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형은: 스파르타코딩클럽(이하 스파르타) 커리큘럼PM 이형은입니다. 스파르타는 코딩을 전혀 모르는 수강생이 5주 동안 튜터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공부하고, 3주 동안은 아예 튜터와 함께 자신만의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서비스입니다.
리: 커리큘럼PM은 어떤 일을 하나요?
이형은: 강의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과 관리까지 맡습니다. 최근에는 일이 더 늘어서, 수강생의 구매 전환부터 수강 경험까지 끌어올리는 역할도 겸합니다.
리: 그쯤이면 그냥 다 하는 거 아닌가요…
이형은: 그렇죠. 스파르타코딩클럽이라는 하나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역할이니까요. 메인 페이지, 커리큘럼 상세 페이지, 결제 페이지 등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디자이너, 개발자와 소통하며 조율합니다.
리: 스파르타는 잘 되나요?
이형은: 네. 작년 20억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100억 목표로 갑니다. 아마 가능할 것 같아요.
리: 헐… 제가 2년 전 1기 수강생인데 벌써 100억…
이형은: 네. 지금은 그만큼 올라왔습니다. 강의도 많이 세분화돼서, 웹, 앱, 게임, 데이터 등을 다양하게 다뤄요. 또 심화반도 있고요. 무엇보다 대단한 건 완주율이 83%가 넘어요. 공무원 인강도 완주율이 30%가 안 되고, 아마 다른 코딩 강의는 훨씬 낮을 거예요.
리: 헐… 어찌 그리 높죠?
이형은: 아마 지향점 자체가 완주율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보통 온라인 강의는 매출 올리려고 할인 판매, 환급 등만 강조하는데 우리는 수강생의 완주 자체가 마일스톤이었거든요.
인턴으로 시작한 인연, 일 잘한다고 순식간에 PM으로 승진하다
리: 어쩌다 스파르타코딩에 온 건가요?
이형은: 처음에는 인턴으로 합류했어요. 원래 대표님이 ‘어떤버스’라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했어요. 자원봉사 과정이 되게 복잡하잖아요. 그래서 버스에만 타라, 그러면 어디 내려서 뭐 하는지는 몰라도, 봉사활동 하는 곳으로 간다. 이런 콘셉트였죠. 처음에 50명으로 시작했는데, 나중에 1,000명까지 늘었어요. 그것도 4,000명 지원해서 경쟁률 4:1에… 저는 거기 스태프로 대표님과 연을 맺게 됐어요.
리: 그리고 이범규 대표님이 창업하고 꼬신 건가요?
이형은: 네. 저도 24살 청년백수였고(…) 와, 나도 스타트업 관심 있는데 재밌겠다~ 하고 들어가서 CS를 맡았어요. CS가 익숙해지니 지겨워서 “대표님, 저 인스타 운영해도 돼요?” 하니까 하고 싶으면 하래요. 그것도 익숙해져서 “대표님, 그러면 저 교육 콘텐츠도 만들고 싶은데요?” 하니까 그것도 하라고 해서… 일이 점점 많아지더니, 어느새 PM이 됐습니다.
리: 24살! 그러면 25살에 PM이 된 거군요. 근데 일 많이 한다고 PM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이형은: 아… 제가 처음 스파르타에 입사했을 때, 직원이 5명이었고 강의도 오프라인 웹 개발 하나뿐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오고 나서 온라인으로 전환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VOD를 만들기 시작했죠. 이때 제가 이 업무를 맡았는데, 일이 크니 알바가 여럿 필요하잖아요. 알바 관리를 잘한다고 “너는 PM이 되어라”고 한 거죠.
리: 대체 알바 관리를 얼마나 잘한 겁니까…
이형은: 온라인 코스를 3개에서 30개로 확장하는 일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강의 하나당 튜터 1분, 알바 2분씩, 거의 100명을 상대해야 했어요. 그걸 본 대표님께서 ‘일을 잘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PM을 맡기게 된 거죠. 지금은 LG상사와 동남아 진출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도 맡았어요.
리: 아니, 그 정도면 일 더 하라는 신호 같은데(…)
이형은: 회사가 하고 싶은 일은 믿고 맡기는 분위기라, 세부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요. 큰 틀에서 제가 놓치는 부분을 알려주고는 해요. 예로 제가 너무 힘써서 일하면, 업무 강도 조율이 필요하니 사람을 더 뽑자고 한다거나.
코로나19를 맞아 온라인으로 성공적인 피봇팅, 그러나 정작 실수요자가 제외되다
리: 좋습니다. 그러면 첫 PM 생활 이야기를 해보지요.
이형은: PM하면 왠지 팀장 같고 기분이 좋잖아요. 입사한 지 1년 만에 뭔가 된 것 같아서 굉장히 신나게 일했어요. 이미 온라인 코딩교육회사가 많아서, 이게 잘 팔릴까 했는데… 저희 마케팅팀 역량이 워낙 좋아서, 매출도 금세 오르더라고요. 입사 1년도 안 돼서, 내가 스타트업에서 엄청난 업적을 이뤘구나…
리: ……
이형은: 그런데 회사에서 중간점검을 하는데 의외의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매출은 늘었는데, 오히려 만족도는 떨어졌다는 거예요. 사실 코로나 전에도 온라인 코딩 강의는 많았는데, 스파르타가 오프라인을 고집한 이유는 ‘만족도’ 때문이었어요. 보통 온라인 수업들이 ‘끝까지 수업만 다 들으면 환급’ 식으로 돈 벌려 할 때, 우리는 수강생 만족도를 우선했거든요.
리: 수강생 만족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형은: ‘완주율’을 높이면 돼요. 들을 때야 괴롭지만, 끝까지만 하면 실력도 늘고 성취감도 느껴지거든요. 제가 처음 인턴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 회사에서 인정받은 게 엄청 수강생을 챙겼거든요. 수업에 안 나오시면 왜 안 나오냐, 우리 복습 VOD 있으니까 이거 듣고 다음 주 꼭 나와라… 이러면서 완주율을 높이려 노력했죠. 또 같은 수업 수강생들끼리 맥주 자리도 만들고요. 친해져야 더 나오고 싶어 하니까.
리: 오…
이형은: 그런데 온라인 VOD로 넘어오면서 이걸 놓쳤던 거죠. 그냥 다른 온라인 수업은 VOD만 제공하고 끝인데, 우리는 슬랙 방에서 튜터들이 질답도 해준다. 온라인이지만 우리는 개강 OT도 하고, 여기에 기수제로 운영되니까 동질감도 느끼며 함께 한다. 이 정도로 끝이었던 거죠.
‘르탄이 세계관’, 게이미피케이션으로 수강생 관리와 브랜딩을 동시에 잡다
리: 그래서 어떤 변화를 꾀했습니까?
이형은: 기본은 오프라인에서 하던 것 이상으로 온라인에서도 하는 거였어요. 사람이 직접 연락해서 챙겨드리는 것보다 효과적인 건 없거든요. 수업이 어렵다 하면 어떤 부분이 어렵냐, 그건 튜터님이 어떤 식으로 도움드릴 수 있다, 간단한 건 우리 직원이 챙겨드릴 수도 있다…
리: 근데 저도 연락받아본 입장에서(…) 은근 그게 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이형은: 그래서 다양한 요소를 넣었어요. 예로 처음 수업을 듣기 전에, 간단한 공약을 써요. 내가 완주하지 않으면 와이프에게 비자금을 공개하겠다, 아이패드를 팔겠다 등의 공약이죠. 그러면 학습 매니저들이 전화할 때 “왜 안 들으셨어요?”라고 질타하는 게 아니라, “정말 아이패드 파실 거예요?” 같이 공약을 읽어드려요. 빡세지만 조금이라도 유쾌하게, 또 그러면서 매니저들과 좀 더 편한 관계를 형성하는 거죠.
리: 오, 아이디어 좋네요.
이형은: 저희가 5주간 수업, 3주간 실습으로 서비스 만드는 8주 코스인데요. 굉장히 빡세잖아요. 그만큼 좀 재미있게 할 요소를 계속 만들었어요. 그러다 등장한 게 ‘랭킹’ 기능으로, 진도를 빨리 나가는 순위를 매겼어요. 이걸 도입한 이후 완주율이 10% 이상 오르더라고요. 이 요소를 좀 더 강화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진도 레이스’가 탄생했어요.
리: 그건 또 뭐죠?
이형은: ‘르탄이’라는 세계관을 만든 거죠. 1주 차 수업, 2주 차 수업, 이렇게 공부할 때마다 르탄이가 앞으로 나아가요. 권장 진도에 맞춰 듣지 않으면 진도 사우르스라는 괴물이 쫓아오는 거예요. 사람들의 완주를 조금이라도 더 재밌게 하기 위해 만든 거죠. 수강을 시작하면 르탄이가 진도 사우르스에게 쫓긴다, 당신이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 르탄이가 잡히지 않는다… 이걸로 또 완주율이 10% 정도 올랐어요.
리: 그렇게 르탄이 마스코트가 탄생한 거군요.
이형은: 맞아요. 정말 마스코트가 돼서, 최근에는 알림톡도 싹 바꿨어요. 그동안에는 ‘수업 들으세요, 이때까지 들으셔야 합니다’라고 오피셜한 메시지를 날렸는데, 최근 모든 카피라이팅에 전부 르탄이의 목소리를 입혔어요. “제발 수업을 들어 주세요”라는 식으로. 그런 여러 노력으로, 최근 3개월간 모든 과목 완주율이 78%까지 올라왔어요.
온라인 교육에 메타버스를 도입하다, 온라인 모임 ‘게더타운’
리: 엄청난 곳이군요;;; 그런데 저런 넛지(nudge)만으로 70% 이상이 나올 수 있나요?
이형은: 아, 다른 측면으로는 ‘함께 공부하기’를 강화했어요. 온라인은 오프라인만큼의 현장감과 유대감이 생기기 힘들잖아요. 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채택한 게 ‘게더타운’이었어요. 단순히 줌(zoom)으로 진행하던 때보다 훨씬 효과가 좋더라고요.
리: 게더타운… 저도 써봤는데, 좀 애매할 때가 많더라고요.
이형은: 그래서 설계에 공을 들였어요. 예로 게더타운에서 진행하는 OT는 그냥 소개하고 끝나지 않아요. 이전에 수강하신 분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5주 뒤 이런 모습이 될 수 있다, 이런 동기부여를 강조했고요. 심지어 수업도, 게더타운에서 라이브 스터디를 진행하는 게 완주율이 높았어요. 수업 시간 전 일단 잡담을 나누고, 각자 앉아서 코딩하는 게 같이 공부한다는 안정감을 준 거죠. 실제로 이 시스템 후 슬랙에서 질문과 잡담이 크게 늘어났어요.
리: 신기하네요…
이형은: 저희도 신기했어요. 스파르타는 모든 게 실험이거든요. 중간에 잘 안 먹힌 게 이 10배는 될 거예요. 그중 괜찮은 것만 남겨두며 여기까지 온 거죠. 예로 게더타운에는 항상 스파르타 매니저들이 화상 캠을 켜고 상주해있어요. 문의에 하나하나 응대하고 응원의 말씀도 드리고, 가끔은 수다도 떨어요.
리: 그렇게 수업이 끝나면 뭘 하나요.
이형은: 다 잘 복습하시지만, 저희는 ‘개발 일지’라 부르는 수업 요약을, 개인 블로그에 작성하게끔 권장해 드려요. 이걸 보며 또 수강생분들끼리 소통을 하고, 다른 과목에도 관심을 가지고는 해요.
리: 그러면 게더타운에서의 수업 시간 외에, 평소 코딩하다 막히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형은: 막힐 때 힘든 시간이 최소화되도록, 언제든 슬랙으로 질문할 수 있어요. 1) 주말에는 상주 시스템을 둬서 1분 안에 답해드리고, 2) 다른 시간에도 1시간 안에는 답해드려요. 3) 기존 수강생 중 지원하는 분을 ‘미니 튜터’로 받아들여 최대한 상시로 답변하도록 해요. 미니 튜터분들은 스파르타 코스를 마쳤지만 아직 개발에 아주 익숙한 분들은 아니에요. 그래서 질답을 통해 복습하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개발 관련 대화를 즐기며 익히더라고요.
이렇게까지 강의와 수강환경에 집착하는 온라인 강의 회사는 없었다
리: 아무튼 그렇게 잘되는 것 같은데… 요즘 가장 힘쓰는 일은 무엇인가요?
이형은: 최근 5주 과정에 3주 만들기 과정까지 더했어요. 기존에는 5주 수업하고 땡이었는데, 이제는 3주 동안 튜터님과 1:1 코칭을 통해 직접 서비스를 만드는 것까지 진행하는 거죠.
리: 가격을 올리기 위한 것 아닌가요?!
이형은: 가격도 조금 오르긴 했죠. 그런데 3주간은 남는 게 많지 않아요. 튜터님들도 돈보다는 보람으로 하고요. 그럴 만한 게, 3주 실제 개발을 추가하니 수강생분들까지 다들 더 열정적으로 변했어요. 뚜렷하게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으니, 흥미와 실력이 동시에 올라왔어요. 그러다 보니 5주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도 강해졌고요.
리: 3주 추가 외에, 또 다른 변화가 있을까요?
이형은: 저희 VOD가 매 강의를 10분 내외 단위로 피드백을 받잖아요? 그렇게 모든 피드백을 종합해 친구에게 추천해도 좋은 강의인지 ‘친구 추천 지수’를 산출해요. 이 지수가 떨어지는 부분을 하나하나 재촬영하는 거죠.
리: 헐. 엄청난데요?
이형은: 저희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인데, 저희 강의는 이미 ‘전면 재촬영’만 2번 했어요. 다른 회사들처럼 한번 찍고 끝이 아니에요. 심지어 부분 재촬영은 강의당 30–40번씩 해요.
리: 뭔가 제품에 대한 집착이 넘치는군요.
이형은: 회사 전체의 마일스톤이, 수강생 완주율이니까요. 학원은 한 명이라도 이탈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온라인 교육은 그런 면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마케팅은 온갖 AB테스트를 하면서, 전환율은 0.1%까지 집착하면서, 결제 후 수강 환경에 이렇게 투자하는 회사는 없는 것 같아요. 반대로, 스파르타는 완주율에 집착하며 오히려 마케팅비를 덜 쓰게 됐어요. 자연히 입소문이 퍼지니까요.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배워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리: 근데 이 정도 성과 났으면, 코딩 말고 다른 분야로 넓힐 생각은 안 해봤어요?
이형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긴 하지요. 하지만 저희는 저희의 비전이나 미션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당장 앞에 있는 돈을 포기하고서라도, 소프트웨어를 더 잘 가르치는 데 집중하자고 생각했죠.
리: 목표가 무엇이시길래…
이형은: 우리의 미션은 “누구나 큰일을 낼 수 있다”는 거예요. 여기에서 ‘큰일’은 엄청나게 대단한 일만 뜻하는 게 아니라, 작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뜻해요. 예를 들어 저희 고객님 중 40대 중반의 가장분은 가족의 사진첩을 담은 웹사이트를 만드셨어요. 이렇게 고객분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돕는 게 저희의 비전이고 미션이에요.
스파르타 온라인 1기 튜티 김상두 님의 웹 개발기. 스파르타코딩클럽은 누구나 자신에게 소중한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이형은: 저희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킬 거라고 믿어요. 지금 코딩을 안다는 것은, 1600년대의 중세에서 영어를 안다는 것이나 1500년대 한국에서 한자를 안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요. 소프트웨어를 안다는 것 자체가 밸류가 되고, 취업할 수도 있고, 취미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고, 내 가족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는 게 저희의 일입니다. 더 많은 분이 메이커로 거듭났으면 좋겠어요.
리: 멋진 회사 같군요.
이형은: 네. 인턴으로 입사해서 1년 만에 PM으로 자리 잡고, 글로벌 프로젝트까지 하게 됐으니까요. 저처럼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분들도 많고, 또 스파르타를 통해 많은 분이 원하는 일을 하게 됐어요. 더욱 멋진 회사에서 멋진 일을 하기 위해 지금 전 분야 채용 중이니,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형은: 스파르타코딩클럽은 언제나 고객님의 완주가 목표예요. 그래서 니즈를 100% 반영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 중이에요. 온라인 강의는 정해진 시간에 만나 튜터와 만나서 공부하면서, 매니저분들에게 더 진하게 밀착 관리를 받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예요. 한편으로는 온라인이 체질에 안 맞아서 오프라인에서 강의를 듣고 싶은 고객분들을 위해 오프라인 클래스를 여는 방향도 생각해보고요.
리: 일손이 정말 많이 필요하겠군요.
이형은: 그래서 많은 지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기사는 아래 시리즈와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