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소 발효 커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요즘 커피를 조금 안다 또는 커피를 조금 즐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창 유행하는 커피입니다.
Anaerobic Fermentation(이하 무산소 발효)란, 커피 가공 방식 과정 중의 하나인데 가격이 높기도 하고 맛이 매우 독특한 커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가향이라고 생각될 만큼 강렬하고 독특한 캐릭터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강한 복숭아 향이나 리치, 귤껍질과 같은 느낌이지요.
그러나 이 가공방식에 관해서 잘 알고 마시는 사람은 잘 없을 것입니다.
굳이 알고 먹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 입에 들어가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것인지 알고 있는 것은 나쁘지 않겠지요.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알고 나면 도대체 이 커피가 왜 그렇게 비싼 가격에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피를 가공할 땐 ‘발효’라는 과정을 꼭 거치게 됩니다. 여러분들도 발효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저 ‘김치는 발효음식이니까 건강하고 맛있어’, ‘와인은 발효를 하는 거래’, ‘된장도 발효를 해야 제대로 되는 거야’ 등의 단순한 생각은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음식이나 식재료에서의 의도적인 발효는 그 음식 또는 재료가 더 맛있어지게 하는 과정이라고 바꿔서 말하면 약간 느낌이 달라집니다. 그러면 커피에서의 발효는 어떤 걸까요?
커피가 발효되는 과정에서는 커피의 향과 당분, 그리고 여러 당류 성분들이 분해되고 흡수되는 과정을 반복하며 특정 향미 성분이 형성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 발효 방법이나 발효 시간에 따라서 나타나는 특징이 매우 다채롭게 달라집니다.
위에서 말한 무산소 발효가 위와 같은 발효의 특징을 잘 살린 방식 중의 하나인 것입니다.
무산소 발효의 주된 목적 중의 하나는 발효 과정 중의 방해 요소, 즉 ‘변수’를 통제하는 것에 있습니다. 특히 발효 과정 중에 산소의 접촉을 차단하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향미의 손실을 줄이고 안정적인 단맛과 부드러운 산미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제가 그에 대한 과학적 설명까지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 생략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커피 농장에서 무산소 발효를 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장비가 필요합니다.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발효 수조입니다. 생각보다 간단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이 발효 수조에는 공기구멍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한 곳으로는 이산화탄소가 들어가고 다른 한 곳으로는 산소가 빠져나갑니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이산화탄소는 물에 잠긴 커피와 함께 가라앉으며, 상대적으로 가벼운 산소는 이산화탄소에 밀려서 밸브를 통해서 슬금슬금 빠져나갑니다. 그렇게 되면, 스테인리스 수조 속은 이산화 탄소로 가득 찬 무산소 상태에서 발효가 진행됩니다.
이러한 무산소 환경에서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여러 가지 변수의 통제가 가능합니다. 햇빛이나 산소 등이 차단되며 온도까지 꽤나 일정하게 조절되기 때문에 조금 더 의도적이고 통제된 발효를 시킬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이자 무산소 발효 커피의 특이성을 부각해 주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주는 압력에 있습니다. 무거운 이산화탄소가 가득한 수조 내의 압력 덕분에 커피 체리의 과육이 발효되면서 나오는 당 성분과 향미, 그리고 과즙 성분들이 커피콩으로 훨씬 잘 스며들 수 있습니다.
즉, 커피 생산자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고 싶어 하는 특이한 캐릭터가 훨씬 더 잘 스며들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생산자의 의도에 따라서 발효 수조 속에 시나몬을 넣거나, 귤껍질 같은 것들을 넣거나 또는 특정 효모, 균 같은 것들을 첨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것이 ‘가향’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이 무산소 발효를 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장비가 필요할뿐더러 세심한 노력과 주의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부가 재료가 더 추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일반적인 프로세싱을 거친 커피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산소 발효 커피. 매력적인가요?
원문: 만얼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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