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BlackLivesMatter
#BlackLivesMatter 해시태그가 처음부터 널리 확산되었던 건 아닙니다. 2012년 10대 흑인 소년의 살해로 시작됐으나, 2014년 상반기까지도 약 600개 정도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2014년 8월, ‘퍼거슨 사건’ 이후 #BlackLivesMatter 해시태그는 급증합니다. 사건 후 1달이 되지 않아 #BlackLivesMatter는 5만 번 등장합니다. 그 이후 반년이 안 되어 400만 번 사용되더니, 2015년 5월까지는 4000만 개 이상이 게시됩니다. 전 세계에서 연대 시위가 열렸고, 미 연방 정부는 경찰 폭력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법을 제정하게 됩니다.
장면 2: 아이스버킷 챌린지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소셜 미디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캠페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후 그 어떤 캠페인도, 이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스버킷 챌린지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콜드워터 챌린지’는 90년대부터 꾸준히 이루어져 왔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어떻게 2014년 여름부터 대유행하게 되었던 걸까요? 스포츠 스타와 팝 스타를 비롯한 유명인들의 참여 덕분이었던 걸까요?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책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바로 위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고자 합니다. 저자 데이먼 센톨라는 펜실베니아대학교 교수로, 소셜 네트워크 분야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힙니다.
과거 캠페인과 마케팅의 세계에서 정보의 확산은 바이러스에 비유되어 설명되었습니다. 어떤 뉴스나 정보의 확산은 그것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마치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는 것처럼요.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인식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단순한 ‘정보의 확산’은 운반자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믿음과 행동의 확산’은 단순 접촉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은 기존의 통념, 문화, 안정을 유지하고자, 자신도 모르게 변화에 저항합니다. 이러한 저항을 넘어서려면 충분한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이 ‘충분한 확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수의 사람들이 그 변화를 채택했다는 ‘사회적 증거’입니다.
투자, 투표, 사회 운동 참여, 모두 상당한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택 전, 충분한 ‘증거’를 가지길 원합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이러한 증거를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됩니다.
저자는 이러한 형태의 확산을 단순한 바이러스성 전염과 다른 양상을 가진다는 점에서 ‘복잡한 전염’이라 정의합니다. 이 ‘복잡한 전염’이 바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진정한 수단인 것이지요.
25% 티핑 포인트
저자는 책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통해 ‘복잡한 전염’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수많은 사례와 연구를 통해 설명합니다. 개중 가장 핵심적인 개념은 티핑 포인트입니다.
기업 내 여성의 지위와 관련한 하버드대학교의 연구는 그 좋은 사례입니다. 그들은 여성이 기업 내에서 소수에 불과할 때는, 항상 차별적인 대우와 억업적인 문화에 직면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기업 내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여성이 일정 비율(20~35%)을 넘어서면, 기업의 문화가 극적으로 변하며 성평등한 규범이 들어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티핑 포인트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하버드대는 연구를 계속합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21%까지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25%가 되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10%에서 14%로, 17%에서 21%로 바뀌는 것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24% 수준에서도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데, 25%에서 폭발합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티핑 포인트 이하에서는, 변화를 위한 활동이 사회 전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반면, 어떤 행동으로 인해 티핑 포인트를 넘어선다면, 그것이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 할지라도 폭발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죠.
SNS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을까?
#BlackLivesMatter로 돌아가 봅시다. 이전에도 이 해시태그는 있었으나, ‘퍼거슨 사건’을 계기로 티핑 포인트가 생깁니다. 이를 통해 각자 개별적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커뮤니티들이 연결됩니다. 심지어 국경을 넘어 전 세계가 연대합니다. 트위터 네트워크가 주류 언론보다 영향력이 커지게 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캠페인의 유례없는 성공에 우리가 제기해야 할 질문은 “이 아이디어가 어떻게 유명 인사의 지지를 얻어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 아이디어가 유명 인사들조차 원할 만큼 성장할 수 있었는가?”입니다.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독서
저자는 소셜 네트워크와 티핑 포인트가 그간 우리 사회를 어떤 식으로 변화 시켜 왔는지 많은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무언가 메시지를 던지려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합니다. 표를 유도하는 정치인,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터, 그리고 변화를 유도하는 CEO까지 말이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소수의 인플루언서나 유명 인사가 아니라 사람들 간의 특별한 관계라고. 지금 당신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물건, 지지하는 캠페인과 정치인, 보고 즐기는 콘텐츠는 어떻게 해서 선택된 것일까요?
만약 이 질문에 대답하고자 한다면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결코 놓쳐선 안 되는 책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