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해당되면,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 내 아이디어가 ‘될 놈’인지 궁금하다.
- 가설을 검증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 어디서 책 읽어본 척하고 싶다.
이 아이디어는 ‘될 놈’일까?
많은 기업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프로덕트를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탄생한 프로덕트 중에서 살아남는 비율은 고작 10%다. 90%의 프로덕트가 망하는 이유는, 아이디어가 처음부터 ‘될 놈’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이 아이디어가 처음부터 ‘될 놈’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아이디어가 ‘될 놈’임을 알아냈다면 자원을 집중해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고, ‘될 놈’이 아니라면 아까운 자원을 아낄 수 있다. 이 아이디어가 ‘될 놈’인지 알기 위해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알베르토 사보이아의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인플루엔셜)은 아이디어가 ‘될 놈’인지 알 수 있는 내용을 소개한 책이다. 이전 글 「90%의 제품이 망하는 건 ○○ 때문이다」에서 가설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다뤘다면, 이번 글에선 어떻게 실험하는지 다룬다.
Do you Know ‘Pretotype’?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프리토타이핑 도구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어느 아이디어가 ‘될 놈’인지 ‘안 될 놈’인지를 결정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 143쪽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고객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으로,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말이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 위해선 좋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가설 검증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데이터가 있어야지 가설의 올바른 검증이 가능하다.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알기 위해 서베이, FGI 등 다양한 조사가 진행되고, 여기서 수많은 고객 반응 데이터를 수집한다. 근데, 프로덕트가 없는 상태에서 수집한 고객 반응 데이터가 정말 타당할까?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엔 노이즈가 끼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체 없는 프로덕트는 오로지 고객의 상상에 의존한다. 프로덕트가 어떤 형태고,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모두 고객이 생각해야 한다. 프로덕트뿐 아니라 이걸 쓰는 상황도 고객이 생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한 프로덕트’와 ‘고객이 생각한 프로덕트’가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고객은 프로덕트를 쓰기 위해 실제로 돈과 시간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작아진다.
완성된 것’처럼’! 프리토타입!
올바른 고객 반응 데이터를 얻기 위해선, 프로덕트가 있어야 한다. 프로덕트가 필요하다니?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데, 무작정 만드는 게 말이 되는가? 물론 데이터 없이 프로덕트를 만드는 건 말도 안 된다. 여기서 핵심은 ‘완성’이 아니라 ‘실체’에 있다. 즉 진짜 완성된 프로덕트는 아니지만, 고객이 봤을 때 완성된 것’처럼’ 느껴지는 프로덕트면 충분하다.
실제로 완성된 건 아니지만, 고객의 시선에서 완성된 것처럼 보이는 프로덕트를 프리토타입(pretotype) 모델이라 부른다. 프리토타입은 우리가 흔히 아는 시제품, 즉 프로토타입(prototype) 모델과 목적을 달리한다.
- 프로토타입의 목적은 ‘프로덕트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프로덕트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알기 위함에 있다. 이와 다르게 프리토타입은 ‘아이디어가 만들 가치가 있는가?’를 빠르게 검증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 프로토타입은 ‘1 to 100’의 영역이라면, 프리토타입은 ‘0 to 1’의 영역에 있다. 프리토타입으로 아이디어의 가능성 유무(0 to 1)를 검증하고, 프로토타입으로 이 아이디어의 퀄리티(1 to 100)을 높여간다.
다양한 프리토타입, 씹고 뜯고 맛보기
생각랜드에서 의견과 그들의 데이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고 다시 사업 계획서를 쓰느라 몇 달씩 시간을 보내는 팀은 보통 실패한다. 계획과 검증은 최소만 실시하고 출시를 서두르는 팀은 보통 실패한다. 시장 ‘테스트’를 서두르는 팀은 보통 성공한다.
- 276쪽
프리토타입은 형태가 아닌 본질에 항상 집중해야 한다. 프리토타입의 본질은 1) 유효한 데이터를 2) 빠르고 3) 저렴하게 만들어서, 아이디어가 ‘될 놈’인지 알아내는 것에 있다. 스타트업은 다양한 가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검증해가면서 올바른 길을 찾는데, 프리토타입도 가설 검증의 일환이다. 프리토타입을 통해 실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이 덕분에 효과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하다. 책에서 다룬 프리토 타입 기법 몇 가지와 사례를 가져왔다.
1. 미캐니컬 터크 프리토타입
예전에 세계를 돌면서 체스를 둔 기계 ‘터크’의 일화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당시 사람들은 ‘터크’가 체스를 두기 위해 정교하게 프로그래밍 된 기계라고 믿었다. 그러나 사실은 체구가 작은 프로 체스 선수가 숨어서 마네킹을 조종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된 사례가 IBM의 음성 인식 실험이다. 과거에 IBM은 음성 인식 컴퓨터를 개발할지 고민했다. 당시에 음성 인식 기술은 고차원의 기술이었으므로 이를 개발하기 위해선 많은 자원을 쏟아야만 했다. 따라서 IBM은 이 사업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알아내야 했고 실험을 진행했다.
새로운 프로덕트가 나왔다고 홍보하고, 이를 체험할 참가자를 모집했다. 실험실에 참가자를 데려오고, 참가자에게 실험실에 설치된 기계에게 자유롭게 말을 하도록 했다. 참가자가 한 말은 곧바로 기계의 화면에 텍스트로 출력됐고,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 기계가 바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했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기계가 아니라, 숨어 있는 타이피스트가 참가자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텍스트로 입력했던 것이었다. 즉,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한 일이지만, 참가자 시선에선 마치 기계가 한 일처럼 보였다. 실험 결과, 참가자는 음성 인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IBM은 이 서비스가 ‘안 될 놈’임을 사전에 알아내서 자원을 낭비하지 않게 됐다.
2. 피노키오 프리토타입
리텐션(retention)은 프로덕트가 PMF(Product Market Fit)를 달성했는지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데, 그만큼 사람들이 프로덕트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근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프로덕트를 어떤 상황에서 주로 쓰고,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생각할 수 있을까?
제프 호킨스는 PDA를 만들기 전, 사람들이 이 프로덕트를 얼마나 자주 사용할지 알고 싶어 했다. 그는 나무 조각으로 목재 모형을 만들고, 마치 PDA가 작동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사람들이 일정을 물어볼 때마다 목재 모형을 꺼내서 일정표를 확인하는 것처럼 두드렸고, 전화번호가 필요하면 모형 위에서 찾아보는 척을 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로 PDA가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자주 쓰이는지 알아냈고, 개발을 착수했다.
3. 가짜 문 프리토타입
가짜 문 프리토타입은 아직 내놓을 게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프로덕트가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만한 현관문을 설치해서 고객 반응을 보는 기법이다. 고객이 이 프로덕트에 관심이 있다면, 현관문을 두드릴 것이고 이 노크 데이터를 통해 가능성을 판단한다.
책에서는 가짜 문 사례로 앤토니아와 앤티크 서점을 다룬다. 앤토니아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앤티크 서점을 오픈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오프라인 서점을 열기 위해선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고, 돈을 쏟기 전에 가능성을 먼저 검증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길가의 서점에 실제로 방문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게를 대여하고, 이 가게를 채울 서적을 구매하고… 이러면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셈이다.
대신 입점하고자 한 길가에 앤티크 서점 문’처럼’ 보이는 안내판을 설치했다. 이후 지나가는 사람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가짜 문을 지나치다가 관심을 보였는지, 실제로 문을 열려고 했는지 등을 기록했다. 이처럼 그녀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앤티크 서점의 가능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4. 하룻밤 프리토타입, 한 입 프리토타입
하룻밤 프리토타입은 특정 장소에서 한 번밖에 하지 않는 공연 형태에서 따온 이름으로, 아이디어를 실제로 매우 짧은 동안 진행해보는 방식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에어비앤비다.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겠지만, 에어비앤비의 이름은 ‘에어 매트리스’와 ‘아침 식사’에서 나왔다. 에어비앤비 설립자는 아파트 방 한 칸에 있는 에어 매트리스를 하루 동안 임대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로 사람들이 와서 숙박하고 갔다. 에어비앤비의 핵심 기능을 프리토타입으로 하루 동안 진행한 셈이다.
한 입 프리토타입는 하룻밤 프리토타입와 결이 유사하다. 하룻밤 프리토타입이 짧은 기간에 아이디어를 모두 체험해볼 수 있게 한다면, 한 입 프리토타입은 오랜 기간 동안 아이디어를 조금씩 체험하게 만든다.
많은 분이 화성에서 살아남는 우주비행사를 다룬 책 『마션』을 알 것이다. 『마션』의 저자인 앤디 위어는 책을 출판하기 위해 에이전시와 출판사를 찾아갔지만, 줄줄이 거절을 당했다. 실망한 위어는 일부 챕터를 그의 사이트에서 공짜로 연재했고, 매주 이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왔다. 사이트에 찾아온 사람 수를 통해 『마션』의 가능성을 데이터로 증명한 셈이다.
5. 잠입자 프리토타입, 상표 바꾸기 프리토타입
잠입자 프리토타입은 우리 제품을 다른 누군가의 기존 판매 환경에 몰래 끼워 넣는 방식이다. 평소 비슷한 제품이 놓이는 곳에 제품을 가져다 두고, 사람들이 이 제품을 실제로 가져가는지 지켜본다.
대표적인 사례로 저스틴 포카노와 월허브가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스위치판인, 월허브(Walhub)가 실제로 고객들이 원하는 프로덕트인지 알기 위해, 이케아에 잠입했다. 이케아 직원 셔츠를 중고로 샀고, 이케아 제품처럼 보이는 라벨과 가격표를 몇 개 제작해서 월허브에 붙였다. 이후, 이케아에서 직원 몰래 자신의 제품을 진열했고, 쇼핑객들이 집어가는지 지켜봤다.
흡사 이케아 직원의 브이로그. / 출처: Design studio Upwell hacks IKEA
책 표지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서점에 방문한 사람은 다양한 책 중에서 표지를 보고 책을 고른다. 이 점을 활용하면 새 책을 실제로 출판하지 않고도 책이 ‘될 놈’인지를 알 수 있다. 진열된 기존 책에 출판하고자 한 책의 표지를 덮어씌우고, 사람들이 책의 거짓된 표지에 관심을 보이는지 지켜보면 된다. 만약 표지에 관심을 두고 집어 든 사람이 많으면, 자신이 집필하려고 준비하는 책은 그만큼 ‘될 놈’일 확률이 높음을 뜻한다.
원문: FameLee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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