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성장하려면 투자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영세한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요. 특히 이윤과 사회적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회적 기업들이 그러합니다.
동작신용협동조합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사회투자기금과 매칭해 복지, 환경,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과제를 풀어가는 기업들에게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쑥쑥 성장해 가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들의 이야기를 이로운넷이 전합니다.
다양한 공정무역 생활 수공예품을 소개합니다
히말라야를 품고 있는 나라 네팔은 공정무역의 도시로 유명합니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즐비한 상점들의 제품이 공정무역 상품임을 눈치챈 윤하나 공기핸디크래프트 대표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공정무역하면 커피·초콜릿·설탕 같은 식품만 떠오르는 한국… 좀 다양한 제품을 만나 볼 순 없을까? ”
그는 귀국 후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곤 열심히 맨땅에 구글링을 하며 거래처를 물색했습니다. 원칙은 이랬습니다.
네팔은 이미 거래하는 단체들이 많다. 새로운 곳을 찾아보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제품의 질이 좋고 생산자들이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는 곳으로…
지갑을 열게 만드는 제3세계 수공예품
전통과 현대가 버무려진 인사동 쌈지길. 그곳에 가면 공정무역 방식으로 생산된 수공예 생활용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현지에선 예쁘고 아름답지만 내 지갑을 열고 집에 놓아두기엔 2% 부족한 것이 현지 공예품들입니다. 우린 여기에 실용성과 현대적 디자인으로 변화를 줬습니다. 문화가 다르다 보니 같은 제품이라도 쓰임새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형태나 기능적인 면은 저희가 맡고 소재와 만드는 기법은 전통과 현지의 것을 존중해 만듭니다.” — 윤하나 공기핸디크래프트 대표
공기핸디크래프트(이하 공기)는 2014년 11월 문을 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원목으로 만든 나무 그릇, 방글라데시의 주뜨(황마의 일종)를 엮어 만든 바구니와 식탁보, 컵 받침, 매트 등 다양합니다.
여기에 과테말라의 마야 원주민이 전통 베틀로 짠 쿠션과 천연염료로 물들인 스카프를 비롯해 새해부터는 가방도 론칭한다는군요. 이들은 모두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단체들로부터 수입한 것들입니다. 일부 도자기 제품은 공기가 직접 생산합니다.
“선한 마음에 의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만든 거니까 사줘야 한다는 식은 통하지 않아요. ‘갖고 싶어 샀는데 알고 보니 공정무역 제품이네’라고 하는 것이 이상적이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 살벌한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을 손색없는 제품이어야 합니다.”
공기는 이를 위해 자체 디자이너는 물론 작가들과 협업해 제품의 형태와 기능을 구상합니다. 100% 주문 생산으로 검수를 깐깐이 해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결’이란 제품 시리즈는 마호가니 통원목을 깎은 볼에 코코넛 껍질을 하나하나 붙여 만들었습니다. 붙이고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샌딩 하는 과정이 지난한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덕분에 독특함을 자랑합니다.
방글라데시 간다 지방 여성들이 주뜨(Jute)로 촘촘히 엮은 바스켓은 한 올 흐트럼 없이 탄탄해 보입니다. 주뜨는 자체 항균 작용이 있고 농약 없이도 잘 자라는 친환경 소재입니다. 통기성과 보온성, 흡습성이 우수하지요.
과테말라 마야 원주민들이 전통기법으로 직접 짠 쿠션은 10인치를 짜는 데 일주일이 넘게 걸립니다. 허리춤에 차고 손으로 움직여 짜는 만큼 폭이 좁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 저희가 문양을 그려 가면 그 자리에서 한 번 눈으로 쓱 보고 바로 짜내려 갑니다. 패턴이나 상징물을 도안 없이 짜나가는 이런 분들이야말로 꼭 간직되어야 할 문명 아닐까요.”
이처럼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고품질 덕분에 공기의 수공예품은 신세계백화점 온라인몰에 입점된 것을 비롯해 부산 현대백화점과 인사동 쌈지길에서 자체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서울숲 언더스탠드 애비뉴 숍과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 지구마을 등 7개 공정무역 매장에 입점해 있습니다.
공기의 물품 구매는 곧 윤리적 소비 행위
공기는 제3세계 국가에서 활동하는 공정무역단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합니다. 인도네시아 미트라발리 페어트레이드는 아동과 여성의 노동 착취를 금지하고 양성평등을 지지합니다. 나무와 돌, 흙 같은 자연의 소재로 수공예품을 만들며 정당한 생산 가격을 보장하지요.
생산 뿐 아니라 무이자 소액대출·위생교육·자녀교육을 지원하고 벌목의 영향을 최소화홰 숲을 보호하는 것 역시 중요한 미션입니다. 합법적인 목재만을 사용하고 숲 재건 프로그램 같은 환경보전사업에도 동참하지요.
방글라데시에서는 여성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카핸디크래프트는 여성들의 인권을 신장시키고 소외된 여성을 발굴해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줌으로써 실질적인 자립을 독려합니다.
과테말라의 마야트래디션 재단은 마야의 오랜 전통인 허리춤에 차고 짜는 백스트랩 방식의 베틀 직조법을 계승하고 여성작업자들의 공동체 삶을 보호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습니다.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하나씩 만들어지고 더해져 온 화려한 패턴과 직조기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10여 개의 협동조합과 함께 일하며 100여 명의 여성작업자들과 교류합니다.
공정무역을 하는 이유
윤 대표는 창업을 하기 전 약 7년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회사를 다녔습니다. 2009년 온라인에서 발견한 굿네이버스 해외 봉사 활동가 지원 공고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지요. 근무처인 네팔에서 1년 동안 생활하면서 공정무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습니다. 10여 년 동안 취미로 배운 도자기는 그가 공정무역 제품으로 생활 수공예품에 초점을 맞추는데 기여했습니다.
“가난과 기아는 국제기구나 NGO들이 해야 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력도 많이 필요하고 능력과 재원도 많아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근근이 먹고는 살지만 매일 허드렛일을 하고 일거리를 찾아 돌아다녀야 살 수 있는 단계의 사람들에게도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공정무역의 방식으로 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퍼센티지’에서 꿈꾸는 새로운 도전
공기는 인사동 쌈지길에 ‘퍼센티지’란 이름으로 공정무역과는 관련 없는 업사이클링 업체 ‘에코인블랭크’와 친환경소재로 양말을 만드는 ‘콘삭스’와 함께 공동매장을 열었습니다.
“공정무역끼리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다르고 개성도 강한 다른 업체들이 모여 새로운 판이나 그림을 만들고 싶었어요. 퍼센티지는 그런 곳입니다. 단지 판매장소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의 장점을 버무려 콜라보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캠페인도 벌입니다.”
최근에는 해양 동물을 살리는 캠페인에 에코인블랭크는 가방, 콘삭스는 양말, 공기는 선물용품을 만들어 이슈를 환기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한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를 얻게 될까요? 이는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소임은 작은 커뮤니티 생산자라도 꾸준히 오랫동안 거래하면서 일거리를 주는 것이지요. 그 과정을 통해 그분들의 역량이 성장하고 더불어 우리도 성장하는 상생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공정무역의 시작은 아마도 상대방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파트너십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갑과 을의 관계 혹은 베풀고 돌봄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 말이죠. 더불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을 통해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걸 단호히 거부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공정무역이 추구하는 가치가 아닐까요?
원문: 이로운넷 / 글: 백선기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 사진: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