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소비시장 확대에 따라 사회적경제조직의 해외 온라인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함께일하는재단’이 나섰다. 함께일하는재단은 지난해 해외 온라인몰 입점을 희망하는 국내 사회적경제조직 18개사를 대상으로 알리바바, 아마존US 등 해외온라인몰 입점과 마케팅 비용을 지원했다. 이로운넷은 각 온라인몰에 입점한 기업 중 우수사례를 소개한다.
동물도 장염에 걸린다.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발병해 ‘파보장염’이라고도 한다. 인간과 다른 점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90%라는 이른다는 것이다. 경기도 화성시 청년 농부이자 예비 사회적 기업 ‘메이에르’ 전미화 대표의 반려견 ‘두두’도 3년 전 이 병에 걸렸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두두가 크게 앓는 모습을 보고 그는 ‘집밥을 만들어 먹여야겠다’고 결심했다.
장염은 잘 치료했지만, 일반 사료를 먹으면 무른 변을 보거나 설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료를 자주 바꿨어요. 한국에서는 답을 찾지 못해 뉴질랜드, 캐나다 등 해외까지 눈을 돌렸죠. 그래도 차도가 없어서 직접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농산물을 키워 로컬푸드 직매장에 판매하던 전 대표는 키우던 농산물로 두두를 위한 ‘집밥’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메이에르의 대표 사료 ‘그린밀’이 그 완성작이다. 프랑스어로 ‘메이에르(meilleur)’는 “가장 나은, 가장 좋은”이라는 뜻이 있다. 전 대표는 “내 반려견이 먹을 홈메이드 사료가 창업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이름 뜻처럼 최고의 재료, 최고의 정성으로 힘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건강하고 맛있는 제품으로 국내에서 단골을 여럿 보유한 메이에르. 이제 해외 시장도 넘본다. 작년 함께일하는재단의 사회적경제조직 해외온라인몰 입점지원사업에 참여한 결과, 세계 최대의 B2B 쇼핑몰 ‘알리바바’에 입점하게 됐다. 이로운넷은 전 대표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소감과 포부를 들었다.
반려견 자연 간식 ‘팝팝라이스’로 해외 진출
함께일하는재단은 지난해 9월 해외 온라인몰 입점을 희망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을 선정해 30시간 상당의 해외 온라인몰 입점 교육 및 컨설팅, 기업별 300만 원 상당의 입점 비용을 지원했다. 이중 알리바바 입점 지원기업은 메이에르를 포함해 10개사다.
식품류
- 사단법인 가배울의 유기농 토종현미 누룽지
- 주식회사 기호의 오색현미누룽지
- ㈜방앗간컴퍼니의 산나물 5종
- 맑고밝고따뜻한협동조합의 액상차 Trufu 리얼생생
- 커피킹덤협동조합의 커피백
의류
- 정화실업㈜의 울 터치 타탄체크 머플러
미용 제품
- 주식회사오디에스의 저스트 프랜드 마스크팩
- 해피팜협동조합의 진가인 모이스처 크림
반려견 간식
- 주식회사 다정한마켓의 로렌츠스틱
- 메이에르의 팝팝라이스
메이에르 대표 제품은 그린밀이지만, 알리바바에 내놓은 건 ‘반려견 전용 뻥튀기’다. 아직 출시하진 않고,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내놓을 시점을 고민하다 결정했다. 전 대표는 “사료는 무거워서 물류비가 많이 들고, 이미 시장도 크다”며 “생소하고 새로운 한국 간식으로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보자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0–11월인 쌀 추수 시점에도 맞췄다. 팝팝라이스에 들어가는 원료에는 메이에르가 직접 생산하는 쌀, 고구마, 화성 내 협력농장에서 생산하는 밀웜 등이 있다. 메이에르는 제품을 제조할 때 대기업이 아닌 주변 농가에서 농산물을 사 원료로 쓰는데, 그 농가를 협력농장이라 부른다. 이렇게 ‘로컬 푸드 우선 수매’라는 사회적 가치도 달성한다.
“꾸준한 멘토링으로 ‘맨땅에 헤딩’ 피했어요”
메이에르는 2018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 출신이다. 담당 육성기관이 함께일하는재단이었다. 전 대표는 “함께일하는재단에서 나오는 사업 지원 관련 정보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한 국내 시장을 극복할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알게 됐다”고 입점 지원사업 참가 계기를 설명했다.
전 대표에게 이번 사업은 수출이라는 망망대해를 건너게 해준 배다. 그는 “이전에는 ‘수출’이라는 단어만 알고 과정은 잘 몰랐는데, 3개월간 하나하나 코칭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알리바바에 입점한 경험이 있는 강의자가 일대다 교육, 일대일 컨설팅을 제공했다. 개인 경험을 토대로 제품 설명에 넣을 키워드, 바이어와 연락하는 방법, 회사 소개 방법 등 이른바 ‘꿀팁’을 알려줘 쉽게 배웠다.
코로나19로 화상회의가 일반화되면서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었다. 대면 교육도 몇 번 있었지만 10–15일에 1번 정도는 과외받듯 온라인으로 만났다. 그는 “화성에서 직접 서울까지 가려면 오가는 거리 때문에 하루 남짓 보내야 하는데, 화상채팅으로 멘토링을 받으니 시간이 절약됐다”고 설명했다.
메이에르가 알리바바 입점으로 기대하는 건 뭘까. 전 대표는 “시리얼 고를 때 여러 종류를 먹어보고 정착하는 것처럼 반려동물 음식 유목민들이 메이에르 제품에 정착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알리바바는 B2B 플랫폼이니 연 2–3만 개 정도를 살 펫숍, 또는 펫숍에 납품하는 유통업자를 만나기를 기대 중이다. 그는 반려동물 건강에 관심이 많고, 기존 사료에 회의와 문제의식을 느낀 바이어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코로나19에도 꾸준한 발전… 제품 업그레이드, 신규 채용, 체험행사 계획 중
전 대표는 2019년만 해도 소비재 박람회 ‘메가쇼,’ 반려동물 박람회 ‘케이펫페어,’ 지역 축제 등 7개 행사에 참여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탓에 이런 오프라인 판로는 막혔지만, 온라인 시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자체 몰을 정비하고, 함께일하는재단의 해외온라인몰 지원사업으로 국경도 넘었다. 그새 식구도 한 명 늘어 총 3명이 됐다. 올해는 농업 분야 지원을 한 명 더 보충할 계획이다. 기존 제품을 보완하는 제품도 선보인다.
반려동물 문화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메이에르는 2017년부터 매년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체험행사를 여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화성 농장에 반려동물을 초대한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방식이나 일정은 바뀔 수 있다. 전 대표는 “반려동물이 동물카페가 아닌 자연에서 노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며 “반려동물들이 흙을 밟으며 놀고, 주인은 농작물을 심어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 이로운넷 / 글: 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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