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은 ‘생산자-수입-제조-유통-소비’로 이어지는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에 타격을 줬다. 고용위축과 분배 악화로 공정무역 제품을 생산하는 저개발국 농민과 노동자들은 평소보다 더욱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국공정무역협회가 8월 29–30일 이틀간 온라인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가 몰랐던 생산지 이야기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협회에 속한 공정무역 회원단체의 생산지 담당자들과 현재 생산지 상황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눌 방법을 모색했다.
좌담회는 황선영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사무국장이 사회를 맡고, 안민지 피티쿱(PTC) 생산지 코디네이터, 윤하나 공기핸디크래프트 대표, 박혜원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간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공정무역 생산자의 현황과 반복되는 위기 앞에서 향후 무엇을 준비할지 이야기했다.
첫날인 29일에는 현재 공정무역 생산지 상황과 생산자들을 돕기 위해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이 소개됐다. 세 단체 모두 “코로나 확산으로 이동이 전면 통제되면서 작업장을 원활히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인도는 이동이 통제되면서 생산자들이 작업장에 출근할 수 없어 제품을 생산할 수 없고, 물품과 원자재를 보관하는 창고의 추가 증설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박 간사는 “단순히 상품 생산만 중단된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상품도 보관된 채로 부패해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은 3월 말부터 강력한 지역 봉쇄정책이 시행돼 자유로운 이동이 통제됐다. 안 코디네이터는 “4월 마스코바도 생산 공방 가동을 중단한 데다 항공기‧선박 운항이 취소되면서 제품 발송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방글라데시와 인도는 최근 초대형 사이클론이 덮치면서 악재가 겹쳤으며, 이스라엘과 분쟁 중인 팔레스타인은 코로나 방역이라는 명분으로 시민들의 외출조차 통제되는 실정이다.
극한 상황에서도 공정무역 단체들은 생산지를 돕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와 공기핸디크래프트는 대금을 현금으로 선지급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도록 돕고, 피티쿱은 온라인을 통해 현지 생산자들과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HowAreYou’ 캠페인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응원의 메시지와 인증샷을 찍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다.
30일에는 시청자에게 사전에 받은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기후 위기, 감염병’ 등 재난 상황이 공정무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윤 대표는 “생산지가 위치한 저개발국 노동자들은 주로 1–2차 산업에 종사해 재난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낮고, 산업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이슈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의류 산업’은 모든 공정을 한꺼번에 하지 않고 ‘생산-염색-봉제-자수’ 등 공정을 각 생산자가 나눠 진행하는데, 코로나 확산으로 지역이 폐쇄되면 과정이 막혀버리는 것이다. 노동집약적 방식으로 생산하고, 위기에 대응할 시스템을 구축할 여유가 없는 소규모 생산자일수록 어려움은 더욱 가중된다.
그럼에도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회복 탄력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 코디네이터는 “기후변화, 질병, 경제 위기 등이 발생했을 때, 공정무역 생산자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종의 면역력이 요구된다”면서 “제품을 구매할 때 가격에 포함된 ‘공정무역 기금’이 위기 상황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기에 처한 생산자들을 돕기 위해 소비자들이 할 수 있는 실천은 공정무역 제품에 더 관심을 갖고 소비하는 것이다. 윤 대표는 “공정무역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비록 물리적 거리는 떨어져 있지만, 서로 돌보며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과거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경제를 움직였지만, 이제는 보이는 손이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일간 녹화 중계한 영상은 한국공정무역협의회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으며, 다시 보기가 가능하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진재성 인턴기자
원문: 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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