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 BX)이라는 단어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브랜드와 브랜딩이 아닌 ‘브랜드 경험’이란 도대체 뭘까?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 걸까?
글자의 의미로만 보았을 땐 브랜드 경험은 브랜딩의 일부다. 브랜드 경험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가 어떤 방식으로든 브랜드를 경험시키는 일이라면 이것은 브랜딩의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후 지속적 경험을 통해서 해당 브랜드에 열광하는 팬을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라고 볼 때 더 그렇다. 그렇기에 브랜딩이라고 말해도 되는 단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브랜드 경험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곳은 디자인 업계다. 주로 시각적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통일성 확장을 말할 때 브랜드 경험 혹은 브랜드 경험 디자인이란 표현을 많이 쓰는데 난 이것이 ‘경험’이란 단어를 포괄하는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각적 통일성만으론 해당 브랜드의 ‘경험’으로 이어지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험상 브랜드를 온전히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오프라인이었다. 그곳에선 해당 브랜드를 보고 만지고 듣고 느낄 수 있으니까.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 경험의 예가 젠틀몬스터다. 그들의 매장 안에서는 그 브랜드가 어떤 것들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또 어떤 강점이 있는지 너무 잘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이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느낌을 단번에 알 수 있기에 가장 직관적이고 또 적절한 브랜드 경험을 이곳에서 받는다.
알다시피 젠틀몬스터는 매장마다 시각적 통일성은 전혀 없다. 완전히 다른 테마의 매장을 낸다.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무언가는 늘 동일하다. 그들의 실험정신과 거의 동물적 감각에 가까운 예술적 표현력이 그것이다. 이것이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대변한다.
또 하나는 좀 오래된 기억이긴 하지만 애버크롬비&피치 매장이다. 젠틀몬스터와 같이 애버크롬비&피치 역시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느낌을 클래식하고 솔직하게 잘 보여준다. 어둑어둑한 실내, 무언가 우디하고 시원한 향이 맴도는 공간, 나무(진짜 나무가 아니라 할지라도)를 많이 사용한 클래식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해변에서 들으면 좋을 노래, 섹시한 이미지의 모델들… 딱 이 브랜드가 어떤 느낌을 추구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이럴 때 난 애버크롬비&피치라는 브랜드를 이곳에서 경험했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두 사례를 보면서 온라인 시대에 브랜드를 경험시키고 그 느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방식은 오프라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톤 앤드 매너를 오감을 통해서 온전히 담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젠틀몬스터는 현재 그것을 가장 잘하는 브랜드 중 하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얼마 전 오픈한 누데이크라는 디저트 가게 또한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디저트까지도 젠틀몬스터만의 색깔과 느낌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브랜드 경험이란 무엇일까?
이는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자신만의 고유의 색깔이나 감성, 혹은 추구하는 지향점을 고객들에게 어떠한 ‘매개체(medium)’를 통해 오감으로 전달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명확한 브랜드만이 이것이 가능할 것이고, 그것을 직관적으로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오프라인 매장이지 않나 싶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애플 역시도 그들의 브랜드 감성과 지향점을 멋진 제품 경험과 일치해 보여주는 또 다른 예시가 될 수 있겠다. 브랜드 경험의 의미를 이곳에도 동일하게 적용하자면, 애플은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성과 지향점을 제품이란 매개체를 통해 오감으로 전달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 경험은 바로 이런 것이다.
원문: 전우성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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