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에 다닐 땐 회사원치고는 상당한 순위권의 연봉을 받았다. 최종 합격을 한 회사들의 비전, 성장 가능성 등 많은 걸 고려해 첫 직장을 선택했지만, 그중 연봉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이었다.
입사한 직후에는 첫 사회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도 없었고, 대기업답게 수많은 동기와 어울려 다니는 재미에 시간이 훌쩍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것도 한때, 3–4년 차 즈음에는 회사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는 몇 살까지 돈을 벌어야 하지? 얼마가 있어야 충분하지? 그 돈들은 왜 벌어야 하지? 회사원으로 언제까지 얼마를 벌 수 있는 걸까? 회사원이라는 직업 이후,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지?
번 돈으로 사고 싶은 것을 사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필요한 돈을 쓰고, 여행도 다니며 떳떳한 사회인과 직장인으로서 ‘소비 생활’을 즐기며 누린 기쁨은 채 2–3년을 가지 못했다. 남부럽지 않게 즐기며 돈을 쓰고 난 이후 내게 찾아온 생각들은 아래와 같았다.
소비에서 오는 즐거움은 끝이 없겠구나. 소비에서 얻은 즐거움은 빨리 휘발되는구나. 그걸 다시 채우려면 또 다른 소비를 해야 하는구나. 더 희소성 있거나, 고액의 소비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끝이 없겠구나. 그 소비를 이어나가려면 돈은 무한정 필요할 수밖에 없겠구나.
앞으로 내가 꾸려나가는 경제 활동에 대한 나만의 가치와 신념, 정의와 계획들을 다져나가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나는 돈에 끌려다니며 내 30대를 살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한 방법들은 내가 찾는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가치와 신념 없이 부의 획득을 목표로 하는 것이 사회와 개인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푼돈을 벌어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하면 돈이라는 가치를 리드하면서 살 수 있을까’ ‘먹고사는 것보다 더 중한 것도 없을진대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그 상위의 가치와 관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고민하는 시간을 꽤 오랫동안 보냈다. 당시 나는 당장의 필요 이상의 돈을 벌기 위해,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와 관계를 버틴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경제 활동을 마주하는 나만의 7가지 룰
앞으로 내가 참여하는 경제 활동을 마주하는 몇 가지 나만의 룰은 그때부터 생겼다. 대다수가 생각보다 ‘많이 번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기도 했다. 이 룰들은 30대에 진입해 좀 더 능동적인 의지를 가지고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나를 독려해주었다.
1. 돈을 버는 스스로의 이유가 명확할 것.
그 이유는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 가난 탈피, 최소 생존권 보장, 미래의 불안정함 대비, 가족, 명예, 소비, 축적, 연애 등 다양하고 현실 몰입 가능한 경제 활동의 이유가 있어야 수시로 찾아오는 현타를 이겨낼 수 있었다.
2. 돈 이상의 가치를 개발할 것.
단순한 수익 활동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오래갈 수 없었다.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가치가 필요했다. 성과를 얻는 것에서 오는 쾌감, 삶의 발전에 따른 만족감, 성과의 가속도에서 오는 재미 등 그 가치 역시 다양할 것이다.
3. 돈을 최종 목표로 두지 말 것.
돈을 목적으로 삼다가 추한 결론에 이르는 상황과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목격했다. 모두 그 상위의 가치와 관념을 발견해내지 못하거나, 잘못된 방향을 추구했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결론. 돈은 매우 중요하지만, 돈이 목적이 되는 순간 추해지고 나쁜 길도 선택지에 오를 수 있음.
4. 돈을 쓰는 즐거움에서 벗어날 것.
돈을 쓰는 건 명확히 즐거운 일이지만, 그 외의 즐거움을 발견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할 것. 숨만 쉬어도 다 돈인 와중에 운동, 자연, 사람 등 다양한 행복과 기쁨의 요소를 발견해내는 것이 끝없는 돈의 욕망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 그 요소가 결핍된 사람들은 쉽게 외로워하고, 그 감정을 소비와 과시욕으로 채워내려 함.
5. 돈을 리드할 것.
돈에 끌려다니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매우 줄어듦. 돈을 리드하기 위해선 항상 예측과 대비를 생활화해야 함. 덮어놓고 쓰다 보면 계속 돈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됨. 또한, 돈 위의 상위 개념들이 명확해지면 돈을 뛰어넘는 결정들이 전혀 다른 삶의 기쁨을 제공해주는 순간들이 찾아옴.
6.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목돈을 마련해둘 것.
돈은 당장 필요하기도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함. 그때 돈이 없다면, 매우 곤란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음. 저축을 해야 하는 이유. 저축은 나에게 플랜 C, 플랜 D로 존재하다 어느 순간 집어들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음.
7. 돈을 어느 정도 벌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팡팡 써보기도 할 것.
써봐야 돈맛도 안다고, 내가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를 알게 해줌. 또한 써봐야 내가 상상했던 즐거움이 별것 아니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음. 대다수 소비 활동은 (그 차이는 있지만) 즐거움의 유효기간이 매우 짧았고, 어느 시점이 지나면 더 이상 돈을 써도 즐겁지 않거나 재미없는 순간이 찾아왔음. 소비가 아니라, 그 상위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깨달음의 계기가 됨.
때때로 이 룰들을 지키기 힘든 순간들도 찾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돈은 늙어 죽을 때까지 내 삶의 수준과 만족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강력한 요소인 만큼, 휘둘리지 않고 대할 방법을 많이 찾아 나가고 싶다.
원문: 작가 물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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