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좋은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학점이 좋은 것도 아니고 자격증도 많이 없는데 어떻게 취직할 수 있을까요?”
지난주에 취업 준비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로봇 교육을 진행하다가 한 학생의 질문에 나름대로 평소 생각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다른 학생은 왜 지금까지 이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는지 모르겠다며 많이 아쉬워하더군요. 취직도 인생도 이미 만들어진 스펙으로 결정된다고 알고 있는 취업 준비 중인 20대 여러분께 이 글을 바칩니다.
기업은 어떤 사람을 찾는가?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기업이 알고 싶은 것은 지원자가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 사람’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입니다. 이 두 가지는 지원서에 적혀있는 출신 대학이나 학점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력서와 각종 면접을 통해 이 두 가지를 파악해내려고 애씁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라는 말이 너무 식상한 말이라 지원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뭔가 특별한 스펙이나 남들보다 훨씬 더 높은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각종 스펙과 높은 점수로 채워진 지원서는 오히려 지원자가 ‘진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진짜 어떤 사람인지’를 가리기 위한 눈속임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면접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을 ‘뛰어난 실력’이라고 어필하거나 그 승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을 ‘좋은 태도’라고 어필하는 사람은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은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10년 이상 학교에서 배운 경쟁에서 이기는 법은 앞으로 취직할 기업에서는 필요 없는 능력입니다. 아니 오히려 그 기업에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어떤 것이 진짜 실력이고 어떤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일까요? 기업은 같이 일했을 때 동료들과 경쟁해서 혼자만 승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료들과 협력하면서 팀이 승리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진짜 실력
여러분들이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아무리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받았어도 사회에서 필요한 실전 실력은 거의 제로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그런 학습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어느 부분에 흥미가 있고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부분을 찾았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팀 프로젝트로 로봇을 만들 때 ‘우리 팀에서 프로그램은 내가 제일 잘했어’라든지 특정 수업에서는 이상하게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서 교수님이 요구한 것 이상으로 리포트를 적어서 낼 때가 있었을 거예요. 사소하지만 그런 기억이 있다면 그 부분에 실력이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실험하는 게 진짜 재밌어서 그것만 열심히 하다가 시험 점수를 못 받았을 수도 있죠. 학점은 낮아도 그 부분에 실력이 있는 겁니다.
그런 본인이 발견한 본인의 진짜 실력을 이력서에 적으세요. 그리고 성의있게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적으세요. 팀 프로젝트로 로봇을 만들었으면 혼자 다 만든 거 아니라는 걸 다 압니다. 혼자 다 한 것처럼 적지 말고 그중에서 본인이 진짜 기여한 부분을 적으세요. 그리고 그 작업의 의미와 그 과제를 통해 배운 것을 구체적으로 적으세요.
작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팀에 기여하고 그걸 통해 배우고 의미를 찾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실력입니다.
진짜 좋은 사람
기업은 오랫동안 같이 일할 동료를 찾습니다. 그래서 일만 잘하는 사람보다 일은 어느 정도 하더라도 ‘좋은 사람’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솔직하고 겸손하고 투명하고 정직하고 하는 일에 진심인 사람이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좋은 사람이죠? 쉬운 말로 들리지만, 실제로 이런 태도로 일하는 사람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한 어떤 일을 하냐에 따라서 일하는 태도가 바뀌기도 합니다. 만약에 저도 제가 관심 없는 일을 하게 된다면 이런 태도를 억지로 보이기 어려울 거예요. 그래서 기업에 지원할 때 본인이 이런 태도로 일할 수 있는 회사인가를 잘 고민해보시고 지원하세요.
그리고 면접에서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임하세요. 잘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되 일하면서 열심히 배우겠다고 대답하세요. 그리고 회사에 가서 일할 때는 정직하고 투명하게 일하세요. 남들이 안 볼 때도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기회의 30대
여러분들이 적을 수 있는 이력서에 내용이 별로 없어서 스펙이 딸려서 불안하시죠? 지금까지 뭐 하며 살았나… 약 10년 동안 학교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몇 줄 이력서로 평가받는다는 것이 허무하기도 하고 바꿀 수도 없어서 답답하시죠?
그래도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여러분들보다 약 15년 정도 더 살아보니 여러분들은 앞으로 최소 10년은 더 배우고 성장할 기회가 있어요. 지금부터가 진짜 실력을 키우고 진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선은 제가 보기에는 거의 다 비슷비슷해요.
30대는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기회가 있어요. 대기업에 가시는 분들은 많은 도전적인 과제와 승진의 기회가 있고, 중소기업에 가시는 분들은 다양한 업무로 경험을 쌓고 성장할 기회가 있어요.
스타트업에 가시는 분들은 회사의 초기 성장을 같이 경험하고 중요한 역할을 맡을 기회도 있고요. 물론 이직이나 창업의 기회도 앞으로 더 많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점수가 아니라 같이 일한 동료나 협력 회사 사람들의 당신에 대한 평판으로 평가받으실 거예요. 그리고 그 기준은 여러분들의 ‘진짜 실력’과 여러분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가 될 겁니다.
취직은 끝이 아니라 커리어의 시작
지금 여러분들의 이력서에 적혀있는 출신 대학과 학점은 이번에 취직할 때 말고는 더는 쓸모가 없어요. 그리고 이번 취직은 끝이 아니고 시작입니다.
이제부터 10년간 여러분 스스로가 본인이 진짜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하셔야 합니다.
대기업을 가면 성공이고 중소기업을 가면 실패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진짜 성공과 실패는 지금부터 10년 후에 결정될 거에요. 그러니까 진짜 실력을 키울 수 있고 진심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잘 고민해서 선택하세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 일하세요. 그리고 진짜 실력을 갖춘 좋은 사람이 되세요.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쌓은 스펙은 앞으로의 10년으로 뒤집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 10년간 쌓일 여러분들에 대한 평가는 다시는 돌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회의 30대가 지나고 40대가 되면 더는 기회가 여러분들에게 오지 않아요. 그 당시의 20, 30대에게 그 기회가 돌아가겠죠.
아직 늦지 않았어요.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 진짜 실력을 키우고 좋은 사람이 되십시오.
원문: 구성용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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