, 폴리에스터 등 다양한 소재를 재활용하고, 친환경적인 염색기법을 활용하는 등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네요.
물론, 이와 동시에 H&M은 패스트 패션의 선두주자죠. 빠르게 입고 버리는 현재의 의류 시스템에서 한몫 크게 건지고 있구요, 공급망에서 인권 관리가 부족한 문제가 있어요. 아주 우릴 헷갈리게 만들고 있죠. 진짜 너무 예쁜데, 지갑을 열기엔 죄책감이 만만치 않은 느낌이에요.
- 에버레인
에버레인의 경우, 공급망에서 나일론, 폴리에스터, 엘라스틴 등의 섬유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75%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대체했다고 합니다. 또 유통 과정에서 사용되는 봉투에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하며 공급 과정의 전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single-use plastic) 사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제로화하기 위한 캠페인 등에도 참여하며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에버레인은 2021년까지 자사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100%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3. 생활 속 페트병 배출
우리도 덜 버리려고 신경 써야 하겠지만, 버려진 플라스틱이 100% 재활용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플라스틱이 버려진 후에도 새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니, 이제 우리도 플라스틱 배출에 신경 쓰고 싶어지죠? 맨 위에 보였드렸던 영상 보니까, 라벨 제거하는 데만 12번의 공정을 거칠 정도로 까다롭대요. 페트병 분리 배출할 때는 라벨을 꼭 제거하고, 뚜껑도 따로 모아두면 좋겠죠.
페트병 색상 분리하는 작업도 고되다던데, 우리 분리 배출할 때도 색깔별로 분리해서 버리도록 합시다. 또, 투명 페트병은 색깔 있는 페트병보다 더 다양한 곳에 쓰인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되도록 투명 페트병을 사용해보려고요.
그리고 여담인데요, 저는 지난달부터 스파클에서 생수를 시켜 먹고 있어요!(내돈내산) 회수 서비스가 있더라고요. 아래 참고해보세요.
마치며
그리고 자료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는데, 브런치의 ‘선택지’ 작가님께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활용한 제품을 많이 소개해주셨어요. 제품 설명을 너무 잘해주셔서, 링크 연결합니다. 저도 노스페이스를 제외하고는 겹치지 않게 브랜드를 소개해봤어요. 재활용 섬유로 제작된 다양한 플리스 제품들을 소개해주십니다.
- 참고 기사: 「요즘 애들 아직도 플리스 입니?」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옷을 제작하는 것은 폐기물도 줄이고 자원낭비도 줄이고,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래 글에서 말씀드렸던 부분이 있어요. 우리가 입고 있는 많은 옷들이 플라스틱이고, 여기서 나온 작은 플라스틱은 공기 중으로 세탁물을 통해서, 강으로 바다로 흘러간다고요. 이 미세플라스틱에 대해서는 아래 글에서 자세하게 설명드렸습니다.
- 참고 기사: 「우리가 입고 먹는 플라스틱」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한 브랜드가 있어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건 좋지만, 옷이 아닌 다른 물건으로 재활용하는 거죠. 옷으로 재활용하면 미세플라스틱이 빠져나가 또 환경오염이 발생하니까요. 큐클리프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우산으로 만듭니다.
원문: 오렌지망고의 브런치
참고자료
-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연간 800만 톤” 환경운동연합. 2019년 7월 11일
- 천권필, “부끄러운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미•영 다음으로 많이 버린다.” 중앙일보. 2020년 11월 2일
- “대한민국 면적 15배가 넘는 ‘OO섬’의 정체는?” 동원나우. 2020년 1월 2일
- 천권필, 같은 글
-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와 우리” GS칼텍스 매거진. 2019년 9월 30일
- 강슬예, “옷이 된 페트병 1082만 개… 자연에 생분해되는 다운재킷” 조선일보. 2020년 10월 22일
- “가치소비 중시… 패션업계 화두도 ‘지속가능성'” 뉴시스. 2020년 9월 28일
- 김동희, “H&M의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2020 봄 여름 컬렉션” 어패럴뉴스. 2020년 3월 24일
- Rachel Cernansky, “Everlane has eliminated 75% of virgin plastics from its supply chain” Vogue Business, 2019.11.20
- [10] 배수정, 정경희.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업사이클링 패션디자인』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 2018년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