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떠올리면 눈앞에 그려지는 풍경이 있다. 에메랄드 바다와 푸른 밤, 그리고 한 잔의 커피. 왜 제주도에서 마시는 커피는 항상 맛있는 걸까?
여행을 떠날 때 짐가방보다 먼저 찜해둔 ‘카페 리스트’를 챙기는 나. 기껏 떠난 여행지에서 아무 카페나 가기 싫은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오늘은 제주 출신 친구(a.k.a 귤수저)가 추천하고, 마시즘이 직접 다녀온 제주도의 반짝거리는 카페 5곳을 소개한다.
1. 귤 속의 나, 내 안에 귤, 제주 귤꽃다락
제주도에 가면 여기도 귤, 저기도 귤. 온 동네에 널린 게 바로 ‘귤’이다. 남쪽 마을 서귀포에 위치한 귤의 성지, ‘귤꽃다락’이다. 40년 전 귤을 보관하던 돌 창고를 손녀가 카페로 개조했다.
푸릇푸릇한 귤밭이 보이는 큼지막한 통창은 이곳만의 시그니쳐다. 오랫동안 간직해온 비밀의 화원에 들어온 것 같다. 원한다면 바깥의 귤밭으로 나가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물론 따가운 햇빛은 감수해야 하지만.
귤꽃다락에서는 귤 에이드와 귤 양갱을 맛봐야 한다. 세상의 모든 귤이 입속으로 한 아름 들어오는 듯하다. 귤이 1–2개 정도가 아니라 족히 1박스 정도는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그만큼 귤을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서 톡톡 씹히는 맛과 향이 훌륭하다. 귤에 제대로 취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귤 양갱은 탱글탱글해 보이는 비주얼과 달리,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사르르 녹는 뭉근한 질감이다. 개인적으로 양갱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에디터도 맛있게 먹었다. 무엇보다 귀여우면 다 맛있잖아?
- @cafe_gyulkkot_darak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이어도로1027번길 34
- 추천메뉴 : 귤 에이드, 귤 양갱
2. 서부영화가 떠오르는 어둠 속 산장, 제주 친봉산장
여행을 가면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대로 잠들긴 아쉽고, 그렇다고 술 마실 기분은 아니고, 그저 아늑한 곳에서 오붓하게 비밀 이야기를 속삭이고 싶을 때. 그럴 땐 비자림 근처에 위치한 카페 ‘친봉산장’에 가보면 어떨까?
서부영화에서 튀어나온 통나무집처럼 투박하게 생긴 내부. 알고 보니 과거 마구간으로 쓰이던 공간을 사장님이 직접 카페로 개조해서 만들었다고. 곳곳에 배치된 소품들이 산장에 운치를 더한다.
친봉산장에서 추천하는 메뉴는 ‘아이리시 커피’와 ‘구운 우유’다. ‘아이리시 커피’는 커피에 소량의 아이리시 위스키를 섞어 특제 크림을 얹어 마시는 아일랜드의 전통 음료다. 맛은 쌉쌀한 커피 끝에 슬쩍 감도는 위스키 향이 매력적이었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하다.
진짜 반전은 ‘구운 우유’에 있었다. 보기에는 평범한 비주얼이었는데, 숟가락으로 겉면을 톡톡 쳐서 설탕과자를 깨트리고 나니 숨겨져 있던 부드럽고 달콤한 우유가 나타났다. 홀짝홀짝 마시다가 혼자서 다 먹어버렸다. 세상의 근심 걱정이 녹아내리는 달달한 맛.
- @gilpaul_
-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중산간동로 2281-3
- 추천메뉴 : 아이리쉬 커피, 구운 우유
3. 제주도에 제일가는 물멍 맛집, 제주 휴일로
오션뷰의 끝판왕, 전국구 물멍 맛집. 바다를 마음껏 보고 싶다면 중문 근처의 카페 ‘휴일로’로 가야 한다. 전국의 카페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바다와 가까운 카페는 처음 봤다. 두 눈에 담기는 건 오직 아득한 수평선뿐이다.
이곳은 특별하게 모래사장이 아닌 현무암으로 가득한 바다가 보인다. 마치 대자연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좋은 풍경에는 음료 is 뭔들…이지만 여기는 음료도 맛있다. 시그니쳐인 돌담라떼는 말차 우유 베이스 위에 로투스 가루와 커피맛 크림이 들어갔다. 마치 휴일로 마당에 있는 돌담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가장 제주스러운 비주얼의 커피랄까? 이런 음료와 함께라면 2–3시간이고 앉아서 물멍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 @hueilot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난드르로 49-65
- 추천메뉴 : 돌담라떼
4. 조경이 아름다운 산뜻한 정원, 제주 베케
바다를 즐겼다면 이번엔 나무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이 살아있는 섬이니까. 갖은 나무가 가득 찬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카페 ‘베케’다. 서귀포 쇠소깍 인근에 위치한 이곳에 온다면 잘 꾸며진 자연 정원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내부에 입장하니 웅장하고 거대한 통창이 펼쳐졌다. 180cm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3명을 쌓은 높이 정도라고 할까? 압도적인 규모다.
음료의 맛도 놀랍다. 시그니쳐 ‘차콩크림라떼’와 ‘하귤에이드’는 각각 제주의 특산품인 녹차와 하귤(여름 귤)을 활용해 맛과 기분을 살렸다. 낯선 이름과는 달리 마셔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익숙한 맛이다. 제주만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곳이랄까?
밖으로 나가면 창문 너머로 보았던 넓은 정원을 직접 걸을 수도 있다. 산들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여행의 만족도가 한껏 올라갈 테다.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효돈로 54
- 추천메뉴 : 차콩크림라떼, 하귤에이드
5. 땅콩을 즐기는 가장 힙한 방법, 제주 도렐
육지에서도 땅콩라떼로 유명한 이곳. 바로 성산 일출봉 근처에 위치한 카페 ‘도렐’이다. 성산 일출봉이 5분 거리에 위치해 여기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구경하는 코스도 추천한다.
서울에도 도렐이 있지만, 제주도 본점에서 만나는 도렐은 좀 더 특별하다. 복합 문화공간인 ‘플레이스 캠프’ 내에 위치해 커피뿐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도렐의 시그니쳐 메뉴는 ‘너티클라우드’. 부드럽고 묵직한 특제 땅콩 크림이 에스프레소와 어우러졌다. 깊고 진한 ‘꼬소함’을 자랑한다. 특히 땅콩크림이 대박이었다. 커피를 못 마시는 에디터는 “커피 빼고 땅콩크림과 우유만 따로 먹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크림이 매력적이었다. ‘땅콩캬라멜’의 고급 농축 버전이라고 할까?
- @dorrell_coffee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동류암로 20
- 추천메뉴 : 너티클라우드
당신의 특별한 추억이 있는 제주카페는 어디인가요?
이제야 제주의 커피가 맛있는 이유를 찾았다. ‘카페의 섬’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제주는 다양한 카페가 자리 잡은 곳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인구 대비 카페가 가장 많은 도시가 바로 제주다. 카페라는 주제에 있어 국내 어느 곳보다 특색 있는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라고 할까?
코로나가 끝나면 꼭 가야 할 전국의 카페를 소개하는 마시즘. 좋은 추억이 있는 카페를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을 제주의 카페 사장님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의 추억을 간직한 제주의 숨은 카페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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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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