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이 있어도 현시대 이를 짊어진 이들이 혁신을 게을리하면 그 이름에 똥칠을 할 수 있는지, 이번 삼프로TV의 대선 후보 특집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관훈토론과 비교해보면 정말 차이를 느낄 수 있지만 굳이 관훈토론을 다시 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기성 미디어가 폭망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수년 전 KBS 문재인 단독 인터뷰에서 KBS 기자가 던진 질문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정작 기자라는 이들만 모르는 게 신기했다. 다 차려준 밥상을 걷어찬, 준비도 안 된 단독 인터뷰였다.
혁신을 게을리하면 그 이름값이 얼마나 허망한지. 언론고시 출신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해서 살아남은 데스크들이 가오라는 가오는 다 잡고도 허접한 질문을 하고, 답변자에게는 2–3분 안에 끝내라고 하면서 동시에 온갖 영역을 다 하려다가 정작 알맹이도 없는 포맷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지 알았을까.
아니다. 그들은 그냥 대선이 다가오면 당연히 자기네 토론회에 대선 후보들이 나오는 거라는 ‘허명’에 사로잡혀 정작 독자와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이해하지도 이해하려고도 안 했다. 아, 관훈토론 질문자들은 종업원이었구나. 방 씨, 김 씨, 홍 씨, 그리고 수많은 건설사 사장이 주는 월급 받는 샐러리맨들. 아주 예전 포맷 그대로였다.
삼프로TV. 시쳇말로 스타트업 주식 경제 방송이다. 돈 이야기만 주야장천 한다. 이들은 창업자들이다. 질문자들이 사장이다. 그러니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 주식 분야 전문가, 경제 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했던 기자 겸 방송인, 전문 전문가라는 사회자와 대선 후보와의 대담은 신문,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콘텐츠였다.
며칠 전 G식백과라는 유튜브 방송에 대선 후보자가 나와 인터뷰도 했다. 게임 미디어가 넘쳐나지만 정작 대선 후보는 그런 게임 미디어를 다 제쳐두고 유튜브의 한 방송에 나왔다. 정책 대결이 없다고 하지만 정책 방송 대담과 인터뷰는 해당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진행한다.
앞으로 대선 후보자들의 TV토론이 있을 것이다. 차라리 유튜브 전문가 집단이 다 모여서 하나의 영역을 집중적으로 물어보는 방식을,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번에 하면 어떨까.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분야별 질문자로 나서고 동시에 모두 송출하면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 자칫 잘못하다간 관훈토론 꼴 날 수도 있지만, 그건 뛰어난 기획자들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선거 때만 갑자기 뭉쳤다 사라지는 ‘연합유튜브TV’의 모습. 아마도 다음 2027 대선에서는 충분히 볼 수 있을 거 같다. 과학 정보통신 분야는 눈먼 돈 가져가는 인간이 차고 넘쳐도 유튜브 파트에 독보적인 곳은 하나도 없구나. 참 이상한 일이긴 하다. 아마도 개인의 선택이 그다지 큰 영향을 못 미치는 철저한 관과 대기업 주도의 시장이라서 그런 거 같다.
아마도 네이버TV나 카카오TV에서 지금의 극우부터 극좌까지 온갖 방송을 다 하면 정부나 여당 야당이 네이버와 카카오를 가만히 두지 않았을 거다. 거기서는 하고 싶어도 못하고, 대신 유튜브에서 날개를 달았다. 정부 칼날에서 자유로운 해외 사업자들의 서비스에서 크리에이터들이 만개하는 게 참 가슴 아픈 일이다. 무척 씁쓸하기도 했다.
원문: 도안구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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