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출발 신호가 각국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스마트공장, 스마트농업,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 우리의 생활 반경과 일터, 식량 생산지, 유통과 마켓, 쓰레기 처리까지 갖가지 기술과 아이디어가 융합되고 있다. 핵심은 지속 가능성이다.
그 결과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모습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오늘은 중국 산동성의 주도인 지난시로 가보자. 이곳에 위치한 음식물쓰레기 처리방식이 획기적이다. (찾아간 김에 태극기도 걸었다. 지구촌장 이동학 잘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바퀴벌레 ’10억 마리’를 키우는 공장
산동퀴오빈농업과학기술회사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문제를 주제로, 퇴비와 동물의 영양사료를 부제로 가진 친환경 하이테크 농업회사다. 이곳의 방식을 보면 그야말로 미래산업의 문을 열었다 할 수 있다.
2018년 4월 개시했지만, 연구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바퀴벌레는 중국의 바퀴벌레보다 몸이 커 징그러웠는데, 이 바퀴가 당시 집안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치우는 모습을 딸과 함께 발견했다.
이후로 그는 갖가지 실험에 돌입했다. 중요한 의문은 바퀴벌레가 모든 맛(예컨대 매운맛, 신맛, 짠맛 등)을 다 먹는지였다. 그리고 중국 특유의 고추기름이 들어간 음식부터 시작해서 8가지 특성의 모든 맛을 먹어치운다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험은 8년간 지속됐다. 수많은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가설을 세워야 했고, 이를 실험으로 증명해야만 했다. 그렇게 수많은 실험 끝에 공장이 완성되었다.
원리는 간단하다. 창문이 없는 시멘트 구조물 안에 바퀴벌레가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이 구조물 안에는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유지하는 스마트홈 기능을 탑재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3단계의 공정을 거쳐 죽처럼 만들어져 제공된다. 바퀴벌레는 하루에 6회의 식사를 하며 2일에 한번 알을 낳는데, 알 하나에서 16마리의 새끼가 부화한다.
공장이 그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10억 마리의 바퀴벌레가 있어야 한다. 이 개체수가 늘어서도 안되고 줄어서도 안된다. 그래서 생명이 다하고 죽은 개체와 낳은 알을 계속 분리 배출해야 하는데, 이조차도 자동으로 분류되도록 만들었다. 올해 말 같은 콘셉트의 공장이 4개 완공될 예정이며, 그러면 총 40억 마리의 바퀴벌레가 활동하게 된다. 그래서 하루 200톤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가능하다.
중점적인 고민 중 하나는, 바퀴벌레가 도망가면 어쩌냐는 것이었다. 실내에 바퀴벌레를 가둬두고 키워야 하는데, 벽돌은 틈을 파고 탈출했으며 플라스틱은 틈이 생겨 빠져나갔다. 그 결과 유리벽과 벽돌 시멘트, 물커튼 등이 삼중으로 설치됐다. 그것도 모자라 여러 세대에 걸쳐 개선된, 고온다습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살 수 있는 잉어들을 물길에 풀어놓았다. 도망치다가 물에 빠지는 순간 잉어밥이 될 것이다.
공장의 2층은 바퀴벌레 알과 죽은 개체를 갉아 혼합된 퇴비로 키워지는 스마트팜으로 이뤄져 있다. 단백질을 포함한 최상의 영양소가 깃든 지구 상 최고의 퇴비이며,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불멸의 재료다. 토마토, 오이 등이 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재배되고 있으며, 조만간 닭을 들여와 닭의 사료로도 쓸 계획이다.
지난 8년 동안 바퀴벌레의 환경, 먹거리 등과 함께 이들이 사료로 쓰였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도 연구했다. 결과는 최상이었고, 이는 논문으로도 발표됐다.
중국에서 특히 심각한 문제가 음식물 쓰레기 문제다. 중국인이 대접하는 자리에 가면 인원수보다 평균 5배 이상의 음식이 나온다. 이는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로 직행한다. 음식이 남아야 손님을 제대로 대접했다는 문화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걸 안 뒤로부터는 음식을 싹싹 긁어먹지 않게 됐다. 손님이 음식을 다 먹으면 대접이 부족하다고 여겨, 물어보지도 않고 더 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문화는 중국이 개선해 나가야 할 지점이지만, 이로 인해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해 세계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식이 한 단계 더 진보하게 되었다 할 수 있다.
이 방식이 좋은 건 자연의 원리대로 맡기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땅에 묻어 버리거나 말려서 퇴비를 만들었지만, 이 방식은 바퀴벌레의 먹성과 번식성을 활용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버리거나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일체 없다. 알이나 죽은 바퀴는 그대로 훌륭한 퇴비가 되고 닭의 식량이 된다.
바퀴의 삶의 환경만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그야말로 거대한 식량 창고가 될 것이다. 리얀롱 대표(55세)는 말한다.
4차산업혁명은 재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싸움입니다. 이것이 지속 가능한 인류의 삶을 만드는 거의 유일한 길이죠.
원문: 이동학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