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우리 집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들켜서는 안 되는 수치스러운 공간이었다. 더러움을 못 참는 가족 누군가가 최소한의 청소를 했다. 그래서 항상 어지러웠다. 무료로 받은 기념품, 당근마켓에 올려뒀지만 아무도 사지 않아 버리지도 못하고 품는 가전제품들이 수두룩한 공간.
몇 번은 혼자 씩씩거리며 청소를 했지만 집안 노동은 시시포스의 바위 같아서 금방 어지러운 상태로 원상복귀하곤 했다. 그래서 집에 애정을 두지 않고 잠만 자는 공간으로 생각했다. 부모도 인테리어든 새로운 큰 가구를 들이고 싶으면 네 집에서 하라며 이 집에서는 그냥 살던 대로 살라고 했다.
코로나로 카페와 식당에서 만나는 것이 꺼려지자 집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도 퇴사를 하면서 그동안 사회생활을 버틸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과 시간 및 정신적 여유가 생겨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었다. 집으로 사람을 초대한다는 건 밖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내면을 보여주는 일. 특히 사람들과 카페 투어를 즐기는 문화를 즐겼는데, 우리 집에 초대받은 사람들도 가족이 눈여겨보지 않은 장식품이나 그릇 하나하나 살피며 여러 가지 추측을 할 것 같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백수가 돼 수입이 없어 집들이 준비에 쓸 수 있는 노력은 고작 가진 것을 닦고 정리하는 것뿐이었다. 이 집에 살면서 공용공간인 부엌이나 거실 등 청소하겠다고 생각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초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구색을 위한 ‘위생’에 집중해 모든 것을 정리했다. 지린내가 나는 변기통을 붙잡고 왁스로 닦았고, 오래된 과자뿐만 아니라 온갖 잡동사니가 다 올려진 식탁 위를 싹 치웠다. 고이 모시고 산 비싼 그릇들을 꺼내 먼지를 씻어 준비했다. 물건들을 정말 많이 버렸고, 사놨다가 잊어버린 꽤 괜찮은 소품과 옷 등을 발견했다.
물건을 버려 공간의 여백을 확보하고 깨끗해지면 좀 봐줄 만한 집이 될 줄 알았는데, 우리 집은 뭔가 내 성에 차지 않았다. 누군가를 초대하고 싶다는 환상을 심어준 SNS의 피드는 최신의 제품으로 인테리어를 했고, 인플루언서들과 연예인 집은 화려했기 때문이다. 계속 SNS의 콘텐츠와 우리 집은 대비돼 보였다.
미디어의 게시물과 우리 집을 비교하며 한없이 초라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초대했다. 근데 고마운 사람을 초대하면서 깨달았다. 사람이 사는 공간은 물건이 채우는 게 아니라 사람이 채우고 사람이 완성하는 거란 걸. 사회생활을 하며 선뜻 마음을 내어주고 도와준 사람들을 내가 지내는 공간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친구들은 골목길 우연히 발견한 신상 카페에 온 듯 하나하나 따스한 시선으로 구경하며 나의 물건들에 의미를 둔다. 어릴 적 사진, 거실에 겨우 살아가는 화분, 침대맡에 항상 두는 인형에도 까르르했다. 그런 것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서로를 더욱 알아갔다. 배웅하는 길, 초대받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주고 집과 차려준 음식에 장점들만 말해주니 내가 가진 것에 자부심이 자연스레 생기고 내 공간에 애정을 담기 시작했다.
집을 멋지고 아늑한 공간으로 만드는 건 신상 명품 그릇, 수입 스피커가 아닌 좋은 사람을 집에 초대해 그 사람들의 고운 말을 집에 담는 것임을 알았다. 좋아하는 사람의 따스한 말은 공간을 쉽지만 멋지게 가꾸는 방법이다.
어른들이 집에 많은 사람이 드나들어야 좋은 기운이 든다는 말을 했다. 옛 말씀처럼 집에 누군가를 들이는 일은 복을 들이는 일이다.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 평소 고마운 사람들은 우리 집에 와서도 좋은 말을 늘어놨고, 그 말들로 나도 내가 가진 것들을 되돌아보면서 가진 것을 더 정리하고 매만지는 나날이다. 매주 감사한 사람을 초대하기 때문일까.
따로 비싼 소품을 하나도 사지 않고도 우리 집은 더 깨끗해지고, 차분해진다. 무엇보다 내가 집을 가꾸면서 공간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 어쩌면 코로나가 새로운 곳의 탐색을 어렵게 했을지언정, 내가 가진 것을 다시 정리하고, 곁에 있는 사람이 소중한 걸 깨닫게 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가족은 점심에 친구가 선물로 준 과일과 꽃에 기뻐하고 깨끗해진 집을 보고 상쾌해 했다. 친구가 남긴 과일을 후식으로 먹거나 꽃을 바라보며 친구에 관해 이야기하고 우리 가족 모두 친구의 새해를 응원하는 요즘이다. 그런 이야기로 우리 집은 요즘 따뜻하게 채워진다.
원문: 배추도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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