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해야 하는 지독한 세상
마케팅과 연관된 직무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많이들 아시겠지만, 근래 마케터라고 하면 적어도 2가지 카테고리 중 하나에 속하게 됩니다. 숫자를 다루는 퍼포먼스 마케터와 콘텐츠를 다루는 브랜드 마케터가 바로 현재 마케팅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데요. 계산에 빠르면 퍼포먼스 마케터에 적합하고, 창의력이 번뜩이면 브랜드 마케터에 어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참 만만치 않지 않습니까? 이런 분류법은 정말 과거의 이야기들. 이제 퍼포먼스 마케터도 콘텐츠에 밝아야 하고요. 같은 맥락에서 브랜드 마케터들은 데이터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결국 둘 다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겠죠?
뉴스레터, 브런치는 굳이 나누자면 브랜드 마케터의 영역입니다. 특히 무언가 텍스트로 이루어진 콘텐츠들을 생산하기에, 빠르게 다룰 이슈를 캐치하고 이를 풀어나갈 필력이 가장 중요하죠. 하지만 당연히 데이터에도 밝아야 발전이 가능합니다. 봐야 하는 지표도 정말 많습니다. 구독자 수, 오픈율, 구독 취소율, 구독 경로 등등 말입니다.
운이 좋았던 건, 저의 본업 중 하나가 데이터를 다루는 일과 매우 관련이 깊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데이터 기반으로 뉴스레터를 피드백하고, 업그레이드해나가는 일은 자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곧 제가 함정에 빠졌다는 걸 깨닫게 되어 버립니다.
스몰 데이터의 함정
회사에는 정말 데이터가 많았습니다. 온갖 데이터가 제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쌓이고 있고요. 규모도 꽤 크다 보니 양도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렇게 데이터가 모여, 빅데이터가 되면 신뢰성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제 뉴스레터는 그러한 데이터가 당연히 없었습니다. 물론 스티비 솔루션 덕분에 구독자 수, 오픈율과 같은 가장 기초적인 지표들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조차도 양이 너무 적었습니다.
혹시 스몰데이터라는 말을 아시나요? 개인의 취향이나 필요, 건강 상태, 생활양식 등에서 나오는 소량의 정보들을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빅데이터 만 보았을 때 놓치기 쉬운 포인트들을 스몰데이터로 보완할 수 있다는 면에서 필요합니다. 하지만 스몰데이터들만 있다면, 우리는 편견에 빠지기 쉽습니다.
더욱이 뉴스레터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는 게 아니라, 이메일이라는 매체를 통해 비대면으로 소통하게 됩니다. 따라서 정말 진짜 독자들의 스몰데이터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나름 주변 지인들에게 의견도 구하고 피드백도 받아봤지만 한계가 있었고요.
결국 빅데이터도 스몰데이터도 부재한 상황에서 솔직히 데이터 분석은 사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어설프게나마 제가 아는 분야다 보니 지레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뭘 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정체되어 있는 거 아닌가라는 불안감까지 들었습니다.
기록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라!
그렇게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침체되어 갈 때쯤 신입사원 때 배웠던 피터 드러커의 시간 관리 3단계 방법론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경영이라는 학문의 이론적 토대를 쌓으신 거로 잘 알려진 석학이신데요. 기업의 경영뿐 아니라, 자기 계발에 있어서도 많은 영감을 주시는 분이기도 합니다. 자기 관리라는 용어를 만드신 분이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그분이 말한 3단계는 아래와 같습니다.
- 기록한다 : 자기가 쓰는 시간을 기록합니다.
- 관리한다 : 기록한 시간의 우선순위를 나누며 관리합니다.
- 통제한다 : 우선순위에 따라 시간을 배분하고 통합하여 효율화합니다.
저는 이걸 데이터라는 항목에 적용해봤습니다. 기록을 해야 데이터가 쌓이고요. 그걸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나누고 통제하여 자원을 배분할 수 있겠구나 말입니다. 그래서 기존엔 그냥 숫자만 보던 구독자 수를 타임라인별로 추세를 나누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뭐하나 싶었지만, 다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고군분투하던 저에게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뉴스레터 솔루션에서 구독 페이지 링크에 따라 구독자를 자동으로 분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거였습니다. 오오 솔직히 너무 신이 났습니다. 그동안 구독자 수 증감 추이는 볼 수 있었지만, 갑자기 늘거나 줄어도 원인을 알기가 어려웠거든요. 물론 구독 경로를 쓸 수 있도록 해놓은 터라, 대략적으로 알 수는 있었지만, 정확한 경로가 어딘지 파악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의도를 가지고 링크를 세팅한다면, 이제 어디를 통해 유입되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건데요. 이 정도로만 데이터가 쌓여도, 저는 매체 운영 전략이나 어떤 글이 구독자를 모으는 데 효과적이었는지 파악이 가능해지게 됩니다. 글의 조회 수가 파악 가능한 브런치 글과 같은 경우는 구독 전환율까지 계산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니 신이 날 법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건 그동안 제가 퍼트린 구독 링크가 너무 많다는 거였습니다. 우선 기고처만 다섯 군데가 넘던 때였고, 브런치 글도 100개 이상 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글마다 모두 구독을 유도하는 링크가 기입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링크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데이터 수집은 요원했습니다. 결국 그 뒤는 단순 작업의 연속이었습니다.
필요한 만큼 구독자 그룹을 생성하고, 개별적으로 구독 링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기고처 담당자분께 메일을 드리고, 수정되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브런치였습니다. 100개가 넘는 글에 달린 구독 하이퍼링크를 하나하나 바꿔 가는 작업은 노가다 그 자체였습니다. 제 주변 지인들 중엔 단순 작업이 머리도 맑아지고, 재미있다며 좋아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전 정말 단순 작업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요.
휴일에 카페에 가서 맘 잡고 작업을 시작하는데, 한 2시간이 넘어가자 현타가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데이터가 너무 고팠기에, 꿋꿋이 해갔고, 결국 모든 구독 링크를 수정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90% 이상이 제가 의도하고 추적 코드를 심어놓은 링크를 통해 구독자분들이 들어옵니다. 그 덕에 바로바로 어느 채널이 구독자 수 증가에 기여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목표를 세우면, 달성하지 못해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완료한 작업은 이후 제가 구독자 모집에 본격적으로 나섰을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구독자 수가 늘어나기만 해도 좋았습니다. 일주일에 1명 늘기도 쉽지 않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조금씩 구독자분들이 쌓여가면서, 솔직히 좋긴 하지만 이게 잘한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표를 세우기로 결심합니다. 분기별로 구독자 수 목표 지점을 세우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보려고 한 것이지요. 목표가 세워지자, 단순히 적게 늘었다, 혹은 많게 늘었다가 아니라 목표를 달성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목표를 세웠다고, 그것을 달성한 것도 아니었고요. 뭔가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채널이 가진 좋은 부분과 부족한 지점을 알 수 있었고요. 더 많은 분께 제 콘텐츠를 보이고 싶다는 욕심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하는 과제들이 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독자 경로를 알 수 있게 된 부분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처음 세웠던 목표를 이루는 데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적용하면서 이번 분기 목표는 아직까진 순조로이 달성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큰 도움이 되었던 건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아보기 시작했다는 거였습니다.
귀를 열어야 발전이 있더라고요
빅데이터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는 채운 저는 바로 스몰데이터로 시선을 돌리는데요. 가장 궁금했던 건 독자들의 피드백이었습니다. 브런치에서 간혹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소수였고요. 무엇보다 제 메인 콘텐츠인 뉴스레터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물론 오픈한 사람 대비 오픈 수라던가, 메일 발송 당일과 익일에 구독자 수 증가 추이, 구독 취소율 등을 보면 해당 콘텐츠에 대한 호감 정도를 어렴풋이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상세한 피드백을 원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골목식당에서도 백종원 님은 늘 손님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보라 합니다. 물론 대부분 좋은 말씀을 하시기에 객관적인 지표는 남은 잔반도 보라고 강조하시긴 하지만요. 그래도 드시면서 하는 이야기, 계산하면서 남기는 평들은 기본적으로 사장이라면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거죠. 저도 과감히 뉴스레터 말미에 설문 링크를 넣고 독자들의 의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영역을 따로 만들어, 새로운 소식이나 피드백에 대한 저의 답변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늘 좋은 말만 듣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안 좋은 말이 남을 때도 있고, 혹평을 주실 때도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덕택에 저도 제 콘텐츠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뼈아픈 지적을 주실 때는 반성을 하며 다음부터는 그러한 부분들을 챙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소통을 하게 되면서 응원이나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 주시거나, 제 글이 정말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힘을 얻고요. 사이드 프로젝트로 창작 활동을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지만, 그 힘 덕분에 지속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뉴스레터를 끊을 수 없나 봅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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