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가 없다’의 진정한 의미
스타트업은 ‘빠르게 배워서 일할 수 있는 사람’보다, ‘지금 바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신규 입사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대기업과 다르게, 스타트업은 가진 자원이 한정적이므로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데려와 교육하고 일을 시키는 것보다, 처음부터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는 게 더 효율적이다.
스타트업에서 ‘사수’라는 개념을 찾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타트업은 다양한 문제를 빠르고 임팩트 있게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 맡은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규모가 있고, 시스템이 갖춰진 스타트업은 사수가 존재한다.
사수한테 있지만, 나한테 없는 것?
사수가 모든 면에서 나보다 뛰어날 수는 없고, 일부 영역에서는 내가 더 높은 역량을 지닐 수 있다. 그럼에도 사수가 필요한 이유는 사수한테 있지만 나한테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어떤 일에 대한 경험’이다. 어떤 일에 대해 사수는 나보다 훨씬 많은 경험이 있고, 지금 내가 직면한 문제를 똑같이 고민해봤을 가능성이 높다.
수학 문제집을 예시로 들자. 문제집에 있는 문제마다 단 하나의 정답이 있다. 하지만, 문제와 정답을 잇는 풀이 과정은 한 가지가 아니다. 누군가는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빠르게 계산한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단순 노가다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다. 물론, 사수의 풀이가 나보다 항상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핵심은 ‘사수가 더 옳다’가 아니라, ‘사수, 그 자체가 큰 레퍼런스다’이다.
레퍼런스(참고)와 표절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표절은 타인의 생각과 고민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를 한 것이다. 반면, 레퍼런스(참고)는 타인의 생각과 고민을 기반으로, 나만의 생각과 고민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수가 했던 고민과 생각에서 내가 배우고 써먹을 수 있는 부분을 캐치함으로써, 더 좋은 ‘나’만의 풀이를 만들 수 있다.
스타트업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다양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성장한다. 이에 맞춰 구성원도 함께 성장해야만 한다. 사수가 없는 스타트업에서 성장은 온전히 나의 몫인, 이른바 ‘능동적 성장’이 요구된다. 혼자서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 지인과 논의할 때마다, 항상 2가지 방법이 나온다. 바로 ‘회고‘와 ‘아티클‘이다.
회고: 부족한 점을 기회로 바꾸기
왜 하필 회고야?
스타트업 관련 서적 대다수가 회고를 강조하는데, 스타트업의 환경과 회고가 잘 맞기 때문이다. 개인은 주도적으로 일을 하기에, 능동적 경험을 통한 배움이 가장 크다. 한 편으로, 경험은 책과 문서처럼 형식을 갖춘 게 아니며, 암묵적 지식은 기억 속에서 쉽게 휘발된다. 경험의 배움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회고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회고의 핵심은 자신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어떤 일이든지 간에 시작하기에 앞서,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낸다. 성장도 이와 같다. 부족한 점을 알아내면, 이 부분을 개선하는 데 자원을 효과적으로 쏟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받아들임으로써, 성장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게 한다.
메이아이가 회고하는 방법
메이아이에서는 주 회고와 분기 회고를 진행하며, 각 회고에서의 소재도 다르다. 주 회고는 금요일 퇴근 직전에 다 같이 모여서 진행하는데, 이번 주에 우리 팀이 집중한 일이 종료됨과 동시에, 다음 주에는 새로운 일을 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주 회고는 크게 1) 개인 차원의 회고와 2) 팀 차원의 회고가 진행된다. 전자는 팀원 각각이 진행하고, 후자는 PO가 리드한다.
개인 차원의 회고에서 1) 이번 주에 잘한 점과 2) 이번 주 부족한 점을 복기한다. 이때 잘한 점을 먼저 이야기하는데, 잘한 점부터 시작해야 부족한 점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일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고 스스로 평가함으로써, 성장 기회를 찾는다.
각 팀원의 회고가 끝나면, PO가 팀 차원의 회고를 리드한다. 팀 차원의 회고에선 (1) 팀의 개선 및 운영 방향과 (2) 현재 팀 상태를 복기한다. 우선, PO가 개인 회고 중에서 나왔던 팀 운영에 반영할 만한 내용을 공유한다. 이후, 이번 분기에 우리 팀의 OKR과 현재 상태를 비교해서 문제점을 짧게 논의하고, 최근 팀의 퍼포먼스를 지난 회고와 비교하면서 이야기한다.
분기 회고는 PO와 원온원 미팅으로 진행된다. 주 회고와 다르게, 분기 회고에선 ‘나’와 회사, 동료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피어 피드백을 진행한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회사에서 하는지, 현재 맡은 일이 재미있는지, 팀원과의 관계는 어떤지 등을 이야기한다. 이후의 피어 피드백에서는 팀과 팀원이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이야기한다. 이때, 핵심은 ‘비난’이 아닌 ‘동료의 성장 기회 찾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티클: 기회를 빠르게 실현하기
회고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았다고 해도, 항상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령 “고객 데이터를 잘 분석하지 못해서 문제를 잘못 파악했다.”라는 회고를 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성장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는 법을 모르므로 이를 공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동일한 문제를 계속 안게 된다.
즉 회고를 통해 ‘무엇이 부족한가(What)’와 ‘왜 필요한가(Why)’를 알았으므로, 이제 ‘어떻게 부족한 부분을 성장시킬까(How)’를 찾아야 한다. 아티클은 이 중 ‘How’를 제시한다. 그런데 전공 서적이나 강의보다 아티클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트업의 문제 해결 방식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100% 완벽하게 해결하는 대신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보다, 80% 정도로 허용 가능한 수준에서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 린(Lean) 방식, 프리토 타입 등이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이다. 대학교 전공 서적이나 책과 다르게, 아티클은 아무리 길어도 읽는데 7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즉, 딱 필요한 정보만을 가장 빠르고 부담 없이 습득할 수 있다.
내가 아티클로 공부하는 방법
일종의 루틴으로서 출퇴근길에 아티클을 찾아 읽는데, 주로 서핏(surfit)이란 서비스를 이용한다. 팀 디자이너가 추천해준 서비스로, 서비스 기획, UX, 팀 운영 등 각 분야의 아티클을 큐레이팅해서 보여준다. 무엇보다 크롬 확장자가 가능해서,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보기 쉽다.
서핏을 고퀄리티 콘텐츠를 보는 용도로 쓰는 반면, 페이스북은 최신 정보 습득 용도로 사용한다. 페이스북은 커뮤니티 기능이 있는데, 비슷한 직무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에 많이 가입했다. 해당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아티클을 그냥 보는 게 아니라, 한 번 정리를 하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 같은 경우, 서핏과 페이스북을 통해 접한 아티클 중에서 임팩트가 큰 것만 따로 저장하고 노션에 정리한다. 나만의 학습 노트를 만드는 셈이다.
능동적 성장? 스타트업에서 가능!
스타트업에서는 내 일을 가르칠 사수가 없고, 성장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기에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고, 이 경험은 모두 내 성장 소재가 된다. 직접 배우고 느낀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걸 좋아하거나, 성장을 무엇보다 핵심 가치로 여기고 능동적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스타트업만큼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원문: FameLee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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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핏
- 「사수 없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 만들기」, 모비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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