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을 향한 인천 지역사회의 손길, 공정무역인천광장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지구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와중에 미얀마의 소수민족들은 생명의 위협과 공포를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군부의 공습이 이어지면서 소수민족 3000여 명이 접경국인 태국으로 피신했다.
동남아 국가의 소수민족들에게 이러한 위협들은 일상적이다. 그동안에도 주류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그저 관광 대상으로 여겨지며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자리에 방치됐다. 소수민족 중 일부는 자활을 목표로 삼고 커피를 재배하며 새로운 활로를 꿈꾸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권력층에 착취당하고 강탈당하기 일쑤였다.
공정무역은 이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 자활의 기틀을 마련해주기 위해 1950년대부터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몇몇 시민단체 중심으로 뒤늦게 이 움직임에 동참했다. 비교적 늦은 시작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으며 공정무역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2010년부터 약 11년간 소수민족과의 공정무역을 이끌어온 공정무역 인천광장의 김정렬 공동대표를 3월 31일 남동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정렬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
Q. 공정무역 인천광장에 대해 소개를 해달라.
공정무역 인천광장은 공정무역 운동을 인천지역에서 전개하고자 2010년에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다. 같은 해 공정무역도시를 선언한 인천광역시와 함께 공정무역 운동과 공정무역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공정무역 상품으로 ‘트룬커피’ 를 유통하고 있다.
트룬커피는 인천광역시와 인천공정무역협의회가 태국 치앙라이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요크커피협동조합과 공정무역 협약을 체결하고 직거래로 생산 및 판매를 실시하는 대표적인 인천공정무역제품이다. ‘TRUUN’은 ‘True’와 ‘Naturally’가 조합된 단어다. 지구촌 구성원 모두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의지를 담았다.
공정무역인천광장은 지역사회에 공정무역이 뿌리 내려 자리를 잡는 것에 목적을 두고 공정무역제품 개발 및 판매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공정무역제품의 판매 확대를 통한 지역 내 취약계층 일자리창출 등의 사회적가치 실현에도 힘쓰고 있다.
Q. 공정무역 운동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공정무역이란 대화, 투명성, 존중에 기초해 국제 무역에서 공평하고 정의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거래 파트너십을 말한다. 특히 저개발국가에는 시스템상 경제발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생산자와 노동자들이 많다. 공정무역 운동이란 그들에게 더 나은 거래조건을 제공하고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국제적인 사회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무역 인천광장은 거래비용에 공동체발전기금, 즉 소셜프리미엄을 더해 태국 치앙라이 아카족과 공정무역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 기금은 마을의 공동기금으로, 소수민족의 화합과 민족문화 계승을 위해 사용된다.
따라서 공정무역 커피 구매는 단순한 원조가 아니다. 정당한 거래를 통해 이들이 직접 그들의 자립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소수민족의 어린이들이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교를 마칠 수 있고, 대학 진학을 통해 그 나라의 제도권 진입까지도 꿈꿀 수 있게 된다.
Q. 자활을 돕고 있는 소수민족이 궁금하다. 어떤 인연으로 그들과 공정무역을 진행하게 됐나.
동남아시아 메콩강 하류 부근에 골든트라이앵글로 불리며 아편 생산 및 밀매가 거대하게 이뤄졌던 지역이 있다. 아카족을 비롯한 그 지역 소수민족들은 외부 군사 세력에 의해, 또는 생계유지를 위해 산속에 숨어 아편 생산에 손을 댔다.
하지만 UN과 공정무역 운동 기구를 비롯한 국제단체들이 개입해 소수민족들에게 커피 묘목을 제공했다. 이후 지역은 마약 소굴에서 커피 재배지로 탈바꿈했다.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은 점차 마약의 온상에서 질 좋은 커피의 원산지로 주목받게 되었다.
하지만 커피 재배의 이윤은 소수민족들에게 정당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정당한 대가 지급은커녕 대자본에 원두를 헐값으로 넘기며 정해진 생산량을 강요하는 등의 노동 착취를 일삼았다. 아카족을 비롯한 지역 소수민족들에게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 그리고 더 나은 생활환경 등은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15년 전쯤일까, 이영기 선교사가 우연한 기회로 태국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이 선교사가 아카족이 당하는 노동착취를 보고 공정무역을 결심한 것이다. 결심을 하자마자 팡콘마을이라는 아카족의 거주지에 교회를 세우고, 그곳에서 아카족과 함께 공정무역커피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과정을 통해 재배된 원두를 한국의 몇몇 교회에 공급했고, 공정무역인천광장도 새로운 원두의 공급처가 필요했던 차에 알게 돼 관계가 본격적으로 맺어지게 됐다.
Q. 공정무역인천광장 커피만이 갖고 있는 특징은?
태국 최북단 국경지대에 위치한 해발 1500m 고산족 마을인 ‘팡콘’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높은 고도에서 재배하는 커피 열매는 병충해에 강해, 품질이 좋다.
본격적인 공정무역 협약을 하기 전인 지난 2014년 10월 인천광역시는 공정무역 및 커피 분야 전문가들을 파견해 조사했는데, 아카족 커피는 매우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인천광역시가 공인한 품질의 커피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트룬커피 원두는 모두 국내에서 직접 로스팅해 판매한다. 현지에서 로스팅해 무역을 하면 원두가 운송되는 사이에 풍미들이 날아가기 쉽다. 더 좋은 커피 품질을 위해 회사 내부에 로스팅 시설을 만들어 트룬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유통 과정이 정말 없는 순수 직거래 커피라는 점에서 가격 경쟁력도 있다.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비싸다’라는 점이다. 우리는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1년부터 현재까지 뜨거운 아메리카노 커피 가격을 2000원으로 유지하고 있다.
Q. 어디서 구매할 수 있나?
현재 직영매장 3곳과(인천버스터미널점, 미추홀타워점, 인천글로벌캠퍼스점)과 가맹점(용현토지금고점, 인천법원점, 도화점) 3곳을 운영 중이다.
인터넷으로도 살 수 있도록 쇼핑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주 판매 상품인 커피만 올라와 있다. 곧 새 상품들을 소개하고, 판매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 바란다.
Q.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상품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무역 진행도 참 어려웠다. 매장 판매도 어려워지면서 운영에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제품 개발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했다. 많은 신제품들이 최종단계에 있다. 주로 ‘로컬페어트레이드’ 제품을 개발해 왔다. 쉽게 말해 국내 지역 농산물과 공정무역 제품의 협업이다. 지역 농어민의 소득증대와 기존 공정무역의 사회적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관심을 많이 받는 분야다.
공정무역 커피, 건과일, 캐슈너트 등과 소청도의 다시마를 혼합해 만든 달콤한 수제 캐러멜(카라멜로우)이 대표적 제품이다. 강화도 속노랑고구마와 공정무역 캐슈너트를 혼합한 군고구마큐브(동결건조식품)도 있다. 또 홍차를 발효한 콤부차에 공정무역 커피, 계피와 소청도의 다시마 등를 혼합한 다양한 제품이 있다. 이외에도 여러 제품 개발을 완료해 판매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도 수제쌍화차, 수제계피생강차, 커피 초코볼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기존에 거래를 이어갔던 아카족과도 계속 교류를 하고 있다.
Q. 왜 사회적기업을 선택했는지, 왜 공정무역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인간은 결국 관계를 맺으며 어울려 살아가야만 한다. 일상에서 양보와 배려가 없으면 그 관계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또 양보와 배려 속에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을 지향해야만 그 관계가 오래도록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 효과를 줄 것이라고 믿는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개인은 개인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나를 비롯한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라는 고민 끝에 사회적기업을 선택했다.
공정무역을 선택한 이유는 교환과 거래가 모든 관계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공정하게 이뤄지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교환이 공정하지 않을 때 갈등과 분쟁이 일어난다. 나아가 억압, 착취가 시작되는 것 아니겠는가.
공정무역은 공정한 교환과 거래 관계를 바탕으로 저개발국가의 농민들과 좋은 제품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이는 서로의 것에 대해 가치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다.
Q. 공정무역 인천광장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지.
우리 조직이 어떤 식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은 없다. 다만 인천이라는 곳이 공정한 도시, 소외된 이웃들에게 기회를 주는 도시로써 동남아 소수민족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공정무역을 통해 자활기반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인천에 대한 좋은 기억을 벗삼아 교환학생 파견 등의 지속적인 교육 교류로 배움의 폭을 넓혔으면 한다.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본국에서도 제도권 교육에 편입해 소수민족의 처우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것을 정말 바라고 있다. 이는 우리 조직의 최종 목표이자, 오랜 꿈이다.
Q.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공정무역은 저개발 국가 생산자와의 정당한 비즈니스를 항상 추구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단순한 무상원조가 아닌, 이들에게 실질적인 자활의 기틀을 마련하게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선택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지구촌의 사회적 약자를 돕고 우리 가족과 이웃을 돕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원문: 이로운넷 / 작성: 고영민·백신우(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공감기획단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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