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커피를 내리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구분하면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는 방법, 또는 핸드드립, 또는 콜드브루 등이 있겠지요. 그러나 각각의 추출 방식에서도 수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예를 들어서 에스프레소 머신끼리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커피 추출에 접근합니다. 고온 고압의 물로 고운 커피 가루의 층을 통과하는 것은 같지만, 물의 압력을 전달하고 물을 끌어오는 방식, 그리고 물의 압력을 커피에 전달하는 방법이 다 다릅니다.
보일러 중에서도 귀뚜라미와 나비엔, 린나이 등의 보일러 방식이 전부 다 다른 것을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을 따뜻하게 만들려는 목적은 같지만 그것을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할지는 회사와 제품마다 다 다른 것처럼 말이지요.
마찬가지로 에스프레소 머신도 각 브랜드와 제품마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커피를 더 안정적으로, 그리고 더 좋은 기술력으로 추출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다르게 담겨 있습니다.
핸드드립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핸드드립을 위한 드리퍼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번 글에서는 우리 주위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드리퍼를 몇 가지 소개해 드리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어떤 드리퍼를 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처럼 커피나 드리퍼를 선택하는데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홈 카페를 하는 데는 언제나 ‘나에게 가장 맛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에 대한 기준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드리퍼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면 좋을지에 대한 정보를 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나의 취향‘입니다. 즉, ‘나는 어떤 종류의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를 마실 때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같은 것입니다. 누군가는 산뜻하고 향이 도드라지는 커피를 좋아할 수 있지만, 반면에 누군가는 묵직하고 질감이 도드라지는 커피를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특성을 더 잘 부각해주면서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드리퍼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나 대다수가 반대의 순서로 드리퍼를 선택하고 커피를 추출합니다. 아는 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또는 예뻐서, 또는 주위 사람들이 이걸 쓰기 때문에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내 취향, 또는 궁극적으로 내가 사용할 커피에 대한 생각 없이 드리퍼만 구매해서 커피를 추출해보면 생각만큼 맛있게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드리퍼의 특성을 알고 구매한 다음,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유튜브라는 좋은 선생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세계 챔피언의 레시피, 또는 세계 챔피언의 브루잉 방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말 다양하고 친절한 세계의 바리스타가 일반인들도 쉽게 따라 할 만한 좋은 것들을 소개해 두었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꼭 찾아보고 여러 가지 시도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가면 에스프레소든 핸드드립이든 내가 원하는 커피의 방향, 또는 원두의 특성을 먼저 고려한 다음에 추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입니다. 본질적인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에게 4–5가지 종류의 드리퍼가 있다면, 드리퍼를 먼저 선택하고 내가 가진 커피를 추출하는 순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커피의 특성이 이러하니, 이 드리퍼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서가 맞는다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은 카페를 오픈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이 대다수일 거라 생각합니다. 어렵고 복잡하며 전문적 용어가 많이 필요한 다양한 에스프레소 머신에 대한 내용보다는, 여러분들의 완벽한 홈 카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표적으로 우리 주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드리퍼를 소개해드리고 그 드리퍼의 특성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하리오 V60 Hario V60
‘하리오’라는 회사에서 나온 드리퍼입니다. 위 그림처럼 생겼으며, 가운데 아래쪽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하리오 드리퍼를 사용해서 추출한 커피는 차를 마시는 것처럼 산뜻하고 부드러운 향과 맛이 좋습니다. 여러분들이 무겁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의 커피를 선호한다면, 이 드리퍼를 사용했을 때 시너지가 훨씬 더 좋을 것입니다.
2. 칼리타 웨이브 Kalita Wave
‘칼리타’라는 회사에서 나온 드리퍼 중에 ‘칼리타 웨이브’라는 이름을 가진 드리퍼입니다. 위 그림처럼 생겼으며, 가운데 아래쪽에 작은 구멍 세 개가 뚫려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위에 있는 V60 드리퍼와 다르게,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는 ‘리드’라고 불리는 선이 세로가 아니라 가로로 그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추출 구멍이 상대적으로 작고, 리드가 가로로 그어져 있기 때문에 물이 드리퍼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균일합니다. 따라서 칼리타 웨이브를 사용해서 추출한 커피는 상대적으로 묵직하며 향과 질감이 농축되어 있는 느낌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선호하는 드리퍼 중의 하나입니다.
3. 클레버 Clever
클레버는 이전의 글에서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추출이 상당히 간편하기 때문에 커피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많은 도구를 구매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정말 좋습니다. 이 클레버 드리퍼는 위에 있는 두 가지 드리퍼와 다르게 물을 붓는 대로 바로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물을 커피와 함께 ‘침출’ 시켰다가 내가 원하는 때에 커피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이 드리퍼 또한 커피와 물이 오랜 시간 커피와 골고루 닿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추출된 커피의 묵직한 단맛과 향, 그리고 부드러운 질감이 좋습니다. 위의 두 가지 하리오 V60, 칼리타 웨이브 드리퍼가 얇은 선과 같은 느낌의 향과 단맛을 부각해 준다면 클레버 드리퍼는 굵은 선과 같은 느낌의 향과 단맛을 부각해 준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4. 케멕스 Chemex
케멕스 드리퍼는 생긴 것부터 실험실 플라스크처럼 아주 독특합니다. 실제로 1930년대에 화학자가 발명했다고 합니다. 이 드리퍼의 특징은 사용자가 어떻게 물을 부어줘도 추출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드리퍼와 서버가 일체형이며 케멕스 드리퍼에 사용하는 필터는 일반 다른 필터보다 약 세 배 정도 두껍습니다.
케멕스 드리퍼는 다른 드리퍼와 다르게 리브가 없어서 필터가 유리에 정말 밀착됩니다. 때문에 유리와 필터 사이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뜨거운 수증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좁은 통로인 에어채널(air channel)이 따로 있습니다. 그러한 특성 때문에 다른 어떤 드리퍼보다도 풍성한 향을 살리기에 특별합니다. 상대적으로 추출 중에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수증기나 향 성분이 확연히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제가 아는 것만 해도 열 가지 이상의 드리퍼가 존재합니다. 당연히 그 드리퍼에 적용된 기술, 그리고 그 드리퍼가 추출되는 원리, 추출된 커피의 특성 등이 전부 다릅니다.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느낌은 어떤 느낌인가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원문: 만얼의 브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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