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일과는 메일함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업무용 이메일들은 잽싸게 호다닥 답장해서 끝내버리고 따끈한 커피를 홀짝이면서 천천히 뉴스레터를 읽어내리는 것이다.
최근 직면한 소소한 문제. 그렇게 하나둘 구독하기 시작한 뉴스레터들이 쌓이면서 몇 개는 구독 해제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짧은 시간 내에 알짜배기 정보를 쏙쏙 알려주는 뉴스레터 서비스가 급증해서 그렇다.
뉴스레터 서비스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을 눈치채고 관련 포스팅을 작성한 것이 벌써 2년 전(2018년 8월 작성)이긴 하다. 그 당시만 해도 Morning Brew, Mark Manson, Tim Ferri, 국내에선 생각노트, 퍼블리 정도만 구독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2년이 흘러, 현재 2020년 3월 구독하며 챙겨서 읽어보고 있는 뉴스레터를 정리해보았다.
해외
뉴스레터 서비스의 원조라고 불리는 Morning Brew 되시겠다. 매일 오다 보니 요즘은 이미지만 보고 드르륵 내리거나 하이라이트된 문구만 보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아직 챙겨본다. 그래야 외신을 읽을 것 아닌가. 주제는 아무래도 파이낸스 관련이 많다.
블로거 뉴스레터(?)의 원조다. 일주일에 한 번만 보내주니까 아껴서 읽는 맛이 있다. 팀 아저씨가 관심 있는 주제만 골라서 짧고 굵게 5개만 보내준다. 그런데 최근 추천해준 넷플릭스가 겁나 재미없어서 신뢰도가 약간 하락하였다(!)
요즘 마크 맨슨 아저씨 뉴스레터는 탄력이 떨어져서 대충 읽는다. 하기야 2년 넘게 꾸준히 고퀄리티의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단언컨대 지난 2년간 급상승하여 제일 잘 나가는 뉴스레터 서비스가 된 것은 뉴닉일 것이다. 고슴이 캐릭터도 귀엽고, 귀염 뽀짝 이모티콘으로 읽기 쉽게 정리해주니까 열심히 챙겨 읽게 된다. 최근 총선 공약을 정리해서 이메일을 보내줬는데 정말 유용했다. 덕분에 나름 뉴닉 팬이 되어 굿즈 펀딩도 참여했다.
뉴닉이 시사 전반에 관련한 주제를 다룬다면 어피티는 파이낸스, 재테크 관련된 내용만 심층적으로 알려주는 뉴스레터다. 재테크에는 관심이 많지만 당최 뭘 읽고 봐야 하는지 모르는 본인 같은 독자들을 위한 맞춤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알고 싶었는데 몰랐던 것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예를 들면 ETF가 무엇인지 등등. 응원하고 있다. (그래서 주식을 코로나 직전에 시작했다가 제대로 물렸습니다……)
장래희망은 돈 많은 백수라는 강력한 태그라인에 나도 모르게 구독을 눌렀다. 매주 한 번씩 웹에서 유행하는 힙하고 재미있는 걸 공유해준다. 예를 들면 요즘 유행하는 달고나 커피라든가, 된장 크림 파스타라든가, 왜 강원도에서 감자를 파는지 등등. 나처럼 힙함을 항상 챙겨야 하는 마케터는 이런 걸 친히 알려주니까 고마울 수밖에… 그래서인지 뉴닉, 어피티보다 앨리스를 더 열심히 읽고 있다. (음?)
글로벌 금융, 경제 뉴스를 알려준다. 최근 구독을 시작했는데 알짜배기 정보들이 많다. 외신은 궁금한데 영어 앞에서는 흐린 눈을 뜨게 되는 구독자에게 적합한 뉴스레터다.
순살이랑 비슷하다. 실리콘밸리 특파원이 보내는 뉴스레터고, 알찬 내용이 꽉꽉 담겨있다. 실리콘밸리 특화된 내용이라는 것이 특징!
해외 테크 스타트업 뉴스 중 핫한 것만 추려서 알려준다.
이전부터 꽤 오랫동안 팔로잉했다. 노동요 추천이 필요할 때 살펴본다. 가끔 멋진 유튜브 영상도 알려줘서 금요일 저녁에 쓱쓱 본다.
부동산 관련 뉴스레터다. 뉴닉과 비슷한데 부동산 전문이라고 보면 된다. 부동산에 관심은 있지만 영 아는 게 없는 부알못을 위한 뉴스레터라고 보면 된다.
디자인 뉴스레터다. 그냥 디자인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가끔 쳐다본다(…)
퇴사 준비생의 여행 뉴스레터다. 여행을 하며 얻은 영감, 비즈니스 인사이트, 참고할 만한 이슈를 알려준다. 여행 가고 싶을 때마다 읽어보면 된다. (코로나 어쩔…)
이외에도 많은데, 본인이 3회 이상 챙겨 읽어본 뉴스레터 서비스만 작성해보았다. 앞으로도 더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에 정보는 넘쳐흐르는데 우리는 시간도 없고 참을성도 없다. 그런데 뉴스레터는 재밌고 유익한 것만 쏙쏙 골라서 딱 눈앞에 가져다준다.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반대로 종이 신문은 언제 마지막으로 읽어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2년이 지나도 계속 꾸준히 구독하는 뉴스레터들에는 나름의 공통점이 있다.
1. 유용하다.
바쁜 나의 시간을 할애하여 클릭했는데, 쓰잘데기 없는 정보 혹은 잘못된 정보를 준다니! 버럭! 무식한 나를 일깨워 줄 만한 유용하고 쏠쏠한 정보가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
2. 재미있다.
아무리 유용해도 지루하면 안 읽힌다. 귀염 뽀짝한 이미지와 이모티콘은 당연히 써야 하고, 문체도 술술 잘 읽혀야 한다.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특히 번역체 같은 그런 문장은 싫다!
3. 친근해야 한다.
뉴스레터는 뭐랄까, 꽤 친밀한 느낌이 든다. 매일 혹은 매주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주는 것 아닌가? 자기 할 말만 다 하고 사라지는 뉴스레터보다는, 매주 나와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는 뉴스레터가 좋다(위의 Mark Manson, Tim Ferris도 그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 아는 거 많은 동네 형에게 정보를 줍줍하는 느낌? 그러니 재미없고 탄력 떨어져도 정 때문에 계속 구독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뉴스레터 서비스들을 고르고 구독하고 나름의 평가와 분석을 하는 이유는, 본인이 뉴스레터를 2주에 한 번씩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허허허허허허. 내가 운영하고 있는 뉴스레터는 어떻게 평가될까? 지난 2년간 그래서 난 구독하고 싶은 뉴스레터를 만들었나? 흐음, 두렵구먼…(동공지진)
2년 전 구독자수는 3천여 명이었는데, 현재 구독자수는 약 1만 4천 명이 되었다(76번 발행). 꽤 많이 늘어서 기쁘기도 하고, 동시에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전에는 친한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나의 이메일이 또 다른 공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두려울 때가 많다. 재미있기도 하면서 친근하고, 동시에 유용한 정보를 주는 이메일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만약 내가 잘 쓰고 있는지 궁금하시면 구독하시면 된다(껄껄) 2주에 한 번, 혹은 보름에 한 번씩 노마드 코더 소식과 사는 이야기, 인터넷에서 주워 모은 쏠쏠한 정보를 공유하겠다. 아, 그리고 위에 언급된 뉴스레터 이외에도 좋은 뉴스레터를 추천받고 있으니 생각나는 게 있다면 알려주시길.
원문: 박인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